<박소영 기자의 '무엇'> 문화재도 엘리트주의가 작동하나

2019-07-04     박소영 기자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부지에서 나온 문화재의 보존에 대해 청주시장은 최근 “마한 유적인지 초기백제 유적인지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다. 학계에서 유적, 유물로 역사를 재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상식 선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학자의 논의와 문화재위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1주년 기념식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다 맞는 말이다. 모든 문화재 보존과 관련한 판단은 문화재청 내 개별 문화재 위원들의 몫이다. 대부분 학계 교수들로 이뤄진 집단에서 유물의 보존 방식 및 절차 등이 결정된다.

실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업시행자가 낸 안에 대해 문화재위원들은 ‘동의’, ‘부동의’를 하는 것이다. ‘부동의’를 하면 사업시행자는 새로운 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지자체의 역할은 무엇일까. 청주시장과 청주시청 문화재 담당 공무원들은 계속해서 “이 과정에서 지자체가 할 역할이 마뜩치 않다”고 말해왔고, 반면 일부 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청주시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해왔다.

문화재청에 문의해보면 사업시행자가 안을 제시하더라도, 지자체는 ‘의견’을 첨부할 수 있다. 물론 첨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식의 선에서 묻고 싶다. 지자체는 지역의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의지와 노력을 기울여왔는가. 또 상식의 선에서 꼬집고 싶다. 문화재 보존 여부가 사업시행자와 문화재청의 일일 뿐이라는 청주시의 주장엔 모순이 있다. 왜냐하면 청주시는 이 사업의 2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업시행자다. 참고로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은 민-관 개발사업으로 청주시를 비롯한 신영, 산업은행, 대우건설 등 8개 주주사들이 꾸린 (주)청주테크노폴리스가 사업자다. 대주주는 신영으로 30%지분을 갖고 있다.

사업시행자로서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는 되도록 덮고 그 위에 아파트와 상가를 지어 분양해야 한다.

설마 청주시가 이러한 이유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계속해서 상식의 선에서 묻고 싶다. 문화재는 지역의 문화유산이고, 집단기억이고 또 청주의 역사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는데 왜 이러한 고민은 아무도 안하는 것일까. 청주시가 지분을 갖고 있는 사업시행자로서 오히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청주테크노폴리스 1차 사업부지에선 550여기의 수혈거주지가 나왔다. 삶의 공간인 철기공방, 죽음의 공간인 무덤, 생활의 공간인 집터가 나온 것이다. 시기는 3~4세기 초기백제 시대로 추정된다. 지금은 그곳에 아파트가 세워졌다.

종종 취재 중 만난 청주시청 공무원들은 청주테크노폴리스 유적에 대해 이런 말을 해왔다. “중요한 유적도 아닌데, 난리를 치고 있다”고.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모 시의원은 “그냥 철덩어리가 나왔을 뿐”이라고 폄하한다.

시장은 이런 말도 했다고 전해 들었다. “국보도 나오지 않았다”고. 그렇다. 씁쓸하게도 문화재에도 엘리트주의가 작동한다. 우리지역 조상의 역사에 대해 후손들은 지금 흔적을 지우기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