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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애향심이 바로 애국심이다’김현길 한국향토사연구협의회장
2003. 01. 09 by 충청리뷰
충주지역 향토사 연구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온 김현길씨(72·충북도 문화재위원)가 한국향토사연구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올해부터 임기가 시작된 김회장은 지난 79년 ‘예성동호회(현 예성문화연구회)’ 초기회원으로 참여한 이래 24년만에 전국협의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충주시 용두동 자택의 조립식 2층 서재에는 천여권의 장서가 빼곡히 들어찼고, 한 가운데 앉은 김회장은 작은 도서관의 맘씨좋은 사서 할아버지 같았다.
충주 ‘예성동호회’는 가금면에 방치돼 있던 입석(立石)이 고구려비(국보 제205호)라는 사실을 밝혀내 전국적인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예성동호회의 핵심회원을 참여해 회장, 고문으로 활동해온 김회장은 지난 80년대 신니면 숭선사 절터가 고려 광종 5년에 세운 고찰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지역에 일도 제대로 못꾸린 사람이, 전국 협의회 일을 감당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향토사연구회가 회원중심의 민간단체로 운영하다보니 재정문제 등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정부에서는 지역 문화원에 흡수통합시키려는 의도도 보이고…, 하지만 애향심이 바로 애국심이라는 소신으로 향토사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충주공전(현 충주대) 교수로 재직중인던 김회장이 예성동호회에 가입한 80년에는 전국의 향토사연구모임이 20여개에 불과했다. 도내에는 예성동호회와 관성동호회(옥천)가 일찍 터잡았고 청주 서원향토사연구회가 뒤를 이었다. 당시 대우그룹이 출자한 대우재단에서 향토사 연구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연구모임이 활성화된 계기가 됐다.

향토사 연구 ‘대우’ 전폭 지원
“대우에서 직접 실사조사를 해서 전국에서 가장 활동력이 있는 7개 모임을 선정해 매년 회지 발간비용을 지원해줬다. 첨엔 도내에서 예성동호회만 포함됐고 이후 18개로 늘리면서 관성동호회도 참여했다. 대우가 95년까지 15년여 동안 지역의 민간 향토사연구모임을 지원한 것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측면에서 큰 본보기가 됐다. 또한 정부 공공기관조차 인식이 덜 깨인 상태에서, 민간기업이 지역 향토사 연구에 지원키로 한 것은 문화적 선견지명이 탁월했다고 생각된다”
지난 85년 수안보에서 도내 회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자치단체 공보실 직원들도 참여하도록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향토사연구회가 조직되지 않은 시·군에 대해 독려를 부탁했고, 같은 해 충북향토사연구협의회를 결성하게 된다. 지난 98년 (사)충북향토문화연구소로 사단법인 등록을 하고 김회장이 초대 소장을 맡았다. 특히 김회장은 고서 조사사업에 역점을 두고 충북도를 설득했다.
“그동안 향토사가 눈에 보이는 것만 집착해 집안에 있는 고서에 대해 소홀했다. 96년 정도 100주년 기념으로 ‘충북의 고서’를 기획출간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내 전체를 1년안에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진천군 상산고적회 회원들의 협조를 받아 진천편을 1차로 발간했다. 고서를 가진 집에서는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양 공개하기를 꺼리는 바람에 실지조사에 애를 먹었다. 현지사정에 밝고 향토사에 관심이 많은 우리 향토사연구회 회원들이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조사사업이었다”
김회장은 충북향토문화연구소에서 지금까지 14개권의 자료집을 펴냈다. 최초로 펴낸 책은 삼국사기, 고려사 등에서 충북 부분을 집대성한 ‘충북도 여지집성’으로 상·하권을 발간했다. 이후 충북의 향약·고서를 지역별로 연속발간하고 있으며 추가 확인된 부분은 추보형식으로 보충하는 꼼꼼함을 과시했다.

젊은층 맥잇기 아쉬워
“우리같은 향토사학자들이 할 일이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정신문화연구원 등에서 지역의 사료를 단기간에 수집할 것처럼 판단하고 일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 탁상에서 판단해 요구하면 결국 허술한 자료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것이 싫어서 추가자료에 대한 보충판이나 추보를 꼭 다음 책에 소개하고 있다”
김회장은 지역 향토사연구회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 가감없이 대답했다. 우선 회장의 취향에 따라 편식성 연구조사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젊은 소장회원들의 참여가 줄어들어 향토사의 명맥을 잇기가 불안해 졌다는 점이다. “어떤 모임은 노인정같이 운영되면서 씨족연구(족보)에 치중하고, 어디는 고문서에 매달리고 다른 곳은 민속자료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러한 편중이 고쳐지려면 회원들의 다양한 여론이 제기되야 하는데, 30∼40대 젊은 회원들이 없다보니 내부변화의 목소리가 별로 없다. 도내 민간 향토사연구회의 간행물 목록을 보면 그들의 활동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 서원향토사연구회(청주)는 <충북의 봉수> <청주 지명조사보고서>를 발간했고 예성문화연구회는 <사료를 통해 본 충주> 전7권이 업적으로 꼽힌다. 나제문화연구회(제천)은 <소백의 가락> <호서의병사적> 등을 발간했고 청원향토문화연구회는 <청주동헌 실측조사보고서> <청원군 문화재대관> 등이 눈길을 끈다.
“우리가 지방화시대를 얘기하면서도 내 주변의 역사문화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자기를 알고 내 고장을 알자는 것이 향토사를 연구하는 목적이고 이것은 자기 뿌리에 대한 자긍심이 결국 지방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회장의 취임으로 전국 연합회 사무실은 현재 예성문화연구회가 입주한 충주 명륜회관 사무실로 옮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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