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젓가락 페스티벌, 이젠 뭘 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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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젓가락 페스티벌, 이젠 뭘 집을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5.11.2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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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진행한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 방점 찍는 축제
‘청주 이름 확실히 알렸다’호평…‘지속성 담보’ 과제로

올해 11월 11일은 청주에서만큼은 ‘젓가락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농업인의 날, 가래떡 데이, 빼빼로 데이 등 그날을 부르는 이름들이 많지만 청주시는 올해부터 ‘젓가락의 날’로 부르기로 했다.

올해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청주, 중국의 칭다오, 일본의 니가타 삼국이 함께 젓가락 축제를 만들어냈다. 청주시가 전체적인 기획을 하고, 나머지 나라들이 도움을 줬다.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유럽의 문화도시처럼 도시간의 문화적 유대를 쌓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주최도시로 청주가 선정됐다.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올해 1년간 진행된다. 청주에서 폐막식은 12월 18일이다. 올해 한중일 3국의 문화예술단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그 방점을 젓가락 페스티벌로 찍게 됐다.

일 년간의 활발한 문화교류

 

▲ 올해 11월 11일은 청주에서만큼은 ‘젓가락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개막식은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젓가락 페스티벌은 11월 11일 오전 11시에 개막식이 열렸고, 유·초등학생 300여명이 참가해 젓가락 실력을 겨루는 젓가락 신동 선발, 단체(8명 1조) 24팀이 겨루는 젓가락 콩 릴레이가 진행됐다. 젓가락 경연대회에는 예선전에만 전국에서 2000여명이 참여하는 등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젓가락을 주제로 한 토론 학술회의도 이어졌다. ‘젓가락 문화 그리고 경제’(우리타니 효고 국제젓가락협회 이사장), ‘멋있는 젓가락 디자인’(장레이 중국 중앙미술대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학술회의에서는 한중일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은 2016~2017년께 3국 공동으로 젓가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안도 나왔다. 이는 일본 오바마시에서 젓가락 공장 ‘효자에몽’을 운영하고 있는 우라타니 효우고 회장이 처음 제안을 해왔다. 그는 1998년 세계젓가락문화협회를 설립하는 등 젓가락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효우고 회장의 제안에 3국의 관계자들이 동의했고, 유네스코 등재추진을 위한 항후 협력을 약속했다.

젓가락 페스티벌은 이어령 동아시아문화도시 명예위원장(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장)의 제안에 의해 시작됐다. 이어령 위원장은 “젓가락은 한중일 3국이 2000년 이상 공유한 문화다. 젓가락은 궁극의 디자인이며, 짝의 문화, 나눔과 배려의 문화, 교육과 창조의 가치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젓가락 통해 3국의 문화 보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선 젓가락 관련 전시회가 12월 17일까지 열린다. 중국 당나라 청동·은 젓가락, 청나라 나전장식 칼젓가락, 일본 아스카시대 젓가락, 백제 무령왕릉 수저와 고려·조선시대 젓가락 등이 전시된다. 젓가락 축제답게 희귀한 젓가락 10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일본 효자에몽사가 만든 1억원 젓가락, 일본 명물 와카사누리, 고려가요 ‘동동’에 나오는 분디나무 젓가락, 금·보석으로 장식한 1억원 젓가락, 1m 대형 젓가락 등 특별한 젓가락도 전시된다.

한중일 3국의 젓가락을 비교하는 것도 재밌다. 중국은 길고 끝이 뭉툭한 원형이며, 일본은 짧고 뾰족한 나무가 많고, 우리는 끝이 네모난 금속 젓가락이 많다. 축제장에선 체험행사로 지난 15일까지 한중일 젓가락 만들기 행사도 진행됐다.

해외 매체들도 젓가락 페스티벌 취재에 나섰다. 중국CCTV, 일본NHK는 물론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까지 청주에 왔다. 알자지라 방송은 본사에서 서울 지사에 취재를 지시해 화제가 됐다. 서양의 경우 포크와 나이프로 축제를 여는 곳이 한 곳도 없는 데 먹는 도구인 젓가락으로 축제를 여는 이유를 알아보라고 했다는 것.

젓가락 페스티벌로 ‘청주’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은 “개막식에만 3국에서 축제를 보기 위해 100여명이 왔다. 지역의 어떤 축제가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을 데리고 올 수 있을 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 청주시는 지난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하고 매년 젓가락 관련 콘텐츠를 지속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젓가락 페스티벌 관련 예산을 2억 8000만원 반영시켜 놓은 상태다. 문화관광부에서도 이 축제와 관련해 국비를 추가 지원해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 예산이 통과되면 적어도 내년에는 젓가락 페스티벌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올해 젓가락 페스티벌은 시비 5억원과 국비 1억원을 지원받아 치러졌다.

 

내년도 축제 예산 확보

 

하지만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가 올해 이후 어떻게 조직을 꾸릴지는 미지수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조직위원회가 내년에 독립적인 재단형태로 출범하게 될지 말지 아직 청주시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젓가락 축제 페스티벌 예산은 확보한 만큼 축제의 지속성을 담보한 셈이다. 변광섭 사무국장은 “축제가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3국의 휴먼네트워크를 통해 앞으로 젓가락에 대한 콘텐츠를 연구해나가야 한다. 학술 조사연구 및 아카이브를 우리나라는 아직 해놓지 못했다. 해야 할 사업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젓가락 박물관만 3개가 있고, 일본 또한 젓가락으로 특화된 도시 ‘오바마시’가 있다. 오바마시는 음식문화와 젓가락을 결합한 도시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변 국장은 “우리나라는 천 년 전 젓가락 유물이 나오고 있다. 젓가락에 대한 학술심포지엄 및 공연 콘텐츠, 젓가락 장인 등을 발굴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문화기획자는 “사실 이어령 장관이 젓가락 축제를 하자고 한 것은 몇 년 전부터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이번 축제로 청주의 이름을 알린 것은 큰 성과다. 타 시도에 비해 청주는 지역 축제가 그리 물량적으로 많지도 않다. 그런 면에서 젓가락 축제는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준비시간이 너무 짧았고, 시민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시작했다. 지역에 젓가락 공장이라도 하나 있다면 모를까, 전혀 준비돼 있는 게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몇 년 더 해 볼만한 기획이다. 젓가락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성공의 관건일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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