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 고려한 전시 콘셉트, 호불호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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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 고려한 전시 콘셉트, 호불호 갈렸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5.10.2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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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폐막
관람객 31만명, 수익 15억원…2013년과 큰 차이 없었다
3명 공동감독 체제, 소설가 알랭 드 보통 ‘카드’성공했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봤다.” 이번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의 말이다. 청주국제공예날레는 횟수로는 이번이 9회째다. 1999년 처음 시작됐다. 올해는 9월 16일부터 10월 25일까지 40일간 옛 연초제조창에서 열렸다. 관람객은 31만 3000명으로 지난번(30만명)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유료관람객은 지난해 21만명에서 17만명으로 다소 줄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국비 15억, 도비 5억, 시비 35억과 매해 비엔날레를 통해 얻은 입장료 및 부대 수익금인 자부담 15억원으로 행사를 치른다. 70억짜리 행사다. 올해 자부담 15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비엔날레는 아트페어(3억3000만원), 공예페어(2억4000만원), 거리마켓(507000만원) 등 페어부분에서 매출 6억 3000만원(10월 24일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3비엔날레 아트·공예페어 매출 4억여원에 비해 약 60% 상승했다.

총감독 없앤 두 번째 비엔날레

 

지표만으로 봤을 땐 2013년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구성을 놓고는 호불호가 갈렸다. “너무 평이했다”는 쪽과 “대중성을 고려했다”라는 의견이 갈렸다. 올해 조직위는 확실히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를 기획한 감독도 모두 3명이다. 조혜영 전시감독, 알랭 드 보통 특별전 예술감독, 전병삼 예술감독 등이 공동 감독이었다. 전병삼 감독은 2015년 시민프로젝트행사인 CD프로젝트를 맡았다. 2013년엔 조직위는 조각보를 설치했다. CD프로젝트는 시민의 소망을 담은 폐CD 30만8193장과 재단이 보유한 CD 약 20만장(총 48만 9440장)을 63빌딩을 눕혀 놓은 크기의 연초제조창 3면(가로 180m, 세로 30m)에 장식했다. 이 거대한 ‘CD파사드’는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일부 시민들은 CD 두 장을 하나로 합쳐 작은 구조물에 부착하는 작업과 CD 수집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의의를 더했다.

CD프로젝트는 다음달 16일까지 열리는 전국 사진대회까지만 설치될 예정이다. 이후 일부 CD를 청주문화산업단지에 설치하는 방법 등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 관람객은 31만 3000명으로 지난번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표만으로 봤을 땐 2013년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번 전시구성을 놓고는 호불호가 갈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세계적인 작가이자 철학자‧심리학자이기도 한 알랭 드 보통은 올해 특별전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감독을 맡아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참여작가들과 공예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작업을 벌였고, 직접 그가 작품에 대한 글을 작품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전혀 다른 분야라는 여겨질 수 있는 알랭드 보통과의 협업 작업을 벌여 그 자체로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를 두고 청주시민 김성운 씨는 “알랭 드 보통의 공예에 대한 글과 해석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번엔 예를 들어 경제학자, 우주과학자가 본 공예와 같은 다른 영역의 전문가가 전시를 기획하면 어떨까 싶다. 왜 비엔날레 조직위가 확장이라는 주제를 삼았는지 이해가 잘 됐다”라고 말했다.

 

악재 딛고 선전했다

 

하지만 다소 평이한 기획전 전시구성을 비롯해 전체적인 메시지가 읽히지 않는다는 비평도 나왔다. 지역의 한 미술인은 “이번행사는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너무 없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관람했는데 이번이 제일 별루였다. 비엔날레의 위상에 걸 맞는 작품이 없었다. 공예 비엔날레에서 CD프로젝트가 강조됐는데 이는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미디어 비엔날레라고도 할 수 없고, 그냥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없는 행사였다”라고 비판했다. 모 작가는 “확장과 공존이라는 의미에서 3D프린터가 등장한 것은 공예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기계를 보여준 느낌을 벗어나지 못해 아쉬웠다. 좀 더 공예의 미래나 새로운 전망들을 모색할 수 있는 전시구성이 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총감독이 없이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도 박남희 ‧가네코 겐지 2인 감독 체제로 진행했다. 이번에도 총감독 부재로 치러지다보니 이에 대한 찬반은 나오고 있다.

문희창 비엔날레 기획홍보부장은 “솔직히 행정의 속도와 예술의 속도가 다르다. 총감독체제가 주는 장단점이 다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소위 입장권 강매를 하지 않았다. 또한 메르스로 인해 예정됐던 초대국가관 전시도 무산됐다. 중국공예협회에서 일방적인 전시 취소를 해왔기 때문이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중국관 대신 백남준 ‘터틀’ 작품 전시, 체험형 로봇 전시 등으로 채웠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 키즈비엔날레가 강화된 것은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특히 전시 동선을 과감하게 줄였다. 전시관람에 대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45개국 2000여명의 작가가 750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전체 기획전 참여작품은 700여점으로 예년에 비해 수가 줄었다.

문희창 비엔날레 기획홍보부장은 “문화적 기반을 갖고 축제를 하다보니 선호도 차이가 뚜렷한 것은 사실이다. 청주시가 인구 100만을 바라보는 데 문화예술형 축제가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만약에 없앤다면 언제 무엇을 만들어 키울 것인가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아직까지 공예비엔날레가 연역적 기반, 산업적 기반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게 늘 과제다. 시간을 돌이킨다면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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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연초제조창, 상설전시장 되나

 

2011년부터 비엔날레는 옛 연초제조창에서 행사가 열렸다. 이전에는 청주예술의전당 및 청주시체육관 일원에 천막을 펴고 부수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체육관 형 비엔날레’를 펼쳐왔다. 부산, 이천, 광주 비엔날레가 모두 하드웨어인 건물을 확보하고 비엔날레를 개최한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옛 연초제조창을 활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현재 이 건물은 5층 건물이다. 주로 1층은 전시장으로 2,3층은 행사장으로 써왔다. 5층은 비어있다. 흔히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으면 청주시가 이를 활용해 이곳에서 대형 전시회를 유치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문제는 시설에 대한 선행투자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옛 연초제조창에 대한 변화가 예고된다. 옛 연초제조창이 국토부가 벌이는 도시재생 선도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500억원을 마중물 사업으로 받게 되기 때문이다. 마중물 사업으로 일단 ‘괜찮은 하드웨어’를 갖추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따라서 이번에 조명, 벽체, 전기 등 기본시설을 갖추고 상설전시장의 면모를 갖출 수 있을지, 흥행 가능성은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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