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 교육재정 위기 ‘강경대처’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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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교육청, 교육재정 위기 ‘강경대처’예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5.11.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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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누리과정 '0원'…무상급식비 91억원 감액
충북도 삭감에 맞대응…도의회 12일부터 예산안 심의

무상급식 갈등 사안은 휴지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문제가 전국사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리과정은 당장 1월부터 파열음이 예고된다. 반면 무상급식은 내년 하반기에나 문제가 드러날 사안이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또한 최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더 중요한 문제에 대응하려면 무상급식은 잠시 덮어둘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시간차 대응을 예고한 셈이다.

 

누리과정 예산, 전국공동 대응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4곳이 당초 예고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이 이끄는 13개 교육청은 모두 예산을 세우지 않았고,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4명의 교육감이 수장인 교육청 중 3곳은 관련 예산을 일부 편성했다.

▲ 충북도교육청 예산안을 보면 내년 무상급식은 한 달 치 금액이 펑크가 나고,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편성하지 않았다. 교육재정 위기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이 강경 대처하고 있다. /충청리뷰DB

교육청이 관리·감독하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모두 교육청이 편성했다. 충북도교육청의 경우는 2016년 본예산 안에 내년도 누리과정 1년치 예산 1283억원 중 공·사립 유치원 지원금 429억원만 반영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824억원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당장 내년 1월부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은 끊어지게 됐다.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이미 수차례 예산 미편성 방침을 밝힌바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결의사항을 이행한 것이라는 게 충북도교육청의 공식설명이다. 지방교육재정이 열악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면 내년 다른 주요 교육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교육기관의 지위를 가지는 것인 만큼 당연히 시도교육청에서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의회 심의를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만약에 지방의회 심의에서도 그대로 통과되면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에 따라 다음 년도 교부금 편성 때 미편성 예산액을 빼고 편성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 달 치 ‘펑크’어찌 메울까

 

충북의 경우 무상급식도 예산부족으로 삐걱거린다. 내년에 964억원(식품비 501억원+인건비 393억원+운영비 70억원)이 필요하지만, 충북도교육청은 91억원 적은 873억원만 본예산 안에 편성했다. 이는 도가 전출금을 100억원 가량 줄인데 대한 조처다. 앞서 도는 무상급식 예산을 379억원만 편성했다.

따라서 충북도는 민선 6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식품비의 75.7%만 도교육청에 넘겨줄테니 식품비의 24.3%와 운영비·인건비 전액은 도교육청이 책임지라고 했던 선언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무상급식 총액과 비교하면 지자체의 분담액은 39%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도가 40%(152억원)를, 11개 시·군은 60%(229억원)를 분담하겠다는 얘기인데 이로써 지자체 대 교육청의 50대 50 분담원칙은 깨진 셈이다.

총액에서 91억원이 빠짐으로써 당장 도내 초·중학교에선 약 한달간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상황에 이른다. 내년 추경에서 부족분을 채울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그래서 1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것이다.

도와 도교육청은 무상급식비의 일부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의회는 11월 1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진행될 344회 정례회 기간에 이 예산안을 심의한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말에도 똑같이 벌어졌었다. 당시 도교육청은 1~4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만 확보했고,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선 전혀 세우지 않았다. 보육대란이 우려되자 정부가 목적예비비 204억원을 우회지원했고, 도교육청은 지방채 364억원을 차입해 8개월치 누리과정 예산(568억원)을 조달했다. 도교육청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4000억원으로 1년 치 가용재원의 두 배 수준으로 불었다.

이를 두고 충북도의회 관계자는 “2015년도 무상급식을 놓고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합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무상급식이 깨지지는 않았다. 도에서 주지 않는 돈을 교육청이 재정부담을 해서 메웠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파행이 일어나지 않았고, 무상급식은 절대 깨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해도 어떻게 합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원칙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 교육계 관계자는 “91억원의 돈은 양 측이 나누면 50억원도 안 되는 것인데 지사와 교육감이 무상급식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깨지면 정말 큰 흠집이 생기는 것이고, 깨지지 않더라도 과정을 놓고 욕을 먹게 돼 있다. 합의하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온 건 둘 다 정치적인 판단이 부족한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올 1년 동안 반복됐던 무상급식 갈등이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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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누리과정 예산 직접 편성” 의지 밝혀

 

경남도교육청도 내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했지만 1천444억원으로 추정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 5일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도청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 관련 브리핑을 열고,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을 직접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대신 교육청에 주는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빼고 주겠다는 것. 도가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편성한 금액을 상계하고 교육청 전출금을 준다면 결국 교육청은 1천444억원의 예산이 줄어드는 셈이다.

경남도교육청은 도 전출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공립학교의 설치·운영 및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써야 할 재원으로, 국가적으로 실시하는 대통령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예산과는 다른 성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직까지 경남도 외에 '직접 편성' 움직임을 보이는 지자체는 없다. 다만 교육청과 정부가 대립각을 좁히지 않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계속 떠넘길 경우 학부모들의 반발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 우려된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벌써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유치원으로 옮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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