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액 1위, 기업인도 재력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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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액 1위, 기업인도 재력가도 아니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1.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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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김해림, 충북공동모금회 집계 2016년 최고액
4위 박해수 충주시의원 의정비+사비…5억원 기부 목표

지난 한해 충북도민 중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한 사람은 누구일까.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일군 향토기업인일까, 아니면 지역에서 이름난 재력가일까? 그도 아니면 지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일까?

대표적인 모금기관인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가 집계한 2016년 최고액 기부자는 골프선수 김해림(27)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기부가 공동모금회를 통하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름으로 고액을 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20대 운동선수가 기부액 1위라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기업인들의 기부활동이 부진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김해림 선수가 지역 기업인과 재력가를 제치고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한 개인에 올랐다. 김 선수는 생애 첫 우승상금 9070만원을 비롯해 지난해 1억 4300만원을 기부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고액기부자들 대부분이 유명인사나 유력기업인이 아닌 일반시민들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정도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모금사업 전반에 대해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국정불안에 따른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개인과 기업 참여 모두 감소했다”며 “유명인이나 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나 개인의 기부금액이 더 크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전히 익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익명으로 오랫동안 고액기부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익명 요구, 사회적 분위기 바뀌어야

김해림 선수의 1위 기부는 이례적인 일이다. 김 선수는 언론과 수차례 인터뷰에서 상금의 10%를 기부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해마다 약속을 지켰다. 도내 11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 김해림 선수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 연말까지 공동모금회를 통해 2억 4400만원을 기부했다. 특히 지난 한해 1억 4300만원을 기부해 개인 최고액 기부자에 올랐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5월 열린 KLPGA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것. 프로 데뷔 이래 129경기에 나서 1승도 없었던 김 선수는 이 대회에서  KLPGA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는 오래전부터 첫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한다고 공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지난 7월 우승상금 9070만원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또 다시 우승한 그는 우승상금의 10%인 1200만원을 기부했고, 우승하지 못한 대회에서도 받은 상금의 10%를 꼬박꼬박 기부했다.

오는 3월 시즌 시작에 맞춰 청주에서 동계훈련 중인 김 선수는 “내년에도 10% 기부 약속은 지킨다”며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있고, 그 덕분에 성적도 잘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김 선수가 올해 또 공동모금회 개인 최고액 기부자가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기부액 1억원선에서 최고액 기부자가 나온다고 볼 때 올해 투어상금이 10억원을 돌파하면 현실 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지난해 생애 첫승을 포함 2승을 차지한 김 선수는 KLPGA 선수랭킹 6위에 올랐고, 각종 스포츠매체에서 올해 KLPGA 챔피언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경기력이 상승세다.

시즌 시작 전이지만 기부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7일 팬클럽 회원 30여명과 함께 장애인시설을 찾아가 성금 500만원과 물품을 전달했다.

 

“공개해야 약속 지킨다”

지난해 개인최고액 기부자 두 번째는 익명을 요구한 기업인이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부자가 신상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공동모금회를 통해서는 올해 처음 기부했고, 기부액은 1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낸 개인도 청주에서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기업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3000만원과 4000만원, 2회에 걸쳐 총 7000만원을 기부했다.

네 번째로 많은 액수를 기부한 사람은 정치인이다. 주인공은 박해수 충주시의원으로 5000만원을 기부했다. 2014년부터 3년간 1억 5000만원을 기부했다. 박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의정비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한 자신의 공약을 지키는 중이다. 충주시의회 의정비는 3400만원, 1600만원을 더 해 기부하고 있다.

도내 17번째로 아너소아이어티 회원에 가입한 그는 공동모금회와 2억원 기부 약정을 맺었고, 개인적으로는 5억원 기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처음 기부를 시작했을 때 비난을 받기도 했다. 마음의 상처도 받았다. 뭘 그런 걸 알리느냐는 식이다”라며 “내세우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지만, 그보다는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개해야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 내 자신에게 고맙고, 기부는 내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라고 밝혔다.

2년 전부터는 박 의원의 부인 김은희 씨도 기부를 시작했고, 지난해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도내 네 번째 부부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건축자재판매업을 하던 박 의원이 의회에 입성하면서 부인 김 씨가 사업을 맡게 됐고 그때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또한 박 의원과 함께 5000만원을 기부한 이창희 그린피쉬 대표가 공동 4위에 올랐다.

한편 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1억원 이상)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은 지난해말 현재 총 38명이 가입했으며 지난해 8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임동명 성충문구 대표(충주), 최병윤 도의원(음성), 이규철 변호사(청주), 김영진 동일유리 대표(청주), 김은희 은성종합건재대표(충주), 유장수 금왕태성병원 원장(음성) 등이며, 회원 2명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소기업보다 못한 대기업 기부액

기부액 1위 하이닉스, 2위 클라이머홀릭

 

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희망2017나눔캠페인’의 목표액 달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기업들의 소극적인 참여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시작해 12월 31일 종료한 법인 기부현황에 따르면 희망2017캠페인 기부액이 전년대비 15%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기부액은 총 21억 5441만원으로 전년도 25억 2609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도내 최대 기부처는 SK하이닉스로 이번 캠페인에 5억원을 기부해 총 기부액의 20% 가량을 차지했다. 청주지역에서는 LG화학 오창사업장(4228만원), 오비맥주(3000만원), 내수농협(2248만원) 순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영동군 소재 아웃도어업체 클라이머홀릭이 1억 6140만원을 기부했다는 점이다. 클라이머홀릭은 자사 제품인 자켓 600벌을 물품으로 기부했는데, 판매가 기준이라는 점에서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유한킴벌리가 1697만원을 기부하는 등 도내 대기업 기부금액도 저조했다는 점에서 통 큰 기부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도 금성개발(진천) 5614만원, 중앙자원 3000만원, 옥천농협 3040만원 등 향토기업·중소기업의 기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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