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오감만족 ‘심야책방’

김승일·주영헌 두 시인이 전해준 문학의 향기

2020-11-18     육성준 기자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는 11월의 깊은 밤. 청주 앨리스의 별별책방에는 시인들의 낭독과 기타 선율로 쌀쌀한 늦가을임에도 온기로 가득했다. ‘아이의 손톱을 깎아줄 때가 되었다’ 의 주영헌, ‘프로메테우스’의 김승일 두 시인이 시를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주 시인이 먼저 하모니카와 통기타로 ‘혜화동’을 연주하는 것으로 낭독회의 시작을 알렸다. 시인들은 슬픔과 아픔, 때론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시를 참석자들에게 읽어주며 위로했다.

김 시인은 학교폭력 피해를 겪고 쓴 ‘종이배’를 읽어 내려가며 “이 사건을 통해 굴욕과 비참함에서, 맞는 사람이 고통에서 복귀할 수 있는 문학적 현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시를 쓴 배경을 말했다. 주 시인도 첫째 아이를 잃고 담은 ‘윤회’를 낭독했고 이어 아픔과 슬픈 감정을 세탁하자는 의미의 ‘빨래하기 좋은 날’을 들려주며 완급을 조절했다. 서로 다른, 사실주의와 서정적 시 세계를 가진 두 시인의 읊조림에 낭독회는 울다 웃다가를 반복했다.

2년 전 용인문학회에서 만나 인연이 된 김승일·주영헌 두 시인은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를 꾸리고 전국 동네책방을 돌며 시의 대중성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시는 기술적으로 특정 소수만 쓰는 게 아니다” 며 “시가 가지고 있는 생활의 건강성을 향유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섰다”고 활동의 의미를 설명했다.

주영헌.김승일(왼쪽부터)시인이

 

구효진 책방지기는 “아픔이 없는 사람이 없다. 그 감정을 부끄러워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글로 승화하고 정화하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지원사업인 ‘심야책방’으로 청주 앨리스의 별별책방에서 진행됐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전국 70곳 동네서점에서 인문학 강의, 작가와의 대화 등 각종 문화행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