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훈련 산행 통해 호연지기 기른다’오창초등학교
정년퇴임 앞 둔 심재기 교장 노력으로 결실 맺어
2005-01-06 오옥균 기자
1학기 박달재 휴양림에 이어 2004년도 두 번째 산행을 떠난 오창초교 학생들은 백련암까지 가파른 등반길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훌륭히 이겨냈다. 백련암에 도착한 아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쓰레기봉투에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주어 담고 주변을 청소하는 활동도 했다. 극기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이기는 법과 인내하는 법,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연스레 배운다.
“처음엔 학부모 반대, 지금은 함께 떠나요”
오창초교는 가좌분교와 유리분교를 두고 있으며 2개 분교의 학생을 합치면 800명이 넘는다. 많은 수의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극기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닌데다 학부모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필요성을 알지만 시행하지 못하는 학교들이 많다. 오창초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 교장이 부임한 2000년 9월,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한 사업이 극기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대는 물론이고 교사들조차 고개를 가로 저었다.
2000년 11월27일 처음 극기훈련을 간 곳은 속리산 문장대였다. 고학년과 저학년으로 나눠 각각 다른 등산로를 통해 문장대에 올랐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곳곳에 수송차량을 대기시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떠난 첫 번째 산행은 다행히 조그만 사고도 일어나지 않고 무사히 마쳤다. 더욱이 학부모들의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너무 즐거워했다는 것이 심 교장의 설명이다.
극기훈련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학생들은 훌쩍 커버린 모습이었다. 학교생활은 활기가 넘치고 협동심과 체육활동에 대한 참여도도 높아졌다. 적극적인 아이들의 생활태도는 교과성적에 영향을 준 것은 물론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도 키워줬다. 이런 극기훈련 덕인지 오창초교 이수창(6학년) 어린이는 다음 세대 마라토너로서 체육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오창초교는 청원군에서 열리는 각종 체육대회에서도 우승을 휩쓸고 있다.
이러한 효과 덕에 지금은 학부모와 교사 모두 극기훈련 프로그램에 적극적이다. 농촌지역학교다 보니 일손이 부족한 봄, 가을에 열리는 극기훈련 프로그램에 많은 수의 학부모들이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이번 산행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도우미를 자청한 학부모들은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을 1대 1로 관리해 함께 산행에 참가했다. 교사들도 연 2회 자체 산행을 통해 아이들을 통솔해 등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민속 한마당 잔치 통해’ 경로사상도 배워
난방기구로 난로를 쓰는 몇 안돼는 학교 가운데 하나인 오창초교는 오래된 낡은 사옥을 부수고 그 자리에 새롭게 건물을 세우고 있다. 총 26.5개의 교실이 새롭게 만들어져 내년부터는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년퇴임이 한달밖에 남지 않은 심 교장은 신건물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마지막 임기를 다한 오창초교에 극기훈련 프로그램이 자리잡은 것이 다행스럽다. 극기훈련 프로그램은 이제 심 교장이 떠난 후에도 학교의 전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심 교장은 “공부보다도 바른 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바른 인성이 바탕돼야 교육받은 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