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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스님과 족구 한판을..."
2004. 07. 31 by 충북인뉴스

지난 27일 정오 강원도 평창군 월정사. 점심 공양을 마친 스님들이 사찰 한쪽에서 족구 연습에 한창이다.

주지 정념(48) 스님은 고무 털신을 신고 공을 찼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는 불볕 더위에 털신을 신다니? 스님은 "사시사철 털신이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스님들은 둘로 팀을 나눠 연습을 했다.

다음달 7~8일 진부체육공원에서 열릴 '제1회 오대산 월정사배 평창군 족구대회'가 코앞에 다가온 것. 행사에는 평창군 8개 읍면에서 20개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주최 측인 스님들도 팀을 구성했다.

"우승하려고요"라고 묻자 스님 한 명이 "어림도 없어요. 평창군 족구 실력은 전국 최고에요"라고 답했다.

공을 따라가던 주지 스님이 운동장 바닥에 미끄러지자 '하하하' 폭소가 터졌다.

정념 스님이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했다.

지금의 족구장이 한국 사찰 최초의 축구장이었다는 것. 1940년대 후반 월정사에 머물렀던 영암(1907~1987) 스님이 승려 체력 보강 프로그램으로 축구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당시 자주 발생했던 산불을 진화하는 데 필요한 체력을 쌓는 차원에서 스님들이 축구를 했다는 것. 요즘 출중한 축구 실력으로 유명한 해인사의 축구장도 영암 스님이 월정사 다음에 만들었다고 한다.

천년 고찰 월정사가 변하고 있다.

모토는 크게 두 가지다.

지역과 함께, 시대와 호흡하는 불교다.

올 초 정념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극장 하나 없는 산골 마을에 문화 포교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예컨대 월정사에선 지난 5월에는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10㎞ 비포장 국도를 걷는 '오대산 천년의 숲길 걷기 대회'를, 6월에는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아홉살 인생'을 상영하는 '산사영화제'를 열었다.

'염불과 참선'의 산사가 '영화와 체육'의 사찰로 탈바꿈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오는 9월 12일 1개월 일정의 '일반인 단기 출가출교'를 시작하고, 10월 8~10일에는 '제1회 불교문화 대축제'를 개최한다.

불교문화 축제에선 사찰음식.다례.탑돌이 체험 등의 불교 행사와 영화제.사진전.음악회 등 문화 행사가 한데 어울릴 예정이다.

일반인 대상의 불교대학도 9월 4일 개강하고, 내년 3월에는 월정사배 축구대회도 계획됐다.

"지금까지 사찰이 지역사회에 기여한 게 적은 것 같습니다.

사찰 내부에만 눈을 돌리고 외부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죠. 변화하는 사회를 껴안으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 정념 스님은 월정사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산속에 갇힌 사찰, 사회와 단절된 불교가 아닌 지역에 봉사하는 사찰, 문화를 창달하는 불교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주 5일제 도입, 웰빙 바람 확산 등 급변하는 사회에 불교도 대답해야 합니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즐겁게 찾아오는 사찰을 만들려고 해요." 스님은 '무유정법(無有定法)'을 강조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법은 없다는 것. 진리는 하나이되 이를 전하는 방편(方便)은 '팔만사천 가지'라고 덧붙였다.

"도시에선 이미 보편화한 프로그램이지만 이곳에선 처음 시도하는 것입니다.

주민 반응도 좋아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사찰 전체를 자연공원으로 꾸미고 싶습니다.

이젠 사찰도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가 시대가 아닐까요." 월정사(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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