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달리 주민과 면 대 면으로 접촉하면서 공익에 기반을 둔 종합행정을 담당한다. 그러다보니 지방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공공서비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일차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사실 과거에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 중에서 안전과 관련된 서비스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지방정부의 안전 서비스나 위기관리 기능이 중요해졌다.

위기관리 서비스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라는 토대위에 지역별 재난 특성을 파악하고, 그 발생 빈도와 형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 날 지방정부는 소수의 위기관리 전담 인력을 갖고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즉 현재 지방정부의 재난관리 담당 공무원은 다른 행정 업무와 재난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함으로써 업무 부담의 과중으로 재난관리 업무를 형식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잦은 순환보직과 인수인계 미흡으로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정부는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효과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중앙정부와 기타 유관기관과는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첫째, 지방정부는 재난활동의 전 과정에서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재난의 발생을 억제하는 예방 기능, 재난 발생 시를 대비하여 지역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거나 재난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등의 대비 기능,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재난을 수습하는 대응 기능, 재난 피해 지역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복구 기능 등 재난관리 전반에 걸쳐 재난관리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는 재난관리에 있어서 조정(coordination)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재난관리 행정에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과정을 수행할 때, 여러 관련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게 된다. 이 때 지방정부는 각급 재난관리 책임기관, 긴급구조기관, 긴급구조지원기관, 자원봉사자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가장 합리적인 재난관리 대안을 선택하여 이행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 간 조정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 대부분의 재난은 지역에서 작은 사고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사고를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서 대형 재난으로 발전하는 경우와 태풍이나 홍수와 같이 해당 지역의 대응 역량을 넘어설 때 대형 재난으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대형 재난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컨트롤 타워의 의미와 중요성이 위기관리 논의에서 많이 나타났다. 컨트롤 타워는 전통적인 행정관리적 중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벗어나 실제적이고 다각적인 위기 사항들을 고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험적 예방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 컨트롤 타워의 기능으로는 자원 확보, 정보 처리, 대외 홍보, 조직 간 조정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각종 재난 사고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컨트롤 타워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첫째, 재난의 발생 양상이 점차 다양화, 대형화되고 있다. 둘째, 각종 재난은 도발적, 가변적이어서 불확실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셋째, 재난에 대해 대응해야 하는 시간이 극히 짧아져서 위기관리를 위한 평상시 준비나 예방의 필요성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선진국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는 예측할 수 없는 비통제, 비규칙, 비일상적인 재난관리 활동에 대비하여 관련 조직 간의 원활한 정보와 자원을 연결하고 있지만, 재난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현장에 있는 지방에 두면서 현장책임자의 지휘권을 보장한다. 대규모 재난 시 구성되는 주, 연방 차원의 재난 대응 조직들은 권한과 지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현장 재난대응을 지원하고 서로 연결하기 위해 참여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