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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사이버 음란물, 청소년을 병들게한다”김 민 주성대 청소년문화학과 교수
2003. 01. 16 by 충청리뷰
‘눈이와요’ ‘새해에도 또 만나요’ ‘오빠 주말에 시간 있나요?. 이런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고 치자. 반가운 마음에 얼른 열어 보았다가는 기겁을 하게 된다. 마치 친한 사람이 소식을 전한 것 같지만 십중팔구 음란성 메일이기 때문이다. 청주시내 고교생 10명으로 구성된 ‘청주YWCA 바른정보문화지킴이단’이 최근 받은 메일을 조사해본 결과 성인광고 표시가 안돼 있는 이런 메일들이 성행위 장면 동영상을 동반한 채 무작위로 보내지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요즘은 원하든 원치 않든 클릭 한 번으로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성적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음란물들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히 크다. 주성대 청소년문화학과 김민 교수(37)가 바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이버 음란물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는 김교수는 이런 문제를 토론하고 연구하는 세미나의 ‘단골 손님’이다.

- 최근 인터넷 음란물의 기술이 매우 발달해 혀를 차게 하는데 그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가?
“음란물이란 성적 충동과 행위를 야기하는 물건의 총체로 정의되는데 이들 중에는 어느 주제에 특화해서 관련 데이터를 구축, 전문적인 영역만을 표방하는 사이트까지 생겼다. 이를테면 동성애자를 위한 것, 성도착 및 변태적 성행위만을 모아둔 것, 거대한 남성성기 혹은 노골적으로 혐오스러운 장면만을 모아놓은 엽기사이트, 장애인과 기형적 신체자와의 성교, 시체나 동물과의 성교 행위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또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관음증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이트와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제작되는 헨타이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음란 사이트들이다. 그리고 인터넷 성인방송국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누드사진과 동영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김교수는 탤런트 성현아의 누드집이 발표 하루 만에 청소년들 사이에 유포됐다는 소문이 있다며 요즘 음란물을 다루는 기술이 이 정도라고 부연설명했다.

- 요즘에는 음란성 메일을 보낼 때도 성인광고 표시를 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확산시켜 스팸메일 지우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을 정도다.
“이 세계는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 인터넷 포르노사이트를 한 번 이라도 이용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남기면 이메일 주소를 역추적해 이런 메일을 보내고 쇼핑몰 등을 이용했다 정보를 유출당해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통해 번호를 무작위로 도용하기도 한다. 포르노사이트도 전에는 ‘XXX’ ‘SEX’같은 이름이 들어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고 하루에도 수백개의 사이트가 생겼다 없어졌다 한다. 음란성 메일 역시 성인광고라는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청소년들이 유료 성인사이트에 들어갈 때 부모나 아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고 하는데 본인인지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 같다.
“확인을 할 수가 없다. 주민등록번호가 맞는지 하나 하나 확인하려면 시간과 돈과 노력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 요즘에는 사이버 음란물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연령층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지지 않았는가.
“과거에는 중학생 정도나 돼야 음란잡지를 보았는데, 95년 PC가 보급되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사이버 음란물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국의 고등학교 2∼3학년 1765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사이버 섹스중독 실태를 조사했는데 이중 8.2%가 중독 증세를 보였고 그 가운데서도 1.5%가 중증이었다. 여기서 중독으로 나타난 아이들은 거의 매일 음란물을 접하는 정도다.”

- 가장 중요한 것이 이런 음란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일 것이다.
“청소년들이 사이버 상에서 음란물을 접하게 되면 왜곡된 성의식과 여성폄하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그리고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구분하지 못해 성폭력, 성추행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이버문화가 역기능만 있는게 아니어서 폐쇄시킬 수도 없고 순기능을 최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프랑스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인터넷 사용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교재를 발행해 초등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늦었지만 이런 인터넷 사용자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단체들이 문화지킴이 활동을 펴고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개인정보 침해 및 불법 스팸메일 발송으로 적발된 업체가 2001년보다 15배 늘어난 997개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몸이 단 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청소년들에게 음란성 메일을 보내거나 메일 주소를 무단 추출·판매하는 행위를 집중단속해 이달 중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스팸메일 대응 전담조직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7년 주성대 교수로 부임한 김민 교수 연구실에는 이와 관련된 서적과 자료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갈수록 지능화 돼가는 사이버 음란물 세계를 연구하고 그 폐해를 알리는 그의 활동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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