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국민 안전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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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국민 안전 나 몰라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08.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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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사업 후 사고율 44% 급감에도 정부 ‘세수 부족’ 이유로 외면
2013년 7억 9700만원, 2016년 8000만원…4년 새 예산 90% 삭감

같은 지점에서 교통사고가 반복되는 데는 도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안전시설 확충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원인을 파악해 놓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1987년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시작된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은 30년간 이어져온 사업이다. 특히 해당 사업은 전국 평균 28.2%, 충북 43.8%라는 높은 사고율 감소효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예산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유명무실한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안전업무를 강화하겠다며 국민안전처를 신설, 해당 업무가 이관된 후 오히려 예산이 축소돼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지자체 또한 정부예산 축소를 이유로 예산 배정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며 도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

▲ 사진설명-개선사업을 하면 40% 이상 사고율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예산 부족 탓만 하며 국민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사진은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진천군 도로확포장 사업.

계획은 연간 2000억, 현실은 16억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은 1987년 교통안전종합대책의 첫 번째 과제로 선정돼 5년 단위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1년 내에 같은 자리에서 3건 이상 사고가 발생한 곳을 ‘교통사고 잦은 곳’으로 지정하고, 해마다 전국적으로 300여 곳을 우선 개선한다. 개선사업에는 2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제5차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추진계획(2012~2016)’은 올해로 마무리된다. 2011년 정부는 4580억원의 예산을 향후 5년간 이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매칭펀드방식(5:5)으로 지방비를 보태 연간 2000억원 가량의 개선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이 사업에 배정된 정부예산은 고작 16억원에 불과했다. 10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2012년에는 15개 지점에 5억 9500만원의 예산이 내려와 각 해당도로를 관리하는 각 시군에 배분했다. 매칭펀드 포함 총 11억 9000만원을 투입해 15개 교통사고 잦은 곳에 대한 개선사업이 진행됐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개선사업지가 18개로 늘었고, 정부예산도 30%가량 늘어난 7억 9700만원(총사업비 15억 9400만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2014년에는 정확히 50% 삭감된 3억 8900만원(10개소)이 배정됐고, 2015년에도 또다시 50% 삭감된 1억 9000만원만 책정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10군데 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어디는 빼고 어디는 넣을 수 없어서 각 사업지별로 1900만원씩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지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개선에 필요한 사업비는 지점의 경우 평균 2억원, 구간은 4억원 선이었다. 턱없이 부족한 3800만원(국비+지방비)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도색 등 간단한 사업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라도 사업을 진행했으니 지난해는 그나마 나은 것이다. 올해도 또다시 50%가 삭감돼 8000만원만 배정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올해는 12개 시도가 개선사업지역으로 선정됐지만 예산이 너무 부족해 도로교통공단에 자문을 구해 2곳에만 각각 4000만원씩 사업비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개선사업지점 10곳, 기약 없어

올해 진행하는 사업은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가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에 근거한다. 보고서에는 산남동 CBS방송국 사거리에 전방신호기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포장이 필요하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가로조명시설과 수곡중학교 방면 교차로 접근부 노면도 다시 포장해야 한다. 여기에 산남중학교 방면 좌회전 대기차로 길이도 연장해야 한다.

이 지점은 2014년 한해동안 교차로 내 측면직각 충돌사고가 9건(연간 사고수 14건)이나 발행한 지역이다. 전방신호기 설치 등을 통해 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도로교통공단의 설명이다. 하지만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CBS방송국 사거리를 비롯해 이번에 예산배정을 받지 못한 10개 도로(시도)는 언제 개선사업을 진행할 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사망사고 중복 지점 등 우선선정 근거에 의해 해마다 10여개를 사업지점으로 선정한다. 사업자체가 연내 사업시행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내년에는 또 선정기준에 따라 새롭게 10여개를 선정하기 때문에 이번에 사업이 누락된 곳은 언제 다시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을 통해 도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예산이 수년 새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국민안전처 안전개선과 담당자는 ‘세수 부족’이 원인이라고 대답했다. 이 담당자는 “예산이 부족해 이 사업 외에도 대부분의 사업에서 예산이 축소됐다”며 “기재부의 입장도 원래는 지자체가 관리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고가 부족한데도 10여년간 중앙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족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 내년에는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8000만원을 받은 충북은 내년에 1억 600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냐, 여전히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민안전처 담당자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슷할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지자체 대응도 문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칭펀드사업이다보니 국비에 맞춰 지방비도 반영된다. 국비가 부족해 지방비를 더 책정하려고 해도 의회에서 제동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의 효과는 탁월했다.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 대상지점 1만 4195개소에 대한 개선 전후 각 1년을 비교한 결과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28.2%나 줄었다. 또한 사망자수는 절반에 가까운 43.4%(3755명→2126명)감소했다. 부상자수 또한 27.3%나 줄어 개선사업의 필요성을 반증했다.

도내에서도 2013년 17개 지점과 2개 구간에 대한 개선공사가 진행됐다. 도로교통공단이 공사 전후 1년간 교통사고수와 주변여건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사고건수는 개선 전 89건에서 개선 후 50건으로 43.8%가 감소했고, 인명피해는 개선 전 164명에서 개선 후 89명으로 45.7%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같은 기간 전국 교통사고건수 증감률과 도내 교통사고 증감률 등과 비교해 볼 때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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