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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명상하면 ‘참 나’를 만날 수 있다”금인숙 명상 강사·사회학박사
2003. 03. 07 by 충청리뷰
청주대 평생교육원의 2003 봄학기 프로그램에서 눈에 번쩍 띄는 게 있었다. 바로 ‘명상’이다. 대학측은 ‘참 나의 존재를 체험해보기 위한 기초지식, 명상기법, 기체조를 통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는 과정’이라고 소개한다. 언제 부턴가 우리사회에 불기 시작한 명상 바람에 대학도 동참한 것이다. 하긴 ‘참 나’와 만나는 귀중한 체험에 누가 예외가 될 수 있으랴.
그 중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것은 명상 강사인 금인숙(51·대학강사, 사회학박사)씨다. 그는 ‘괴짜’들만이 명상을 할 것 같은 고정관념을 깼다. 현재 충북대·청주대·서원대에서 사회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금 박사는 충북여성민우회에서 1주일에 한번씩 명상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한살림 분평동 소모임, 괴산 제월리 귀농자 모임 등에서 이미 명상 강사로 이름을 얻어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유명 강사’로 통한다. 꾸준히 명상을 한 덕분인지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그의 표정은 상당히 편안해 보였다.

- 명상을 한 마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우리는 지위가 얼마나 높으냐, 학력이 어느 정도냐, 외모가 예쁘냐, 젊으냐 늙으냐 등으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구별짓고 이렇게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나’가 전부인줄 알고 살아간다. 그러나 에고(ego)를 뚫고 들어가면 사랑과 평화, 자비 등으로 가득찬 본성을 만나게 된다. 우리 안에 있는 성스러운 존재와의 만남, 이것이 명상이다. 여러 겹 덧씌워져 있는 껍데기를 풀고 욕심과 집착, 미움 등을 버리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인들은 이런 마음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수단으로서 명상 기법이 필요하다.”

- 어떻게 해야 우리안에 있는 성스러운 존재와 만나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우선 숨을 내쉴 때 불안, 근심, 걱정, 고통 등을 함께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가장 기본이다. 가슴이 답답할 때 숨을 크게 내쉬면 편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데 들이쉴 때는 배꼽, 내쉴 때는 배꼽 바로 뒤(命門, 생명이 들어오는 문)를 생각한다. 이 때 편안한 상태가 되면 행복해져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불상의 은은한 미소처럼. 그렇게 되면 내안에 있는 찬란한 존재와 하나가 돼 깊숙한 휴식속으로 빠져든다. 그래서 마음이 고요해지면 자연호흡이 되도록 하고 숨 상태를 지켜보다 마음이 환하게 열리면 막힌 가슴이 뚫린다. 그 다음 아랫배 쪽으로 내려가면서 잡념을 없애고 내가 하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명상은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범인이 고요한 상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일종의 훈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금 박사는 수강생들에게 일단 몸을 풀어주는 운동을 시키고, 이어 명상을 하게 한 뒤 새 생명의 에너지를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주는 마무리 운동을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 어떤 계기로 명상을 하게됐는지 궁금하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음악교사 생활을 4년간 했다. 그리고 나서 학교를 그만둔 뒤 경북대에서 사회학 석사,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위스콘신대학에서 공부했는데 당시 룸메이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가장 낮은 차원의 나, 밑바닥의 자신을 바라보고 인간과의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인생이 무의미하며 공허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됐다. 귀국해 교사생활을 할 때 동료였던 선생님을 만났다. 전교조 전신인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된 사람인데 산 속에서 토굴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분한테서 사람이 대자연과 하나되는 특별한 체험에 대해 듣게 됐다. 그는 내게 “자유를 누려보라”며 미국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이 때부터 명상에 관심을 가졌다.”

- 명상을 하면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명상하면서 성스러운 체험을 하면 모든 존재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고 느껴진다. 모든 존재는 찬란히 빛나는 빛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명상을 하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내 마음의 평화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나를 동일시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부처와 예수가 될 수도 있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교육문제이고, 내 아이가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명상을 하면 꼴찌해도 태연해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만들어준 기준에 다다르기 위해 부회뇌동 할 뿐이다.”
금 박사는 명상한지 1달 반 정도 지나 ‘참 나’를 만나는 체험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뒤에는 성서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미움이나 걱정, 증오, 화를 다스릴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자신과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던 사람에게 모두 연락해 먼저 화해하자고 했다며 웃었다.

전에는 명상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급속히 늘었다는 그는 “9·11 테러 등 대형 사건, 사고가 많고 사회가 각박하다보니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IMF 이후 심해진 빈부차도 여기 한 몫 했을 것”이라며 명상에 대한 높은 관심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 3월부터 청주대에서 종교사회학을 가르치게 될 그는 “명상을 한 뒤 종교를 공부해보니 모든 종교가 한 가지다. 신비주의도 인간과 신이 하나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신과 같은 존재로 귀중하다는 이야기를 몇번씩 강조한 금 박사는 “살인한 사람도 예뻐 보인다”고 말해 듣는이들을 놀라게 했다. 역시 명상을 공부한 사람다웠다.
/ 홍강희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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