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수에 걸린 MRO, 묘수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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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수에 걸린 MRO, 묘수를 찾아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6.09.0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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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항공정비산업 육성사업, 지원대상 선정 기회 남아 있어
충북도, MRO 지속 추진…각종산업 포함, 종합단지로 우회하나

아시아나 MRO참여 포기선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이시종 지사 책임론을 묻느라 정신이 없다. 이 지사의 대도민 사과와 전상헌 경제자유구역청장의 즉각적인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것도 모자라 조사특위까지 구성해 이 지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지사 등 특정인의 탓으로 돌리는 정치적 행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보다는 벼랑 끝에선 MRO사업과 MRO사업을 포함한 에어로폴리스의 향후 추진 방향 등 활로 모색이 먼저라는 것이다. 지난 26일 아시아나항공이 공식적으로 MRO참여 포기의사를 밝힌 후 숨 가빴던 MRO 출구전략이 어디 쯤 왔는지 살펴봤다.

▲ 아시아나의 포기로 좌초위기를 맞은 충북의 MRO 유치사업에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대한항공 정비센터.

 카이(KAI)에 이은 아시아나의 변심(變心), 좀처럼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외통수에 걸린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다음 수를 생각하기보다는 판을 엎을(?) 각오로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MRO의 성공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수장 경질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이 기회에 MRO를 포함해 항공산업 전분야로 가능성을 열고 대안을 마련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정식항 충청대 항공자동차기계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태를 냉정히 바라보면 아시아나항공이 현금유동성 등 내부적인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게 전부”라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사천-카이가 국토부로부터 낙점을 받은 것이 아니고 신청마감일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토부가 원하는 자격요건을 갖춰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항공정비산업을 해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탓하려면 정부 탓해야

항공정비산업의 꿈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 시작은 12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도가 청주국제공항 부지 내 항공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신청하고 우여곡절 끝에 허가를 받았다. 2005년 LG상사가 청주국제공항 내에 항공기 정비공장을 준공한 것이 항공정비산업의 시작이다.

정부는 2009년 청주공항을 ‘전문 토탈 항공 항공정비시범단지’로 지정했고, 2010년에는 '항공 MRO 유망 거점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무렵부터는 항공정비산업은 당연히 충북의 것으로 인식됐다. 그랬던 것이 갑자기 경쟁의 형태로 전환됐다. 영남 정치권의 힘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충북과 손잡았던 카이(KAI)가 경남과 손잡았고, 뒤통수를 맞은 충북은 뒤늦게 아시아나항공과 손을 잡았다. 정 교수는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정부에 물어야 한다. 정부의 프로세스를 가장 충실히 따른 게 충북이다. 그런데 믿었던 정부가 갑자기 경쟁구도로 전환하면서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5년 항공정비산업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의 지원대상으로 지정되면 격납고 등 정비시설을 지원하고 기술융합 촉진 및 R&D 지원,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발표로 경남과 충북이 겨루는 것처럼 됐고, 아시아나 항공의 포기로 무게추가 경남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사업은 공모가 아니다. 신청지역 중 한 곳을 선정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2015년 사업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로 ‘항공사를 포함한 전문정비업체가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충북도가 아시아나항공과 손을 잡으려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현재 충북은 중요한 결격사유가 있다. 그렇다고 경남(사천)이 확실한 사업파트너를 손에 넣은 것도 아니다. 충북의 부진과 관계없이 경남도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토부가 경남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경자청, 정부 요구안 만들어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에어로폴리스 조성사업과 관련해 MRO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용국 본부장은 “MRO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MRO와 관련해서는 국토부에 국가산단 지정과 특별 지원, 청주공항 발전대책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국토부가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시범단지로 단독 지정해 충북도가 비용을 투입해 토지를 매입, 부지를 조성했다. 지방차원에서 MRO를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에 직접 단지 조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그동안 국가의 정책방향에 충실히 따른 만큼 그간의 재정적·행정적 부담 완화를 위해 청주공항에 대한 획기적인 발전대책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국제선 확대와 청주기반 LCC유치, 시설 개선, 활주로 연장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MRO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함께 항공물류, 항공 운송, 항공기 지상서비스, 항공부품제초업체 유치 등 항공관련 산업 유치를 통해 에어로폴리스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마디로 항공정비기업을 비롯해 항공물류센터, 항공부품제조업체, 항공관련 데이터센터, 회전익 종합 정비창, 군수MRO시설 등 항공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단지로 추진한다는 게 요지다.

김 본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의 MRO 포기로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타항공우주·우성진공·세진항공 등 에어로폴리스 2지구 조성시 즉시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만 8곳이다. 에어로폴리스가 속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여지는 있다”

 

“김포공항이 확장계획을 발표했다. 김해공항 내 항공정비시설인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이전해야 한다. 대한항공을 유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다. 대한항공이 타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사천은 부지가 작아 정부가 요구하는 MRO단지로 조성할 수 없다. 쉽진 않겠지만 카이와도 다시 손을 잡아야 한다” 오랜 기간 MRO 유치를 위해 민간에서 활동해온 청주공항활성화대책추진위원회 이욱 사무처장은 지금이라도 충북도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항공·카이 모두 잡아야 모두가 바라는 MRO단지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단언했다.

반면 정식항 충청대 항공자동차기계학부 교수는 “항공사 가운데는 항공정비 부분을 분리해 사업화하려는 곳이있다. 또한 정비 수요가 있는 업체를 유치하고, 공항접근성이 안돼서 사업화하지 못한 사업도 있을 것이다. 한 번에 하려는 큰 청사진도 좋지만 아쉬운 부분을 보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면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에어로폴리스를 진행하면서 항공정비업체들을 하나둘 유치하다보면 정부 지정이 아니더라도 우리 자체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정비산업단지를 조성할 수도 있다. 또한 카이가 탈락하고 몇년 지나 다시 정부가 공모했을 때 더 유리한 입장에 서 있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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