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민박 내세워 ‘무인모텔’ 편법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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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민박 내세워 ‘무인모텔’ 편법영업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8.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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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실1주차 러브모텔 설계 불구 건축공무원 일반주택 도면 인정
인근 정식모텔 사업자 운영 접어, 공무원 부당허가 편법 조장

지난 7월 청주지법 경매물건으로 나온 숙박시설이 눈길을 끌었다. 청주시 낭성면 무성리에 위치한 방이 20개에 달하는 무인텔이었다. 낭성면 주도로와 100m이내 거리지만 시야에 띄지않아 무인텔의 적지(?)라고 할만 했다. 청주시내와 4차선 산성도로가 뚫리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낭성면에 유일한 1실1차형 무인텔이었다. 경매 감정가는 6억9천여만원이었지만 1번 유찰을 거쳐 최종 5억5천여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완공된 지 2년밖에 안된 고수익 숙박시설이 감정가 이하로 팔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 청주시 낭성면에서 농촌민박업으로 운영중인 무인모텔 전경

하지만 저가 낙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겉은 무인텔이지만 내용은 농어촌 민박으로 지어진 숙박시설이기 때문이다. 옛 청원군이 건축허가해 2013년말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이곳은 1층에 차량이 진입하면 자동으로 셔터가 닫히는 무인모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출입문엔 무인 정산 시스템을 부착해 대실 3만원, 하루 숙박료 5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숙박시설 3개동은 누가 보더라도 전형적인 무인모텔이었다.

하지만 2014년 11월 <중부매일> 신문이 “농촌 민박 펜션, ‘무인모텔'로 편법 영업”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실체가 밝혀졌다. 해당 업소는 모텔이 아닌 농민 소득증대를 위한 민박시설이란 얘기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변신(?)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농어촌 민박은 지난 1994년 제정된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한다. 신고제로 운영되는 농어촌 민박업은 주민이 자신이 직접 거주하는 연면적 230㎡ 미만의 단독 또는 다가구주택으로 할 수 있다. 영업범위는 숙박과 취사시설, 농산물 판매 등이다. 낭성면 무인텔은 연면적 제한을 피해 3개 동이 각기 다른 3명의 사업자로 신고돼 있다.

기존 모텔 등 숙박업소는 상업지역에 한해 들어설 수 있어 입지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농어촌 민박은 지가가 싼 농림·보전 관리지역에서도 건축·영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민박사업자는 공중위생관리법에 규정한 숙박업자가 아니라서 그 법에 적용받지 않는다. 또한 농가 부업소득은 연간 1800만원까지는 비과세이므로, 그 이하의 소득에 대한 사업소득세는 과세하지 않는다. 무인텔의 경우 현금 계산이 대부분이라서 수입을 축소신고하기도 용이한 형편이다. 결국 모든 조건이 숙박업자 입장에선 ‘환상적'이다. 단, 해당 주택에 주민등록이 되어있고 실재 거주하여야 한다. 민박이란 특성상 주인이 거주하는 것은 당연한 조건이다. 하지만 건축물은 자기 소유가 아니라도 가능하도록 했다.

▲ 옛 청원군 공무원들이 일반 주택이라고 판단해 건축허가한 한계리 펜션 평면도(위) 무성리 무인모텔 전경.

청주시 “제재수단 없다” 뒷짐

그렇다면 법망을 피한 변신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업자는 일반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짓고난 뒤 농어촌 민박업으로 신고하면 그만이다. 그러다보니 청주시 농촌정책과는 “허가제인 일반 숙박업의 경우 위생법 등 관련 규제 방안이 있지만, 신고제인 농어촌 민박은 단속 근거가 마땅히 없다. 조리기구 등 기본적인 영업기준은 다 맞춰논 상태다. 농림수산식품부에도 질의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감독기관의 입장이 이렇다보니 해당 업소는 ‘농어촌 민박' 이나 ‘펜션' ‘모텔'이란 업태표시도 없이 덜렁 고유명사 상호만 안내판에 써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농어촌 펜션의 경우 미풍양속을 저해하면 1차 시정명령에 이어 2차 적발 시는 영업정지, 3차는 폐업조치도 가능하다. 낭성면 무인텔은 낮 시간 대실 영업이 주를 이뤄 사실상의 농어촌 민박 기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규모나 시설 기준으로 단속하기 힘들다면 운영실태에 대한 밀착감시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3명의 각기 다른 사업자가 민박주택에 거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점도 지속적인 확인 사안이다.

