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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법률상인’ 거부, ‘윤리회복’ 주력 김재중 청주변호사회 회장
2003. 01. 30 by 충청리뷰
법조 3륜의 한 축인 변호사. 검사, 판사 앞에서 피고의 억울한 누명을 후련하게 벗겨주는 법정드라마의 주인공은 항상 변호사다. 공권력에 맞서 진실규명을 위해 애쓰는 변호인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드라마와 달리, 변호사에 대한 시선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물론 일부 왜곡된 고정관념도 있지만, 어찌됐든 우리 변호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변호사가 단순히 법률기술자, 법률상인으로 머물기 보다는 전문직 종사자로서 사회의 공적기능을 담당하고 고도의 윤리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 스스로 자정기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청주지방변호사회 제19대 회장으로 선임된 김재중변호사(43·사시 25회)는 역대 최연소 회장이라는 진기록을 갖게 됐다. 전임 회장인 김교형변호사(46)는 전국의 지방변호사회장 모임에서 최연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50대 중진들이 포진하는 지방변호사회장에 연거푸 40대 젊은(?) 변호사가 선임된 배경은 무엇일까. “사실 내가 맡을 자리가 아닌데…, 청주가 법률시장으로 좁다보니 80년대까지 개업 변호사가 드물었다. 그때 선배님들은 한번쯤 회장직을 다 맡으셨고 사법시험 기수을 감안하다보니 40대에게 짐이 맡겨진 것이다”
청주지방변호사회는 도내 전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66명이 회원으로 참여했고 청주 개업 변호사만 43명에 이른다. 김영삼정부의 사시합격자 증원이후 회원수가 거의 2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젠 법률사무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변호사가 앉아서 사건을 기다리던 시절은 지나갔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등기·경매업무까지 변호사사무실에서 병행하고 있다. 이른바 변호사들의 ‘춘추전국시대’를 맞게된 것이다.

수임 과열경쟁 부작용 막겠다
“주변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소위 브로커를 통해 무리하게 사건수임을 하거나 과다 수임료 등으로 원성을 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윤리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단체의 감찰기능을 통해 바로잡을 것이다. 등기·경매업무 영역까지 확장되는 것은 변호사 수의 급증에 따라 송무사건 수임이 감소되면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주민들에게는 공신력있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다”
김회장은 대한변협 감찰위원으로 6년간 활동한 이력을 과시하듯 ‘공정한 경쟁’과 ‘윤리기준’을 재차 강조했다. “일부 변호사사무실의 경우 채용해서는 안될 조건의 직원을 쓰는 경우가 있다. 과거 사건수임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브로커를 고용하게 되면 결국 전체 변호사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과도한 수임사례비로 인해 공멸을 초래하게 된다”
교동초교, 세광중, 청주고, 한양대를 졸업한 청주토박이인 김회장은 현재 충북대 법과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노동위원회, 도인사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 10여개 위원회에서 법률자문을 맡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회장은 지방변호사회가 지역밀착화사업을 통해 봉사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온 무료법률상담과 중앙공원 무료급식제공 사업을 이어갈 것이다. 도교육청을 통해 중·고교 청소년을 위한 법률강연을 확대실시해 인격 형성기에 준법의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 지역의 인권현안에 대해서도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공식성명을 발표하는등 적극 나서겠다. 하지만 간접적인 방법이 효과적인 경우에는 국회 법사위원 등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봉사, 전문성 제고 급선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선거공약 가운데 사법개혁이 비중있게 논의됐다. 또한 정권인수위에는 노당선자의 측근 변호사를 비롯한 다수의 법조인이 포진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등 개혁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로스쿨은 변호사 자격증을 양산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질적저하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그렇게 배출된 무수한 사람들이 개업할 경우 사회적 손실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90년대 후반이후 개업 회원이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사무실 운영에 급급한 변호사도 많다. 로스쿨 배출자가 결국 고소득을 꿈꾸는 실업자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업권보호 본능일까, 로스쿨에 대한 단호한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내부개혁이 아닌 개선 차원에서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동안 일부 언론에서 변호사들을 고소득 특권층으로, 세금도 잘 안내는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과거시절에, 또 극소수가 그런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청주변호사회의 경우 작년에만 8명의 회원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법원자료까지 직접 확인해 유리알처럼 다 들여다 본다. 전관예우라는 오랜 관행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특히 변호사들이 많다보니 동일 성격의 사건에 대한 판결이 다를 경우 직간접적인 반발을 받게 된다. 외부조건은 많이 나아졌고 앞으로는 변호사 스스로 자신만의 전문분야로 특화시켜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총회에서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선출된 김회장은 이튿날부터 별도의 취임식없이 2년 임기를 시작했다.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닌데’라며 거듭거듭 자세를 낮춘 최연소 회장이 2년 뒤 ‘그 자리’를 어떤 모습으로 비울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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