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 공방으로 새로운 삶 산다

퇴사하고 공방 연 ‘고고네 아뜰리에’ 전명희 씨

2019-09-27     권영석 기자

 

고고네 아뜰리에는 털실공방이다. 전명희(44) 씨는 조카가 고모라는 말을 못해 고고라고 발음하는 것이 인상 깊어 공방 이름을 고고네로 정했다. 여기에 앞으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아 아뜰리에(작업실)’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방은 양말목 공예’, ‘위빙’, ‘펀치니들등의 방식으로 공예품을 만든다. ‘양말목 공예는 양말의 목부분(고무부분)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위빙이나 펀치니들은 일종의 실뜨기 방법으로 실 등의 소재로 천을 짜듯이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는 공방이 작업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수다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방문객들과 무언가를 만들며 떠들고 나누고 싶어 한다. 접대하기 위해 꽃차 만드는 방법을 배워 공방 한 편에 몇 병 재어놓았다.

전 씨는 향장과(향료/화장품과)를 졸업하고 한 회사에 들어갔다. 그는 기능성 화장품원료를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21년간 일하다가 지난해 퇴사했다.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열심히 일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일상의 변화를 주고자 10년 전부터 공연이나 연극을 보러 다니는 문화생활동아리에 참여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실 공예를 알게 됐다. 한두 번 하다 보니 자신에게 숨어있던 손재주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예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돈벌이가 안 되니까 참고 회사 다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적게 벌더라도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당당하게 사표를 내고 지난 1년간 전국 각지로 공예를 배우러 다녔다.

올 초에는 지역 맘카페에서 활동하며 작품을 갖고 소비자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숲속책빵행사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자신감을 갖고 얼마전 청주 운천동에 조그마한 공방을 차렸다. 털실공방은 지역에 거의 없다. 그래서 가을학기를 앞두고 청주의 한 문화센터에서 강사제의가 들어왔다.

전 씨는 제의를 받고 잠을 못잘 정도로 기뻤다. 하지만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았는지 신청자가 1명밖에 없어 결국 폐강됐다. 다음 학기에는 더 보완해서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