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음성 평곡교의 비석문을 읽고

2020-06-17     김천수 기자
김천수

충북 음성군 음성읍 평곡2리 마을을 들어서려면 음성천을 넘는 평곡교를 건너야 한다. 이 마을 앞 농토는 논란이 되고있는 음성LNG발전소 예정부지다.

이곳 평곡교를 건너면 곧바로 오른쪽에 서 있는 비석 두 개와 만날 수 있다. 풍우에 닳았어도 글귀를 읽어낼 수 있다. 하나는 연혁비이고 다른 하나는 송덕비다.

연혁비는 19691013일 음성읍장 염재회씨가 세웠다고 새겨져 있다. 비문의 내용은 이렇다. “교량이 없어서 오랜세월 불편을 가져왔다. 이를 안 음성군수 채동환씨가 군비와 대명광업소에서 철줄을 얻어 동민의 출력으로 교량이 완성되었다. 이제 웃으면서 건너가고 건너오게 되었다.”

간단한 비문에서 당시 교량도 없이 가난의 시절을 보내야 했고, 이를 극복해가던 시대상이 확연하게 그려진다.

그 옆 송덕비는 1975년 이후 세워진 것으로 해석되는 데 날짜는 찾을 수 없다. 내용은 새마을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기 시작한 1972년도에 새마을지도자 이동우씨는 헌신적인 노력으로 마을환경 개선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자립마을로 승격하였으며, 오래전부터 마을에 숙원사업이었던 교량 가설을 위하여 동민에 정성어린 자진성금 100만원 조성한 것을 음성군수 정문식씨께서 이를 아르시고 갸륵히여겨 군비 700만원을 지원하시여 평곡교가 완성하게 되었다. 1973년 새마을 소득증대시범 마을로 선정되여 주재지도사 이재진씨는 통일벼, 고추, 사과를 집중 개발 1975년도에 농가호당 소득 140만원 달성을 하였으며 풍요한 마을로 발전하고 있다.”

두 개의 비문을 교차 해석하면 평곡교가 세워진 시기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7년여 기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교량이 세워진 계기가 동시에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교량이 세워진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평곡교를 넘나들면서 음성LNG발전소를 건설하게 되느냐 마느냐가 작금의 최대 관심사다.

평곡2리와 주변마을 대표들이 앞장서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발전소 건설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사업자인 한국동서발전은 사업준비 절차로 경계측량과 지질조사 실시를 위해 해당 부지에 진입하려다 번번히 평곡교 입구에서 막혀 돌아서야 했다. 결국 협력업체 등과 함께 법적 조치에 나섰고 주민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15일부터는 결국 경계측량과 지질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현재 마을 대표자인 이장과 새마을지도자가 주민들을 이끌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LNG발전소 건설사업 부지 선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평생 누비던 농토와 마을이 자칫 통째로 이주하게 되는 아픔이 예견되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2015년 산업부에 음성LNG발전소 유치 동의서 접수 당시부터 체계적인 반대활동을 펼쳐왔다면 지금의 국면은 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말 국가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뒤부터의 활동 시작은 너무 늦은 것 아니었나 싶다.

이 또한 지난 일이 됐다. 지도자 즉 리더는 구성원들의 행복의 길을 인도하는 선각자여야 한다. 선택의 갈래길에 서길 반복하게 된다. 비문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당시 절명의 위기에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이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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