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 ‘복면가왕’에서 배운 것들
상태바
예능프로 ‘복면가왕’에서 배운 것들
  • 충청리뷰
  • 승인 2016.02.18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을 생각한다/ 이헌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헌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지난 몇 년 동안 세상 돌아가는 꼴이 보기 싫어 TV뉴스와 신문을 가급적 멀리해 왔다. 그러다 보니 남는 것이 시간인지라 TV 예능프로를 만지작거리는 일이 많아졌고, 요즘에는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복면가왕’이라는 프로에 빠져 일요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TV 앞에 앉아 히죽거리고 있다.

내가 이처럼 ‘복면가왕’에 환호하는 이유는 복면금지법을 들먹거리면서 복면시위를 금지하겠다는 서슬 퍼런 시대에서 어떤 저항적인 메시지를 발견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출연한 가수들이 대단해서도 아니다. 단지 내가 얼마나 선입견과 편견의 덩어리로 살아왔는지를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가수들에 대해서 편견과 선입견이 많았던 것 같다. 우선 요즘 뜨는 아이들 가수는 노래실력 보다는 외모와 춤이 전부라고 생각했고, 얼굴이 잘 생긴 가수는 가창력보다는 얼굴 덕을 볼 뿐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 나가서 여자가수라면 이렇게 해야 하고 남자가수라면 저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복면가왕’은 이런 생각들이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예를 들어 ‘복면가왕’에서 2주 연속 우승을 한 f(x)의 루나는 걸 그룹의 멤버라고만 알고 있었지, 노래를 잘하는 진짜 가수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그렇지만 가면 속의 루나가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을 부른 후에 가면을 벗었을 때 ‘아이돌이 이렇게 노래를 잘했어?’하며 놀라게 된다. 게다가 분명히 노래 잘하는 여자가수일 것이라고 확신했던 사람이 백청강이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김슬기의 무대는 그 동안 과도한 몸짓으로 웃음을 만드는 아이 정도로만 폄하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복면가왕’은 가수들이 오로지 노래실력으로만 평가받으면서 사람들 속에 알게 모르게 자리하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하나씩 깨뜨리는 놀라움, 충격 그리고 부끄러움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때문에 적어도 시청자들은 누가 더 잘 했는가하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을 감추고 가면을 선택한 가수들의 용기에 감동하면서 승자보다 패자에게 더 환호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복면가왕의 힘이다.

심각한 선입견의 오류에서 벗어나자

그렇다면 우리는 ‘복면가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실 우리 사회는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외모와 학력 그리고 부모의 재산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심각한 선입견의 오류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그 중에서 하나라도 가진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가지는 반면 하나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예를 들어 외모는 어떠한 스펙이나 능력보다 더 강력하다. 좋은 대학 간판 하나만 있으면 취업과 높은 연봉 그리고 평생의 안락한 삶까지 보장받는다. 게다가 부모의 재산과 지위가 세습되면서 그 사람의 신분이 되어 버렸다. 이런 세상에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은 성형외과로 달려가야 하고, 아이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입시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부모를 갖지 못한 젊은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헬 조선’을 외치며 희망 없는 이 땅을 떠날 궁리를 하거나,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신세를 비관하며 극한 선택을 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이처럼 우리의 자화상은 참으로 우울하기만 하다.

이제라도 선입견 없이 무대만을 통해 평가받는 ‘복면가왕’의 감동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외모나 학벌, 부모의 재산 등에 대한 선입견을 접고 오로지 그 사람의 능력만 놓고 판단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발전이 있지 않을까?

한낱 예능프로에 불과한 복면가왕이 일깨워준 ‘공정사회’라는 메시지는 지독한 편견에 옴짝달싹 못하는 세상을 향해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던 것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가면 속으로 들어가 오로지 능력으로 평가받겠다는 진정한 용기를 가지라고 외치고 있다. 2016년 오늘,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복면금지법이 아니라 복면착용법인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