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상징 ‘황소상’ 충북대 올 뻔…

'돌진하는 황소상’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 20일 타계 충북대 진익송 교수, 2014년 작품 설치 무산된 사연 밝혀

2021-02-25     박소영 기자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상을 만든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가 암 투병 끝에 지난 20일 고향인 시칠리아에서 80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청동 황소상은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뉴욕의 명물로 꼽힌다. 길이 4.9m, 무게 3.5t에 달하는 대형 황소는 198710월 전 세계 주식 대폭락의 시발점이 된 블랙 먼데이사태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뉴욕에서 거주 중이던 그는 자비(35만달러)를 들여 황소상을 만들었다.

디 모디카는 198912월 시 당국의 허가 없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이 황소상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불법 조형물이라며 철거했고 사람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결국 시 당국의 허가를 받아 거래소 인근 볼링그린파크 내 지금의 장소로 이전 설치됐다.

이 황소상의 코와 뿔을 문지르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로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황소는 증시에서 주가상승을 의미한다.

디 모디카의 세계적인 작품인 황소상이 충북대 정문에도 설치될 뻔(?)했다. 충북대 진익송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황소상과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밝혔다.

뉴욕의

 

2014년 충북대는 정문을 현재의 위치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 당시 청주시가 추진하는 우수저류지 사업 부지가 옛 정문 앞이라서 학교 측은 정문 위치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12억의 예산이 확보됐다.

충북대 진익송 교수는 교문개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디 모디카의 황소상 설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충북대의 상징동물이 바로 황소인 것도 추진이유였다.

진익송 교수는 국제화 시대 지역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작품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뉴욕의 황소상이 충북대 정문에 설치됐다면 그 자체로 명소가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디 모디카 작가를 뉴욕에서 직접 만나 작품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진 교수는 작가에게 지불할 돈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줄었다. 나중엔 45000만원에 작품 제작 및 운송까지 하기로 계약했다.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학교가 비영리재단이기 때문에 금액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하면서 읍소했다. 디 모디카 작가는 금액이 계속 줄어도 항의하지 않고 흔쾌히 작품을 설치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가에게 실례를 범한 건 충북대 측이었다. 교문개축위원회를 통해 작품 설치가 공식적으로 진행됐지만 당시 윤여표 전 충북대 총장이 갑자기 작품 설치 불허를 통보했다. 진 교수는 너무 황당해서 화가 많이 났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학교 측에서 작가에게 공식 통보와 사과문을 전달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다. 예산이 부족한 거라면 모금을 통해서라도 그 정도 돈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디 모디카 작가의 부음소식을 듣고 마음이 참 힘들다. 그때 미안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디 모디카 작가도 황소상도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