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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이주노동자와 결혼한 한국인여성의 ‘결혼인정기’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한 한국사회, 곳곳에 차별
“사랑을 계속해서 증명하라고요?”
2021. 07. 08 by 박소영 기자
박지영(가명·27)씨는 지난해 12월 이집트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남편이 결혼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지영(가명·27)씨는 지난해 12월 이집트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남편이 결혼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지영(가명·27)씨의 남편은 이집트인이다. 지난해 12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결혼을 인정받지 못했다. 결혼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 반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박 씨는 지금 임신 4주차다. 하지만 남편의 비자체류기간이 만료돼 취업이 자유롭지 못하다. 결혼 비자인 F-6비자를 신청 중에 있는 그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혼인하는 데 비용 많이 들어

 

한국인 남자와 결혼을 하면 동사무소에서 혼인신고서 한 장을 작성하면 되는데, 외국인과 결혼을 하려고 보니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요. 이주노동자 신분일 경우는 더욱 그런 것 같아요. 반대로 한국 남자가 이주여성과 결혼할 경우 (연애결혼 말고요) 이른바 결혼소개소를 통해서 했다고 하면 되는데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결혼 소개소가 신뢰할만한 기관도 아닌데 말이죠.”

박 씨는 지난해 1월 남편 모하메드 씨(31)를 만났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돌아온 그는 언어교환 채팅앱을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청주에 있는 영어와 한국어를 교환하는 공부모임이었다.

남편은 2년 전 한국에 와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이다. 모하메드 씨는 며칠 전 G-1 비자 기간이 종료됐다. 지난 5월 말 결혼비자를 신청한 상태다. 혼인신고를 해서 결혼인정을 받았지만 현재 남편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다. 남편이 한국에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려면 F-6 결혼비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G-1 비자의 경우 3개월마다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갱신을 받아야 한다. 이 때 인지대가 13만원정도가 든다. G-1비자는 취업활동을 위해서는 3개월마다 체류자격외 변경허가를 받아야한다.

또한 결혼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비용도 발생한다. 보통 행정사를 써서 서류를 구비한다. 비용은 대략 200~300만원 선이다. 혼인신고만 할 경우에도 행정사에게 맡기면 50만원 정도가 든다.

 

연애경위 묻는 사회

 

박 씨는 가령 국가 간 서류 공유가 안돼서 번역 공증을 따로 받아야 해요. 이러한 비용도 부담스럽지만 결혼 비자를 받으려면 끊임없이 사랑을 증명해야 해요.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이른바 연애경위서를 제출하죠. 소득 및 만남 경위 등 모든 사생활이 까발려지는 느낌을 받아요라고 말했다.

 

결혼 서류가 통과된 이후엔 출입국관리소에서 조사관이 나와 인터뷰 심사를 한다. 인터뷰 심사를 한 후엔 현장방문조사를 한다. 박 씨는 한국 여자가 이집트 남자와 결혼하는 게 왜 이리 힘들까요. 인터뷰 받을 때 왜 이슬람 문화권 남자와 결혼하느냐’, ‘저 남자의 신분을 어떻게 믿느냐등등의 질문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뱃속의 아이가 만약 20주를 넘으면 유전자 검사서까지 제출해야 해요. 이건 서류면제를 위한 선택사항이지 필수는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남편 모하메드 씨는 아직 한국어가 서투르다. 때로는 일하면서 한국말보다 을 더 많이 듣기도 한다. 남편이 그런 말을 할 때면 박 씨는 미안해진다. 모하메드 씨와 박 씨가 거리를 걸으면 일부 사람들은 낯설게 쳐다본다.

 

이방인을 향한 낯선 시선

 

전 오랜 해외생활로 이방인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남편은 여러이유로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차별을 본인이 느꼈기 때문이죠. 향후 뉴질랜드로 이민도 고려하고 있어요. 제 아이를 위해서도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차별은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한다.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는데 남편 이름을 직원이 잘 못 적었어요. 분명히 서류를 맞게 제출했는데 말이죠. 다시 바꾸려면 엄청 번거로워요. 힘들게 시간을 내서 다시 가야하죠. 또 혼인신고를 하려고보니 이름 적는 칸이 너무 작더라고요. 남편 풀 네임은 총 16글자인데 칸이 작아 힘들게 적었어요. 사소한 것이지만 좀 더 이주자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아요.”

박 씨는 지금 결혼 비자 인터뷰 심사를 앞두고 있다. 만약 이번에 비자를 받지 못하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행정사를 고용해 일을 맡겨야 한다. 박 씨는 행정사 비용을 일부러 내고 싶지는 않아서 직접 부딪치고 있어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책은 많이 있잖아요. 반대로 한국인 여성이 이주외국인과 결혼할 경우는 지원책이 마땅히 없어요. 마찬가지로 언어지원부터 동일한 지원서비스를 받아야 할 텐데요. 항상 다수를 위한 정책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 소수가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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