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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서점원 10년차 정도선 씨의 ‘서점’이야기
“동네서점은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에요”
2018. 11. 14 by 박소영 기자
정도선 씨

서점원으로 ‘10년’을 보낸 건 소년시절의 기억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충남 홍성으로 이사를 갔는데 적응을 잘 못했어요. 그 때 책방에 자주 갔는데, 어느 날 주인아저씨가 작은 의자를 내주셨어요. 서점은 늘 따뜻한 기억으로 존재하게 됐죠. 서점에서 일하는 게 어릴 적 꿈이었어요.”

정도선(37)씨는 지난해 청주 금천동에 있는 ‘꿈꾸는 책방’의 서점원으로 왔다. 아내 박진희 씨도 함께 서점에서 일했다. 최근 서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잠시 일을 접게 됐다. 일을 그만두는 시점에 그는 ‘서점의날’행사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서점조합연합회가 지난해부터 주최한 행사인데 11월 11일에 열린다. 책이 책장에 꽂혀있는 모습을 따와 날을 정했다. 그가 또다시 책과 관련한 일을 택할지, 이 곳을 떠날지는 알 수가 없다.

서점의날 행사에서 상을 받는 서점 종사들. 왼쪽에서 4번째가 정도선 씨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노원문고, 진주에 있는 진주문고에서 일했다. 꿈꾸는 책방은 그의 세 번째 일터였다. “서점 운영이 굉장히 힘든 시대예요. 앞으로 2~3년 사이 문 닫는 서점이 늘어날 것이라고 봐요. 이러한 상황에서 상을 받았으니 전 서점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요. 서점이 왜 있어야 하는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에 독립서점들이 생겨났다. 책과 관련한 콘텐츠를 같이 파는 서점들에 대해 언론도 시민도 주목했다. 하지만 유명세를 탔던 서점들도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상황.

서점이 있는 동네는 이제 거의 없다. 동네서점은 왜 있어야 하나? “동네에 서점이 있다는 것은 마트나 식당이 생기는 것과는 다르다고 봐요. 동네에 마음을 주는 공간이 생긴 거잖아요. 책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을 같이 고민할 수도 있고요.”

사람들은 ‘제값’을 주고 책을 사는 것을 꺼린다. 그동안 출판사에서 벌인 책 값 할인 정책에 길들여진 독자들이 많기도 하고 일단은 책을 잘 읽지 않는 문화도 오프라인 서점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오프라인 서점은 공급률 차이가 커서 정가를 받아도 마진이 좋지 않아요. 유독 책값에 대해서는 인색할까요. 생필품은 그 가격그대로 받잖아요. 책이 가진 물성의 가치를 모두 인식하면 좋겠어요.”

그의 인생에 있어 책과 서점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서점원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일에 대해 묻자 심각하게 말을 잇던 그가 “절판된 책을 구하려다 아내를 만났어요. 그게 제일 큰 행운이죠”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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