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고속버스, 발빠른 버스기사의 화재진압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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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고속버스, 발빠른 버스기사의 화재진압 ‘화제’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3.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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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서울고속’ 김정남씨, 자원봉사 소방수에 차내 1인 덕담 방송 ‘스타 기사’
 

달리는 고속버스를 멈추고 완충녹지 화재 현장을 진압한 버스기사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버스 승객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에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청주 새서울고속에서 11년간 버스기사로 근무한 김정남(59)씨. 김씨는 지난 22일 오후 2시께 남서울터미널을 출발, 청주 북부터미널에 도착하는 버스를 운전했다. 출발한 뒤 40분쯤 평택∼충주 간 고속도로로 진입할 무렵 길옆 완충녹지에서 불길이 번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김씨는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갓길에 버스를 세운뒤 지체없이 화재현장으로 뛰어갔다. 양손에는 버스에 비치된 분말소화기와 부동액 보충용 물통을 들었다. 김씨가 초기 진화에 나서면서 불길은 10분만에 거의 잡혔고 뒤늦게 승객의 신고를 받은 고속도로순찰대가 도착했다.

▲ 화재 진압 현장 사진.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예전에도 고속도로 운행하다가 화재가 난 화물트럭과 승용차 운전기사를 도와 준 적이 있다. 혼자 애를 쓰고 있는데 다들 지나쳐 가는 상황이라서 안타까웠다. 이번에도 전처럼 얼른 차를 세우고 불을 꺼야 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시간이 지체된 걸 양해해 주시고 박수까지 쳐주신 승객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수를 친 승객 가운데 충북NGO센터 송재봉 센터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김씨의 활약상을 올렸다. 생생한 현장사진이 알려지면서 방송 통신사의 취재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송 센터장은 페이스북에서 “버스에 합승하고 있던 승객 단 한명도 불평하지 않고 기사분의 행동을 격려해주셨다. 박수로 응원도 하면서... 늘 이런 모습만 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서울고속 기사님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씨는 20대초반에 고물장사로 운전을 시작했고 노점장사를 거쳐 버스기사가 마지막 직업이 됐다. 운전중에 도착지에 가까워지면 승객들에게 덕담 방송(?)을 하는 것도 나름의 승객 서비스 중에 하나다. “첫 아이가 뇌수종으로 1급 장애인이 됐고 3년만에 하늘나라로 갔다. 그때부터 시작한 신앙생활이 큰 힘이 됐다. 이따금 승객들에게 마이크로 도착시간을 알려주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열정으로 극복해가자는 말씀을 드린다. 평소 방송이나 책에서 좋은 대목을 기억했다가 간략하게 전해드리는 건데 좋아하시는 분이 많았다.”

큰 딸을 보내고 1남 2녀의 자녀를 둔 김씨는 어느덧 60세 정년을 코앞에 두게 됐다. “사는데 꼭 필요한 게 스스로 열정과 남을 생각하는 배려라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고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세상이 올거라고 믿는다” 막둥이가 중학생인 김씨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다시 운전대를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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