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석열 갈등 조중동이 이준석을 비판하는 이유

전당대회 전후 주목 받던 이준석, 두달만에 외면

2021-08-18     충청리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 후보들이 치열하게 정책을 두고 공방하며 이슈를 주도해도 부족할 판에 당 대표와 당내 1위 대선후보 사이 갈등은 중도 확장을 통해 지지층을 넓혀야 할 제1야당에 명백한 악재다. 경선룰 이견은 이해할 만하지만 서로를 무시하는 발언이나 통화 녹취록 유출 의혹 등은 쉽게 봉합하기 어려운 갈등이라는 걸 암시한다.

경향신문·한겨레 등 진보성향 언론에선 갈등 국면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야 경선 토론 대신 발표회수습 나섰지만 커지는 이-윤 갈등”(한겨레 16), “경준위 후보 토론회놓고 국민의힘 자중지란”(한겨레 14), “토론회·선관위·녹취록국민의힘 다중충돌’”(경향 16), “이준석·윤석열 대치에 최고위원·경준위까지 중구난방’”(경향 14) 등 기사를 보면, 한 발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지난

 

이 대표와 윤 후보 갈등은 사실 윤 후보가 입당할 때부터 본격화했다. 이 대표가 지방 일정으로 당사에 없는 날 윤 후보가 기습 입당하면서 당 대표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둘의 갈등보다 봉합 분위기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이준석·윤석열 갈등 진화”(지난 9) ‘윤석열, 이준석에 전화 손잡고 노력합시다”’(지난 13) 등 기사가 그렇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이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신문은 13일 사설에서 이 대표의 시야가 수권정당을 이끌 만한 높이에 도달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 대표의 페이스북을 보면 이달 들어 40여 건의 글을 올렸는데 백신 수급 불안정이나 한미 연합훈련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은 볼 수 없다반면 당 안팎의 정쟁엔 공세적으로 몰두했고 그 결과 볼썽사나운 싸움이 됐다고 비판했다. 야당 대표가 정부 비판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당 중진을 하이에나에 빗대기도 했다당내 갈등을 중재해야 할 대표가 당사자가 돼 갈등을 키우는 것도 문제인데 동료에게 하는 언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속했다고 비판했다. 사설 제목은 이준석의 목표는 정권 교체인가, 자기 장사인가였다. 이 대표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잊은 채 자기 정치에 몰두했다는 평가다.

동아일보는 13일 양비론 논조로 사설을 썼다. 그럼에도 한심한 이준석-윤석열 싸움, 말로만 정권교체인가에서 대선 기간 당 대표의 가장 큰 책임은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하는 일인데 당 대표가 특정 대선후보 측과 대놓고 각을 세우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SNS에 상대방을 조롱하는 듯한 언사를 쏟아내는 일부터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이 대표 비판을 강조했고, 이에 비하면 윤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는 낮았다.

양쪽을 비판하면서도 이 대표 비판에 무게를 두는 칼럼은 중앙일보에도 있다. 중앙일보는 16정권 교체 걷어차는 국민의힘이란 칼럼에서 이 대표가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으며 왜 자신이 대표가 됐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이 대표를 비판했다. 윤 후보도 나을 게 없다고는 했지만 이 대표 비판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중진을 하이에나에 비유한 것은 조선일보도 비판적으로 다뤘다. 지난 12일 정치면 기사 중진을 하이에나에 비유, 이준석 당 체질개선론 논란’”에서 당내에서는 공정한 경선을 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당 체질 개선을 앞세워 연일 무리수를 두고 있다리더로서 이해관계 조정 대신 논쟁으로 이기려고만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대체로 이-윤 갈등을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갈등 완화 국면을 지나치지 않고 강조했던 조선일보도 결국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16일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결전 앞두고 콩가루 집안만든 이준석 대표에서다.

야당 대표로서 그는 자신의 야망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자기 당 후보들을 위한 봉사에 전념할 때다. 그래서 그는 윤석열·안철수를 물어뜯기보단, 대한민국의 주적을 향해 날을 세워야 했다.”, “(이 대표)가 우군 아닌 적군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는 소리는 들은 적 없다. 김영삼·김대중이 언제 야당을 깨고 야당 지도자 됐나?”, “정권 교체 국민 연합이냐, 정권 연장 통일 전선이냐 하는 숨 가쁜 결전을 앞두고, 전자를 선도해야 할 제1 야당 대표가 딴생각에 더 바쁜 셈

전당대회 전후로 국민의힘 개혁과 변화를 기대하는 맥락에서 이준석 현상을 띄웠던 매체들이 등을 돌린 셈이다. ‘이준석 돌풍역시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지지를 받았던 현상이지 이준석 개인에 대한 맹목적 지지일 수 없었다. 당 대표로서 그가 유승민 후보를 돕는다는 비판을 받으며 무리하게 지지율 1위인 윤 후보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이미 친윤석열반윤석열로 나뉘었고, 새로운 계파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를 수습해 구태로 회귀하는 걸 막고 정권교체를 위한 원팀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지만 오히려 대표 자신이 윤 후보와 갈등 중이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합당 논의를 시작했지만 결국 16일 결렬됐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체제가 다양한 야권 세력을 포용하는 형태로 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확인한 사건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화하면 당내 갈등(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가운데 조중동까지 외면한 이 대표가 태도 변화를 보일지 관건이다/ 미디어오늘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