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동네책방은 생존할 수 있을까?

도서정가제 폐지 움직임에 출판‧서점업계 반발 “퇴보된 정책, 결국 출판 생태계 파괴” 주장도

2020-10-14     박소영 기자

21대 첫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의원(청주시 흥덕구더불어민주)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정가제 폐지움직임에 대해 질타했다. 도 의원은 책은 상품이면서 문화활동을 위한 공공재이다. 책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에 공급돼야 한다. 그래야만 출판사가 다시 좋은 책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서정가제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면 19945600개에서 2300개로 사라진 동네책방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존재할 것이다. 몇몇 자본력 있는 대형서점만 살아남는다면 다양한 책들이 사라지고 독자들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임준순

 

지금도 불법이 난무한데

 

도서정가제 폐지는 도서출판계의 뜨거운 감자다. 도서정가제는 2014년 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출판문화산업진흥법27조의 2에 따라 3년마다 타당성 조사를 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폐지, 완화, 유지 등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지난 1년 여 동안 출판업계, 서점업계, 온라인 서점, 작가협회 등 도서산업과 관련된 16개 단체 이해당사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도서정가제를 현행 유지하는 것이었다. 다면 현재 온라인 서점이 벌이고 있는 무료배송 서비스에 대해서는 재검토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공표하지 않고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과거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기 전으로 후퇴하는 안이었다. 출판연도 3년 이내 책은 도서정가제 폐지 웹소설, 웹툰 등은 현재 30%할인율 제한을 무제한으로 상향 책 관련 행사(독서대전 등) 때 할인율 제한 폐기 등이다.

지난해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 넘게 국민들이 응답했기 때문에 문체부는 소비자 후생을 이유로 이 같은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에 대해 출판업계를 비롯한 서점업계, 작가협회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의 동네서점들은 사실상 도서정가제 폐지와 다를 바 없는 문체부의 이 같은 안에 대해 반발하는 1인 시위, 청와대에 편지 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얼마 전 이들은 도서정가제 폐지 반대 플래카드를 든 전국의 책방 주인들의 사진을 모아 일간지에 반대 광고를 내기도 했다.

임준순 청주시 서점조합장도 얼마 전 국회 앞에서 도서정가제 폐지 반대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는 이미 협상테이블에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다투며 합의안을 도출했는데 이를 번복하는 안을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이렇게 되면 동네 서점은 더 이상 운영하기가 힘들다. 코로나19로 동네서점이 벌였던 작가초청 행사나 독서토론 등도 불가능해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도서정가제 마저 폐지된다면 동네서점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도종환 의원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도 도서정가제 폐지는 곧 문학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강 작가는 지난 6일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가 함께 마련한 행사장에서 도서정가제가 개악될 경우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잃게 될 텐데, 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작은 사람들일 것이다. 출발선에 선 창작자들, 작은 플랫폼을 가진 사람들, 자본과 상업성을 넘어 고민을 모색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사라진다면 태어날 수 있었던 수많은 책들의 죽음을 겪게 될 것이다. 독자가 될 어린 세대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최근 문체부는 의견을 적극 검토해 답을 내리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최근 동네서점 열풍이 불면서 전국에 700여개의 신생서점이 생겨 새로운 문화공간의 역할을 감당했지만 도서정가제가 폐지된다면 점점 더 생존이 어렵게 된다.

임 조합장은 현재 도서정가제도 불완전하다. 대형 온라인 서점은 10%할인에 5%추가적립을 해준다. 뿐만 아니라 3자 할인이라고 해서 카드회사들이 이벤트로 30%가까이 할인을 해줘도 현행법에선 문제가 안 된다. 동네서점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는 단가는 온라인 서점과 차이가 있다. 또 마케팅이나 대형 자본의 힘에 밀릴 수밖에 없다. 동네서점은 5%적립 정도밖에 해줄 수가 없다. 적어도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공급할 때 동네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이나 단가를 같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을 구매할 경우 오히려 5%할인해주고 있다. ‘반 아마존 법의 일환으로 이른바 대자본이 네트워크와 권력을 가지고 독점하는 것에 반기를 든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은 매장을 유지하는 데 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책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현재의 도서정가제 또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너무 많다. 임 조합장은 한쪽에서 동네서점을 살려야 한다면서 또 한쪽에선 생존할 수 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 너무 모순적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