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통신중계기 전기료 내는
이상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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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통신중계기 전기료 내는
이상한 아파트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3.0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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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용암동 모 아파트, 시 감사에서 두 차례 지적
비가 새는 옥상방화문은 고치지 않고 처마로 막아

통신사들은 가입자들에게 보다 나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거점마다 이동통신중계기를 설치한다. 하지만 이로 인한 환경, 비용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2013년 12월 ‘이동통신사업자 중계기 전기료 부담원칙’을 세우고 중대형 중계기와 옥외에 설치된 중계기에 대해서 이통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통신사가 옥외중계기를 설치한 용암동, 가경동, 산남동 등의 아파트들은 매월 7만원정도의 전기료를 통신사로부터 받고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아파트는 비용을 주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문제의 아파트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통신중계기.

문제의 아파트에는 통신3사의 옥외중계기가 설치되어 있다. 인근 1km내 아파트단지 가운데서 유일하다. 하지만 이 중계기가 언제 세워졌는지는 해당 관리사무소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임 아파트관리주체가 통신중계기 설치와 관련해 남긴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SK와 LG의 경우엔 임대료와 사용전기료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매달 납부하고 있다. 그렇지만 KT는 돈을 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아파트의 한 관계자는 “전임 동대표 가운데 KT의 고위직원이 있었다“며 ”그 사람이 동대표 시절 통신중계기가 설치되었을 것이다“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철거할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새롭게 부임한 해당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KT와 주고받은 어떤 약정서도 없었고 기기가 어떻게 설치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며 “지난해 10월 KT 계약담당자에게 비용을 왜 안내는지 문의했는데 납부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후 관리소장은 KT에 장비 철거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KT측은 해당 중계기에 대해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문의하지 않은 실내중계기와 다른 장비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된 문의에 KT측 담당자는 “대답할 수 없고 공식적으로 항의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주시 감사에서 문제 지적

이 아파트의 문제는 통신 중계기만이 아니다. 청주시 공동주택과는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아파트에 관리상 문제를 지적했다. 2015년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입찰공고를 진행하고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한 6건의 계약에 대해 주택법에 저촉된다며 시정·주의조치를 내렸다. 액수로는 약 3,100만원 규모의 계약으로 각각의 업체와 계약을 했는데, 적발되고 지금까지 개선된 사안은 없다.

그 중에는 큰 돈을 들여 제작한 옥상방화문공사가 있다. 2015년 감사에서 시는 아파트 관리주체가 무자격설치업체와 공사계약을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사는 날림으로 진행되었다. 화재를 차단해야할 옥상방화문은 맑은 날이면 빛이 새어 들어오고 비오는 날에는 누수가 발생한다. 이를 본 충북소방본부에 관계자는 “옥상방화문의 기능은 화재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누수가 있다면 방화문으로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누수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해당 아파트의 옥상방화문

그렇지만 이런 사실을 주민들은 알지 못한다. 2016년 9월 304동 동대표로 선출된 김인기 씨가 게시판에 공고하고 단지 앞에 현수막을 붙여 기존 동대표들과 관리사무소의 문제점을 주민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그는 “주민들에게 알리기에 앞서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다른 동대표들과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며 “여러 이권이 개입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그가 대표가 되기 전까지 약 7억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모 제2금융권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 은행은 이 아파트의 한 입주자대표가 이사로 근무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후 김 대표는 아파트에 쌓인 적폐를 해결해야 한다고 계속 문제제기했다. 결국 2017년 선거에서 입주자회의회장이 되어 문제들을 공론화했고 전임소장이 사직하면서 해당 아파트의 문제가 일단락되나 싶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소송에 휘말려 아파트 관리문제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검찰은 전임소장의 퇴직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회장 등에게 벌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그렇지만 여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임 소장이 공동관리주택법에서 명시한 인수인계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퇴직금 산정도 자의적으로 해 지급할 수 없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관리소측은 퇴직금 산정을 위해 전임 소장에게 문의를 했다. 전임 소장은 지난해 9월 4일 인수인계를 하면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 날짜에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고 11월 말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김 회장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업무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전임소장에게 인수인계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임소장과 아파트 관리주체 측 간에 논쟁이 벌어졌고 끝내 11월 30일 인수인계가 이뤄지며 올해 2월 1일부로 퇴직금이 지급되었지만, 그 사이 전임 소장은 노동위에 제소를 했다.

검찰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부과 받은 김 회장은 법원에 이의제기를 한 상황이다. 그는 “우리 아파트에 문제가 많다. 장기수선충당금 등 관리해야 하는 돈이 7억여 원이나 되지만 이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이 적어 전임 대표들이 ‘짬짜미’로 관리했던 문제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김회장에게 벌금형이 확정되면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따라 아파트 입주자대표직을 상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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