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충남 연기군 KT(옛 한국통신) 조치원 지점을 찾은 박무희 할아버지(67·연기군 전동면)의 두 손에는 빛바랜 서류와 돈봉투가 들려 있었다. 서류들은 17년도 더 된 1985년 8월 당시 조치원 전화국이 발송한 전화요금 납입청구서 4장이었고, 봉투속에는 청구서의 체납요금 129만 3800원이 들어 있었다. “17년전 전화요금을 이제야 내러 왔어.” KT 조치원 지점 직원들은 박 할아버지의 낡은 청구서를 보고는 놀랐다. “이미 오래전에 저희 회사에서 자체 결손처리한 요금이에요. 할아버지께서는 이 돈을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데 유용하게 쓰시지요.” 하지만 박 할아버지는 막무가내였다. “그 당시 집사람 명의로 돼 있던 전화를 건설업체에 빌려줬었는데 그만 그 업체가 전화요금을 내지 않았던 모양이야. 사장은 도망갔고 그때 ‘나라도 요금을 바로 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았어. 그렇게 차일피일한 것이 시간이 이렇게 지난 거야. 늘 마음에 걸렸지. 오랜 빚을 갚아버리고 나니 정말 홀가분해.” 지난달 28일 KT 충북고객센터를 방문한 KT 이용경 사장(50)은 박 할아버지의 미담을 듣고 박 옹을 청주로 초청, 감사패를 전달하고 제주도여행권을 부상으로 전달하려 했으나 박 옹은 “감사패를 받는 것도 쑥쓰러운 데 여행권마저 받을 순 없다”며 극구 고사했다. KT는 박 옹의 완고한 뜻을 어쩔 수 없이 수용, 박 옹에게 지급하려 한 여행권의 해당금액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