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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국제화 지향 사고로 무장할 때”가재모 KT 충북본부장
2002. 05. 10 by 충청리뷰
지난달 26일 찾은 KT 충북본부장실은 단아하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내 자그마한 액자에 끼워진 한 장의 사진이 기자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끌었다.
지난해 6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이한동 국무총리와 몽골 엥흐바야르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재모 당시 KT 글로벌 사업단장과 몽골 통신(MT) 사장이 6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ADSL)의 공급계약 서명식을 하는 장면이었다.
올 2월 제11대 KT 충북본부장으로 부임한 가재모 본부장(54)은 기자가 이 사진에 큰 흥미를 보이자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이한동 총리를 수행, 몽골을 방문했는데 저는 KT의 ADSL 수출 계약을 완결짓는 임무를 띠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몽골 정부 청사내 한 사무실에서 계약체결을 하려는 순간 몽골 총리가 깜짝 제안을 했습니다. ‘이런 뜻 깊은 행사는 총리실에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일행을 집무실로 안내한 것입니다. 저만 유일하게 민간인 신분이었는데 몽골총리의 예상치 못한 제안으로 제가 KT를 대표해 일국의 최고 정상 집무실에 앉아 ADSL 공급계약 체결 서명을 하는 영광을 안게 된 것입니다.”

국세화 전도사 별칭

가 본부장이 최근 제47회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도 바로 그때 그가 성사시킨 대몽골 ADSL 수출 공적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때문이었다.
-늘 주변과 지역사회에 국제화 마인드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전도사, 또는 국제통이라는 별칭을 갖고 계신데요.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고선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없습니다. 특히 충북의 경우는 사고 틀을 지역에 한정하지 말로 무한대로 확장해야 합니다. 인터넷 정보통신 시대는 클릭 한번으로 전세계 누구와도 접속할 수 있는 세상 아닙니까.”
사실 가 본부장은 부임초 여기저기에서 숱한 화제성 뒷얘기의 주인공으로 회자됐다. 입만 열었다하면 나오는 그의 국제화 마인드 무장 필요론 때문이었다. 사실 부임 인사를 하는 첫 대면의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마치 ‘설교’하듯 하는 그의 국제화 주장은 좁은 지역 사회로선 쉽게 받아들이기 버거운, 뜬 구름잡기식 담론으로 이해되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이 갈수록 알려지면서 ‘좁은 땅덩어리, 특히 4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충북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선 지리적 한계에 맞춰 사고영역을 제한해 버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그의 주장은 점차 그 진정성과 적실성을 이해받는 분위기다.

엄청난 해외인맥 구축

그는 순수 민간인 신분으로 한-카자흐스탄 경제·문화교류협회장을 비롯, 한-우크라이나와 한-타지키스탄, 한-알제리 교류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나이지리아 경제발전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체신부를 포함해 KT에서 근무한 지난 28년간 거의 전부를 해외영업 및 국제업무 파트에서 활약해 온 그의 전력이 평범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그의 비상한 대외지향적 열린 사고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성취해내지 못할 진귀한 기록들인 것이다.
“사고를 바꿔야 합니다. 충북의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기존의 생각 틀을 과감히 깰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사업 계획이 만만찮겠습니다. 6월에는 KT가 민영화되지 않습니까.
“예. KT 충북본부는 지난해 고객가치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민영화 원년을 맞는 올해 충북의 정보화 기반 확충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충북은 전국 최초로 읍면 소재지 전 지역에 초고속인터넷 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7만 6000여 회선의 ADSL이 보급돼 있습니다. 올해 이것을 더 늘려 2만 7000여 회선을 확충합니다. 더구나 ADSL보다 상위급인 Ntopia 시설을 1만3000세대에 공급할 계획이며 산간 오지 등 초고속인터넷 음영(陰影) 지역에는 이동형 위성인터넷(Megapass Sky)도 공급하고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네스팟(Nespot)도 보급할 생각입니다.”

“정보망 획기적 확충”

영어 일어 중국어 3개 국어로 한국을 알리는 코리아 인포게이트를 KT본사 채널로 구축한 주인공인 가 본부장은 오송바이오 엑스포 행사 배너광고를 비롯, 충북지역의 무한한 관광자원과 공산품, IT 솔루션을 무료로 소개하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영어 등 이(異)언어의 숙달은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부여하는데, 영어가 유창한 가 본부장이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내적 자신감과 지적 충만함이 묻어나는 가운데 조용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그는 KT에서 주로 해외영업을 맡는 동안 무려 140여 차례가 넘는 출장 등을 통해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달 13일 알제리의 차세대 지도자로 알려진 시카오우이씨가 충북도와 청주시를 방문, 우호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도 가 본부장의 초청을 그가 흔쾌히 수락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시카오우이씨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미래의 세계지도자 100인에 선정된 인물이다.
“e비즈니스 솔루션 개발 및 컨설팅에도 나서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생각입니다. 이것이 제가 고향-그는 충남 태안 출신인데 그 특유의 대외확장형 사고 때문인지 청주를 고향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는 지역사회가 그에게서 최대한의 역량을 이끌어 내는 것도 충북이라는 커뮤티니가 자가 발전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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