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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김정기 총장, 즉각 석방하라”
2002. 11. 14 by 충청리뷰
서원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7일에 이어 13일 또 한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주지검은 서원대학교 총장을 즉각 석방하라’는 내용의 성명서에는 청주지검의 표적·과잉수사를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들은 여기서 “그동안 청주지검에 의해 장기적이고 무차별적인 수사를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비리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곧 김정기 총장이 결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검찰이 총장의 구속을 강행한 것은 순수한 법 집행 의지가 아니라, 양심세력과 신성한 상아탑을 탄압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이들은 청주지검이 법을 빙자해 대학의 정상적인 업무와 대학 고유의 과제에 대해 간섭하고 무차별적으로 수사 범주에 포함한다면, 누가 보아도 검찰권의 남용으로 인한 횡포요, 표적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7000명의 학생과 180명의 교수, 그리고 120명의 직원 및 78명 조교 일동은 대학을 지키기 위해 미래창조관 건축에 관련된 의혹을 엄정하고 조속히 밝혀 이 문제로 대학의 위상이 추락되지 않도록 할 것, 건축문제에 관한 것 이외의 무차별적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 등을 검찰에 요구했다.
김태봉 교수협의회장(44)은 교수 대표로 두 차례에 걸쳐 교수비상총회를 소집해 전체적인 의견을 이끌어내고, 성명서를 발표한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교수는 “대학으로서는 요즘이 대목인 입시철이다. 엄밀히 말해 공사관련 수사는 개인의 문제이지 학교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일로 학교 자체가 손실을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난 6일 교수회 총회에서 물었을 때 김정기 총장은 ‘건축비리와 관련해 어떠한 비리나 불법도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김총장에 대한 구속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백번 양보하여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도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없는 한 구속사유가 될 수 없다 “고 흥분했다.

- 대학 구성원들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 전에는 검찰 수사가 사실관계 여부를 드러내야 했기 때문에 수사를 지켜 보았는데, 대학의 고유업무까지 수사선상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명백한 학교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불법비리 수사의 정당성 여부에도 흠집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구성원들은 총장의 해명이 검찰 수사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기를 기대하는 한편 검찰의 수사가 조속히 종결되어 입시 등 시급한 업무가 지장을 받지 않고, 이로 인해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의견을 모았다. 더욱이 총장이 구속되자 권력을 남용하는 검찰이 우리 학교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 대학의 고유업무가 수사선상에 올라갔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 청주지검은 이미 재단인수 희망자들이 낸 의향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조사를 했고, 역사문화관 내부 공사와 관련해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산하 중고등학교의 교감 승진문제도 수사를 받았다. 학교에서는 교감자격증 소지자보다 교감으로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것을 항상 자격증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공연한 시비일 뿐이고 이 것들은 미래창조관과 관련 없는 업무들이다.”

-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검찰 관계자가 김교수한테 해명성 전화를 걸었다고 들었다.
“ 그렇다. 강 모 부장검사가 전화를 해서 성명서를 보았는데 자신들은 건축부분에 관련된 수사에 한정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왜 관련없는 것까지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느냐고 하자 주임검사가 오해를 해서 그런 것이라고 답변하며, 관계되는 직원을 소환했지만 바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검찰이 법적으로 수사권이 있다고 해도 수사가 이렇게 장기화돼서 학교가 불이익을 받고, 이는 학교탄압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그 쪽에서 바로 종결할 것이라고 대답해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어 김교수는 검사에게 “이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변했다”는 말을 덧붙이며 “수사과정이 지역언론에 보도돼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자 검찰에서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낸 적 없다. 김총장도 이런 부분에 대해 검찰에 보도자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그는 검찰의 이런 해명과 달리 수사가 계속 확대되고 김총장 석방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일치단결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 최완배 퇴진운동 이후 최대 사건인 이 문제를 보는 구성원들의 시각은 어떠한가. 외부에는 교수들간에 파벌이 형성돼 갈등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 교수들이 총장사수와 퇴진파로 나뉘어진 것처럼 알려졌는데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요즘 우리 학교가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내가 총장의 학교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일부 교수들이 퇴진 쪽으로 몰고 가는데 내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다. 총장의 법적인 책임, 즉 총장이 비리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은 바 없고 학교운영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교수협의회가 비판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구인 만큼 평소에 총장의 리더쉽과 직원구조 비효율적·적자운영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하고 이는 검찰의 일련의 수사와 별개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1년 4월 양태순 전 회장의 사퇴로 교수협의회장을 맡게 된 김태봉 교수는 잔여 임기를 채우고 올 2월 회장에 당선됐다. 지난 88년 서원대 중문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교수협의회장으로 대학측에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교수는 “부당한 검찰수사로 인해 학교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어 올 입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은 물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법인영입 또한 큰 차질을 빚어 학교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는 성명서 문구대로 학교의 앞날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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