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자질 시비, 정치구태 한꺼번에 드러내

충북도의회 의원 폭력사건 ‘일파만파’

2008-08-27     안태희 기자

충북도의회 민경환 의원(44. 한나라당.제천2)이 김화수 의원(50.한나라당.단양1)을 폭행했다는 의혹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의 정치현실을 드러내는 최악의 드라마로 확산되고 있다.

   
▲ 두 의원간에 폭력의혹 사건이 벌어진 제천시 명동 D숯불갈비집 앞 골목.

이는 최근들어 충주시의회 일부의원들의 해외성매매 의혹 사건등으로 지방의회 전체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지방의원의 자질논란에 그칠 수도 있었지만 단양군 일부지역에 이 사건을 보도한 모 신문기사의 복사물이 무차별적으로 배포되면서 지역정치의 치부를 드러내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

원구성 과정 무슨 일 있었나

지난 12일 오후 9시쯤 제천시 명동 D 숯불갈비 골목에서 이대원 의장이 주최한 저녁식사이후 민의원이  김화수 의원을 폭행했다는 목격자와 관련기사들이 잇따랐다.

김의원은 "민의원이 상임위원장 후보로 나선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았다며 서운해 하길래,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민의원은 ‘지역을 위해 일한 일꾼’, ‘열사’라는 말을 들으면서 영웅시 되었다고 한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받았지만 지역에서는 국회연수원 제천유치를 주장하다가 시비가 붙은 사건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민의원은 기초의원 시절에도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민의원은 제천시의원을 지내던 지난 2000년 의장선거를 앞두고 일부 시의원들에게 식사접대를 했다는 게 요지다. 이에 대해 민의원은 “그런 적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민의원은 제8대 충북도의회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7건의 조례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열심히 일하는 의원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를 접하는 도민들의 충격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에따라 이번 충북도의회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해 무슨 내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복사본 살포로 단양민심 ‘술렁’

그런데 이 폭행논란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다시 불이 지펴졌다. 사건을 보도한 한 지역일간지 복사본이 사건발생 4일 뒤인 16일 새벽에 단양읍 등 김의원 선거구에 집중적으로 살포됐기 때문이다.

   
▲ 단양군선관위 직원이 단양지역에 배포된 신문복사유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차기 지방선거가 2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불거진 유인물 살포사건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정치구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신고를 접수한 단양군선거관리위원회는 살포된 유인물 중 432장을 수거했으며, 사건발생 10일만인 26일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단양군선관위측은 모 아파트 CCTV를 분석해 드러난 용의자가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다 목격자도 없어 사건전체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단양군선관위 관계자는 “CCTV에 나타난 사람을 탐문해 조사했으나 혐의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목격자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독 특정 언론사 보도물이 복사돼 뿌려졌는가도 의문이다. 이 신문기사는 폭행논란에 대해 양측의 주장을 대등하게 보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양도 아닌 제천에서 일어난 일을 보도한 기사복사본이 단양지역에 뿌려진 이후 지역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재선 뺨치는 초선들

이번 사건에서 또다른 양상은 초선의원들의 ‘초선답지 않은’ 행태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 단양의 모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유인물 살포자를 찍은 CCTV의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건당사자인 민의원이나 김의원 모두 이 사건과 관련해 말을 아낄 뿐 공인으로서 지역민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민의원은 “국회연수원 유치 때문에 말이 오가다가 서로 밀친 것일 뿐”이라면서 폭행사실을 부인할 뿐 도민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김의원 또한 유인물 살포로 두 번 망신을 당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김의원은 “때린 사람은 영웅시되고, 맞은 사람만 망신을 당하고 있어 지금도 밤에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또 “민의원이 나중에 사과를 해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지역민으로부터 제천까지 가서 맞고 다니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