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사람@인터뷰
여전히, 제자들과 소통하며 “초심으로 최선을”
젊은 엄마처럼…은퇴교사 서혜랑 씨
2024. 05. 15 by 김천수 기자
의퇴 후 청년처럼 활력있게 활동하는 서혜랑 선생님.

“토요일에 오래된 제자들과 도봉산 둘레길을 걷고 왔다”, “시니어오케스트라 연주 무대에 서고 왔다”고 최근 소식을 전하는 왕성한 노년(?) 서혜랑 선생님을 소개한다.

2015년 교직을 은퇴한 서혜랑 선생은 7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누가 보아도 10년은 젊게 보이는 활력이 넘친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이라도 있는 건지 궁금하다.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중학교까지 다니고 상경 수학한 뒤 영신여고와 과천여고에서 36년 6개월 동안 교직을 지냈다.

뜻깊었던 교직 생활을 회상한 그는 1976년부터 근무를 시작한 영신여고 시기를 떠올렸다. “교사로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가정 사정이 몹시 어려웠던 학생들도 참 많았던 시절이었다”고 밝혔다. 담임반 한 학생의 사정이 어려워 도와줬던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중요한 것은 그것이 훗날 (제자가) 자녀를 키우는 밑거름이 되어 아들이 대학교 정교수까지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을 때 나의 일처럼 뿌듯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서혜랑 선생은 교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발전을 위한 배움도 계속했다. 가정교과 교사인 그는 교도교사(상담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청소년 상담 교육과정, 인지상담기법 과정을 수료했다. 이를 기화로 과천여고에선 상담교사로도 20년을 봉직했다.

서 전 교사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제자들이 주요 공직에서 훌륭한 일을 하고,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는 등 포근한 소식들이 많아 기쁘다”는 말로 사도(師道)의 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고마워했다.

제자들과 도봉산 둘레길을 걷고 있는 서혜랑(오른쪽 두번째) 은퇴 교사.

그는 “교직생활 동안 ‘초심을 잃지말고 최선을 다 하자’는 마음 하나로 정년퇴임까지 하게 됐다”며 “감사한 일은 47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제자들과 두 달에 한번 모여 걷기도 하고 운동도 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캘리그라피 스페셜리스트, 서예 지도사 자격을 갖춰 즐기고 있다. 또한 교직 때 조금씩 배워놓은 앨토색소폰으로 시니어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특히 상담교사 경험을 책을 내자는 권유가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제자들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제자 중에는 발전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손편지로 보내오기도 한다. “처음 뵌 게 11년 전 어리기만 하던 여고 1학년생 때였지요. 지금은 석사를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한참 진로 고민을 할 때, 해답을 진심으로 조언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요리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철없던 여고시절 선생님의 학생이었던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겠습니다. 선생님의 영원한 제자 드림.”이란 애제자의 편지다.

제자는 SNS를 통해서도 “선생님 저 2월말에 학위수여식한 사진입니다. ㅎㅎ선생님이 좋아해 주실 거 같아서요^^”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이에 서 교사는 “수고했어... 힘든 일을 해냈구나. 신통해라 축하해. 더 큰 꿈을 향해서 계속 go go”라고 받는다.

서혜랑 선생은 최근 제자들과 그들의 엄마처럼 함께 도봉산 둘레길을 걷고 회식도 했다. 중랑천 봄꽃축제 때는 동대문문화원 시니어오케스트라 일원으로 섹소폰을 불었다. 충북산악회 대외협력관을 지낸 그는 틈틈이 감곡면민회 등반 모임 등에도 참석하는 등 고향사랑도 남다르다. 요즘 여리고 진한 녹색의 향연, 아름다운 봄을 청년처럼 맘껏 누리고 있다.

제자들과 회식 자리를 즐기는 서혜랑(오른쪽 두번째) 선생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