결론적으로 사업자의 무인텔 편법 영업을 막기 위해서는 애초 건축허가시 설계도면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층 주차장, 2층 객실 구조로 3개 동이 인접한 형태는 누가봐도 무인모텔 영업이 뻔한 구조다. 그런데 건축부서에서 일반주택으로 보고 허가를 내줬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하지만 상당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신청자가 일반주택으로 쓰겠다며 제출했는데 사후용도를 자의적으로 유추해서 불허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인허가를 거부하면 오히려 민원인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에따른 관리감독으로 시정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원 판사와 이해 관계인 심지어 취재기자의 눈에도 펜션, 무인모텔로 보이는데 관련 부서 공무원은 끝까지 수긍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익명의 청주시 공무원은 “해당 직원도 일반주택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허가하지 않을 경우 행정심판이나 소송에 시달릴 수 있고 그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원칙적으로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행정소송을 가더라도 문제점을 제시해 재판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한계리 사건은 반대로 건축과에서 허가하지 않아 피소됐을 경우 오히려 피고 승소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

낭성면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모씨는 “오래전부터 동네서 여관모텔업을 하던 선배가 저 무인텔이 들어서자 결국 싼값에 팔고 나갔다. 원칙대로 영업해온 사람은 못견뎌 포기하고 편법과 변칙을 이용한 영업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결국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라며 말을 끊지 못했다.

통합직전 청원군 군유지 대량 매각 이유는?
선출직 군수 선심성 사업재원, 인구유입책 건축허가 남발

한계리 A씨의 부동산사업 ‘대박’을 만들어준 산파역은 결국 청원군이 맡은 셈이다. 군은 2008~2009년 2년동안 총 107건의 군유지(임야)를 매각했으나 1만㎡ 이상은 2건에 불과했다. 영농을 위한 소규모 군유지를 연고자 대상으로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1~2012년 2년간은 104건의 매각 군유지 가운데 1만㎡ 이상인 건수가 53건에 달했다. 민간개발 욕구에 편승해 대규모 군유지를 무분별하게 매각한 것이다. 2010년과 2013년은 매각처분된 군유지가 없었다.(2010년은 김재욱 전 군수가 현직박탈된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있었고 2013년은 시군통합이 확정된 해였다) 결국 이렇게 팔린 군유지 가운데 일부가 전원주택 개발지로 허가받아 난개발의 주범이 된 것이다. 실제로 청원군의 5채 이상 전원주택 건축허가 건수를 보면 2013년 400건이 넘게 집중돼 평년보다 3~4배가량 많았다.

2012년 청원군의 군유지 매각 규모가 커진 데 대해 당시 산림과장을 지낸 C씨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공유재산 집단화 계획에 따라 연도별로 매각한 것이다. 매각 대금으로 오송 공북리쪽에 군유지를 새롭게 매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김재욱·이종윤 전 군수 재임당시 군유지를 공매한 물건이 크게 늘어났다. 한해 20억~90억원까지 새로운 사업재원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대외적으로 공유재산 집단화를 내세웠지만 군유지 재매입을 위해 쓴 돈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선출직 군수들이 선심성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과도하게 공유재산을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시군통합에 대항하기 위한 군 인구 증대책으로 전원주택 건축허가를 완화했다는 지적이다. 군유지 1만㎡ 이상 매각 건수가 한해 50건을 넘어서면서 청주시 경계지역에 대한 난개발을 부추기게 됐다는 것이다. 한계리 건축허가 취소소송도 관련 공무원의 느슨한 검증이 이해 당사자들간의 길고 험난한 분쟁을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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