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김질 필요한 ‘인천국제공항 사태’

2020-07-01     권영석 기자

인사가 만사다는 경영학에서 모세의 십계명처럼 회자되는 말이다.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는 어떻게 하면 조직에 어울리는 사람을 뽑을지를 100년 넘게 연구했다. 그렇지만 정답은 없었다. 시험을 보고 꼴찌로 조직에 입사한 사람이 끝내 사장이 되는 경우도, 비싼 돈 들여 채용한 전문가 때문에 회사가 망하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자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며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뽑아 그중 잘하는 사람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게 관행처럼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당연히 문제점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졌다. 근로자끼리 갈등이 빚어졌고 조직에서 조금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형성하기 일쑤였다. 결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했고 그동안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정권은 해결책으로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로움을 내세웠다.

이런 슬로건이 나온 배경은 지금 사람들이 공정성을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주 1900여명의 여객보안검색 근로자를 청원경찰형태로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이로 인해 공공기관 취업문이 좁아질 것을 우려한 취준생, 청년층들이 불공정한 과정을 문제 삼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런 가운데 알바로 보안검색 일을 하다가 정규직 전환을 하게 됐다며 누군가 SNS에 자랑한 글이 뉴스를 탔고 국민적 공분을 샀다. 2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그만해 달라는 청원이 제기됐고 하루 만에 답변기준인 2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돈과 시간을 쏟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문제의 본질은 공정성이 아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급기야 29일에는 미래통합당 내 청년문제 해결 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취준생들의 사례를 모아 인국공 로또취업 성토대회를 열었다. 대회에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애환이 표출됐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정치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적 색깔을 떠나서 청년들이 주장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앞서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서 징후가 포착됐다.

당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단일팀을 구성할 경우 올림픽 출전을 위해 노력해온 선수들의 출전기회가 줄어들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는 문 정권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 불공정 문제가 제기됐던 조국 사태도 마찬가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의 본질도 이전 사건들과 연속선상에 있다. 추진한 목적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과정이었을지라도 합당한 절차와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지켰느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제는 엎어진 물이다. 설령 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논란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난 민심을 다독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