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사람@인터뷰
“벤처기업 전망 결코 어둡지 않아”장흥순 한국벤처기업협회장
2003. 03. 14 by 충청리뷰
DJ 정부들어 한때 눈부신 양적 성장을 기록한 벤처업계가 최근 장기 위기국면에 빠져든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의 주가조작과 회계부정으로 벤처업계 전반이 불신받는가 하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라는 기업경영 본연의 영역에서 한계에 부닥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돈 지 오래다. 300이 넘던 코스닥 지수가 40선 마저 무너진채 10분의 1 토막으로 내려 앉으면서 우량·비우량 업체를 불문하고 도매금으로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벤처의 미래는 정말 없는 것인가.’
충북 출신의 대표적 1세대 벤처기업가이자 2000년부터 벤처기업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주)터보테크의 장흥순 회장에게 이 물음을 던져봤다.
-벤처기업들이 최근들어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벤처의 위기 원인은 무엇입니까?
“김대중 정부의 벤처정책 방향은 큰 틀에서 옳았습니다. 부작용이 없던 건 아니지만 양적 성장 측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봅니다. 다만 벤처업계가 더 이상 양적 성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벤처업계 스스로 다양한 수익창출 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장 회장께선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 IT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셨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새 정부에게 요청하고 싶은 벤처 정책의 방향이 있을 듯 합니다.
“DJ정부가 양적 성장을 이뤄낸 만큼 새 정부는 질적 성장 위주의 정책환경 조성을 통해 국내 벤처기업들의 내실을 촉진해야 합니다. 그동안 DJ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토대로 제도·금융·세제 등에서 많은 지원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직접지원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대신 간접지원 방식으로 정책방향을 전환, 벤처업계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속 실력’을 키우도록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수요 창출을 위한 각종 인프라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장 회장은 “이를테면 벤처기업 수출종합상사 설치를 비롯해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기술적 협력 확대,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제도 시행 등 정부와 대기업 쪽의 수요창출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새 정책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시장친화적 정책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벤처기업의 펀딩을 직접 돕기보다는 마케팅 활동을 돕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최근 시장에서 주가를 올리는 슬라이드폰(SD-1250)을 터보테크가 개발-생산하고, LG전자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파악·제품기획·자재구매·판매를 맡아 제품을 출시하는 일종의 ODM(Original Develpment Manufacturing) 방식을 성공시킴으로써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듣고있다. 지난해말 출시된 슬라이드 폰은 불과 몇달만에 15만대 가량이나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IT업계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올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겁니다. 경기는 올 상반기 바닥을 거쳐 하반기엔 반드시 상승할 것입니다. 미국의 IT품목 재고가 거의 소진됐고 중국 시장의 잠재력이 큽니다. 이미 끝모를 바닥을 경험한 벤처업계 아닙니까.”
-2000년인가요? 모교인 충북고에 무려 10억원이라는 거액의 장학금을 후배들을 위해 쾌척하셨습니다. 그 밖에도 부의 사회 환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오셨는데요.
“우수한 두뇌가 곧 1개의 공장인 시대입니다. 미래 벤처산업군을 키워나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업이 자신을 키워준 사회에 부를 환원하는 건 의무 이전에 당연한 일 입니다.” 장 회장은 인천의 중증장애인시설인 성린재활원에 사재 1억원을 기탁하기도 했고, 2000년엔 KAIST에 후배창업기금으로 타 벤처기업인과 함께 조성한 100억을 기증하기도 했다.
최근 충북출신이 잇따라 입각하거나 차관에 임명된 것과 관련, “기업하는 입장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지만 타향에서 동향 선배들의 자랑스런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이 고무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는 장 회장은 지난 2월 28일 4대 벤처협회장직에 이어 임기 3년의 5대 회장에 재추대되는 등 벤처기업인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KAIST를 졸업한 뒤 88년 당시 국내 산업계로선 미개척분야인 CNC(컴퓨터수치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터보테크’를 창업한 장 회장은 선반 등 산업·교육용 공작기계는 물론 에어컨·냉장고의 자동센서도 독자 개발하는 등 관련제품의 국산화를 통해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를 창출해 왔다. 이제는 CNC분야 뿐 아니라 홈어플라이언스, 정보통신사업부 등 3개 사업부를 두고 업역을 확장하고 있는 장 회장은 청주공장을 포함해 지난해 840억에 달했던 매출규모를 올해엔 1200억원대로 대폭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국내시장의 70%를 점유하던 일본에 맞서 CNC 기술을 자체 개발, 기술 주권을 이뤄낸 장 회장은 이 때문에 ‘극일전도사’ ‘기술독립군’이라는 명예로운 호칭까지 듣고 있다.
끝으로 그에겐 답변하기 곤란한, 그래서 실례될지도 모를 질문을 슬쩍 던져보았다. ‘장 회장의 자산이 코스닥 등록 직후 100억원대가 넘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요즘 소유 자산은 얼마나 되느냐’는 대중적 호기심이었다.
“잠재적으로(그는 ‘potentially’라는 단어를 썼다) 많이 있다가 잠재적으로 많이 잃었다”며 웃음을 지은 그는 시장변동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소유자산의) 숫자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이메일 대화와 전화대담을 통해 이뤄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