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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터뷰
김경수 청주세무서장
"납세자는 고객이 아니라 주인 입니다."
2003. 05. 02 by 임철의

첫 인상이 6척 장신에 호걸스런 풍모가 무인을 닮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요즘 치열한 내부 개혁에 나서면서 빠르게 이뤄지는 국세청의 변모하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들을 듣는 과정에서 의외로 차분하고 탐구적인 모습이 문인의 분위기에 더 가깝다는 생각쪽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낮 12시 김경수 청주세무서장(46)을 찾아 갔을 때 부속실 여직원은 황급히 손님인 기자에게 차 한잔을 갖다주곤 점심식사를 하러 구내식당으로 내려갔다. 김 서장은 “오늘 오전에 일정이 워낙 빠듯해 점심시간에야 인터뷰 약속을 하게 됐다”고 양해를 구한 뒤 식사하러 자리를 뜬 여직원을 의식한 듯 “이곳에 부임한 이후 모든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에는 열심히 일하되 주어진 휴식시간엔 상사의 눈치를 보지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직원은 올해 초 김 서장이 부임한 이후 민주적 리더십의 혜택을 거리낌없이 누리고 있는 셈으로, 부득이 남(?)의 식사시간에 일거리를 들고 찾아가게 된 기자의 제 발 저린 부담감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 했다.

-지난달 28일이었나요? 국세청이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개최한 뒤 세정 혁신방안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는데 구체적 내용이 무엇입니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납세자와 국민들에겐 가장 관심이 가는 핵심사항일 것입니다. 사실 세무행정에 대해 아직도 많은 분들이 형평성의 문제랄까요, 과세정의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이번에 변호사 의사 한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전담 세무조사반을 구성, 투명하고 엄정하게 세원관리를 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같은 판단의 연장선에서 나온 조치입니다.”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전담 세무조사반을 지방청에 설치한다고 합니다만. 충북의 경우 대전지방국세청 관할구역인 만큼 대전청에 관련 조사반이 구성될 것으로 압니다만, 청주세무서에도 기능의 일부분이 배정될 지 여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사무실 벽면에 걸려 있는 청훈(廳訓)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이런 국세청이 되자”라는 표현이 색다른 느낌을 던져줍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과거 같았으면 ‘국세행정 기본목표’와 같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표어가 내걸렸을 텐데 말입니다. 지난 3월 24일 이용섭 국세청장께서 부임한 후 눈에 띄게 달라진 변화중의 하나입니다. 납세자의 피부에 친밀감있게 와 닿도록 국세청의 다짐을 담아 낸 것 입니다. ‘납세자에게 감사하고 봉사하는 공손한 국세청’ ‘탈세에 대해 빈틈없이 과세하는 엄정한 국세청’ ‘국민이 참여하고 납세자가 신뢰하는 깨끗한 국세청’이라는 3가지 세부적 다짐은 공정·투명·신뢰세정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과거에 숱하게 경험했습니만 수사(修辭)만 바뀐다고 조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옳은 지적입니다. 그러나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전담 세무조사반을 구성키로 한 것은 획기적인 개혁 아닙니까. 또 ‘공손한 국세청’이 되기위한 조치도 이미 진행중입니다. 국세청은 종전까지만 해도 납세자를 ‘고객’ 차원에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납세자는 국가 행정기관인 국세청의 고객이 더 이상 아닙니다. 저희의 ‘주인’입니다. 국세청은 납세자를 주인으로 모시기 위해 미국의 국세청인 IRS와 같은 세계 일류 수준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납세행정을 완전 전산화, 투명하면서도 공평한 세정을 펼침으로써 성실한 납세자들이 더 이상 세무서를 찾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만들 생각입니다. 홈택스 서비스(HTS)를 통해 현재 간접세 분야만 가능한 전자신고를 소득세와 법인세로 확대합니다. e-세정을 활짝 여는 겁니다. 또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납세자는 우편 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세무조사시스템을 혁신, 납세자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되 반대로 탈세자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세무관서, 세무 공무원이 되겠다는 것 입니다. “

-일반 국민은 아직도 세무행정의 투명성 청결성에 전폭적인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용섭 청장 취임후 임기내 골프를 전혀 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자정을 위한 개혁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다만 이것이 수장만의 결의로 끝나선 안된다는 판단에서 깨끗한 국세청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도입했습니다. 조사담당 부서 사무실의 외부인 출입을 금지, 조사조직을 철저히 비노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 그것입니다. 학연 지연 혈연을 통한 비공식 세무로비는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없어질 것입니다.”
청주고(49회)와 육사(36기)를 나와 군문에서 복무하다 87년 국세청 사무관으로 변신한 김 서장은 2000년 재경부 국세심판원에 조사관으로 파견근무할 당시 이용섭 국세청장을 국세심판원장으로 ‘모신’ 경험이 있다. 김 서장은 그때 받은 이 청장에 대한 느낌에 대해 “세무행정 달인으로 철학이 굳건한데다 아이디어, 업무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서장도 길다고만 할 수 없는 국세청에서의 근무기간 동안 과세·조사업무라는 경제검찰의 역할을 비롯해 세금을 양형하는 경제판사(심판원 조사관),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의 ‘교수직’ 등 폭넓은 세무행정을 거친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또 제천세무서장에 이어 올 초 청주세무서장으로 발령받기 전 국세청 전산실에서 세무행정의 전산화 작업을 수행한 ‘정보통’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인터뷰 내내 그의 책상에는 노트북이 ‘ON’ 상태로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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