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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17년여전 체납 전화요금 뒤늦게 낸 양심할아버지
2003. 04. 03 by 충청리뷰
“말 그대로 10년 묵은 체증 내려간 기분”
조치원 박무희 옹에게 KT 감사패 전달

지난달 19일 충남 연기군 KT(옛 한국통신) 조치원 지점을 찾은 박무희 할아버지(67·연기군 전동면)의 두 손에는 빛바랜 서류와 돈봉투가 들려 있었다. 서류들은 17년도 더 된 1985년 8월 당시 조치원 전화국이 발송한 전화요금 납입청구서 4장이었고, 봉투속에는 청구서의 체납요금 129만 3800원이 들어 있었다.
“17년전 전화요금을 이제야 내러 왔어.” KT 조치원 지점 직원들은 박 할아버지의 낡은 청구서를 보고는 놀랐다. “이미 오래전에 저희 회사에서 자체 결손처리한 요금이에요. 할아버지께서는 이 돈을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데 유용하게 쓰시지요.”
하지만 박 할아버지는 막무가내였다. “그 당시 집사람 명의로 돼 있던 전화를 건설업체에 빌려줬었는데 그만 그 업체가 전화요금을 내지 않았던 모양이야. 사장은 도망갔고 그때 ‘나라도 요금을 바로 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았어. 그렇게 차일피일한 것이 시간이 이렇게 지난 거야. 늘 마음에 걸렸지. 오랜 빚을 갚아버리고 나니 정말 홀가분해.”
지난달 28일 KT 충북고객센터를 방문한 KT 이용경 사장(50)은 박 할아버지의 미담을 듣고 박 옹을 청주로 초청, 감사패를 전달하고 제주도여행권을 부상으로 전달하려 했으나 박 옹은 “감사패를 받는 것도 쑥쓰러운 데 여행권마저 받을 순 없다”며 극구 고사했다. KT는 박 옹의 완고한 뜻을 어쩔 수 없이 수용, 박 옹에게 지급하려 한 여행권의 해당금액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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