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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의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고 싶어 시의원이 됐다. 이왕이면 대안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의정활동을 펴고 싶다.” 소위 대학 운동권 출신으로 사회단체 활동을 하다 지난 2002년 청주시의회 의원으로 당선, 시민들 앞에 얼굴을 내민 연철흠 의원(44·운천 신봉동)은 이름이 웬만큼 알려진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를 소개하는 이유는 의회에 입성한 뒤 구태의연한 틀을 벗고 새시대의 의원상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 운동권출신 의원
지난 98년에 지방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실패하고 ‘재수’끝에 목적을 달성한 연의원은 충주시의회의 고명종 의원과 함께 운동권 출신으로 의회에 들어가 관심을 모았다.
청주대 지역개발학과 출신으로 수배생활을 ‘밥 먹듯 하다’ 졸업한 뒤 청주지역민주청년연합 의장, 민주당 흥덕지구당 사무국장, 노영민 열린우리당 선거 사무장 등으로 ‘정치물’을 약간 먹기도 했다. 이 와중에 그는 민디자인이라는 기획사를 차렸으나 운동권 후배들의 선거 홍보물과 시민사회단체 소식지 등 돈 안되는 인쇄물을, 그것도 외상으로 해주는 바람에 ‘홀딱’ 망해 아예 사업체를 처분하는 아픔도 겪는다.
“처음에는 의회에 들어와 내가 왜 이런 진흙탕에 와있나 생각했다. 그런데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끔 나의 의도를 잘 못 해석해 뒤에서 비난하고, 일 좀 하려고 할 때 곧잘 입방아를 찢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의회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소 침체된 의회 분위기 속에서 연의원의 행동은 곧잘 튄다. 지난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업체 선정과 관련한 시정질의를 하면서 보충질의 기회를 주지 않자 의사봉을 뺏은 사건은 두고 두고 회자됐다. 그는 이 때 입찰 응시규정에 어긋나는 업체를 선정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집행부의 답변이 부족하면 보충질의를 할 수 있는 것이나 의도적으로 질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로 인해 청주시는 감사를 벌이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뒷처리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게 끝났다고 연의원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는 올해 ‘청주시의회 신행정수도건설 및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유치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초선인데다 아직 젊어 다소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연의원이 특위 간사를 맡고 있었으나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위원장 역할을 하게 된 것. 그래서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뛰고 있는 그는 7월 들어 잇달아 신행정수도 및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과 관련한 토론회와 성명서 발표, 지역 국회의원 간담회를 열어 지역현안을 다함께 논의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중앙당에서 신행정수도건설과 관련한 특위 구성이 부결돼 충북도민 전체가 분개하고 있을 때, 그는 이에 항의하는 농성을 시의회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연의원의 말이다. “혼자 플래카드를 걸고 3층 특별위원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더니 의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다 나중에는 전의원이 참여했다. 그러면서 탄력이 붙어 한나라당과 민주당 충북도당을 방문하고 성안길에서 촛불집회까지 하게 됐다. 이것이 도민들이 결집하는데 큰 기폭제 역할을 한 것 같다.” 사실 전에는 시의회 차원에서 항의농성이라든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즉각적인 행동이 없었다. 신행정수도와 관련한 일은 사안이 크기도 크지만 이처럼 발빠른 대응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입법활동 제대로 하고 싶어”
연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의원들이 지역구 마을안길 포장이나 공원조성, 도로개설 등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집행부 견제와 감시기능이 먼저라는 것이다. “의원 중에는 동네 일 잘하는 사람과 동네 일은 못하지만 입법활동이라든지 집행부 감시를 잘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아마 후자는 손에 꼽을 만 할 것이다.”
실제 전자같은 경우는 ‘동 대표’ 소리를 듣는다. 선출직이라는 점 때문에 주민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지나치게 동네 일에 치중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주민들의 애경사나 자신의 낯을 ‘세우는’ 행사가 우선이다. 기초의원들에 대한 불만은 아마 여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소한 이런 점에서 연의원은 진정한 의정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주민들로부터 ‘왜 경로당에 안 오느냐’ ‘게이트볼장에도 나와라’ 등의 요구사항이 있고 동네일에 신경도 안쓴다고 비난을 받지만,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자유롭다. 초기에 그는 의원들에게 조례개혁특위를 만들어 불합리한 조례를 개정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교수,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의원 등이 참여한 특위를 구성해 조례를 손보자고 했으나 참여 저조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보행권조례와 가로수조성 및 관리조례가 제정되도록 노력하고 현재 심의중인 시민참여기본조례에도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시민참여기본조례는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하는 것을 조례로 규정, 향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뒷 얘기지만 일부 의원들이 시민참여를 의회의 도전으로 이해할 때는 답답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그가 동네 일에 영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회에 입성하면서 그는 ‘운천신봉 이웃사랑 나눔모임’을 만들었다. 지역구에서 뜻있는 사람 15명과 십시일반으로 시작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인데 현재는 이 업무를 주민자치위원회로 넘겼다. 공식적인 직책만 해도 토지평가위원·시정평가위원 등 5개에다 심의위원 10개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그는 입법활동에 뜻이 있어 앞으로도 조례 제정과 개정작업에 몰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위 활동을 통해 “신행정수도 오겠어?” 하는 식의 지역 패배주의에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