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많으나 신생아 울음소리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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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은 많으나 신생아 울음소리 ‘뚝’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3.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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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0만명 찾는 유명 관광지, 주민 대부분 관광업에 종사
“젊은층들이 할 만한 일이 없어…관광특구로 제정되길 바라”

제천시 한수면은 충주시와 제천시의 경계에 위치한 지역으로 월악산국립공원과 송계계곡이 있어 한 해 12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하지만 한수면은 지난해 충북에선 유일하게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마을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동안 면에 축구학교가 있어 아동과 젊은 가족의 유입이 있었지만 근래 신입생을 받지 못하면서 젊은 부모들의 유입도 줄었기 때문이다. 인구유입이 감소하면서 한수면은 지난해 총인구 731명으로 충북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면이 됐다.

한송초·중학교 병설유치원 아이들 /육성준 기자

주말을 앞두고 방문한 한수면 송계리에선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에 결혼 기념 잔치가 열렸기 때문이다. 혼주는 멀어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잔치를 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하는 잔치엔 마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였다. 같은 마을사람들뿐 아니라 인근 마을 주민 그리고 이곳에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귀농인들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잔치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을의 현안에 대한 논의들도 있었다. 그중 한수면 ‘원조토박이’라는 송계3리 석희주(64) 이장을 만났다.

예나 지금이나 인구감소가 걱정

그는 선대부터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다. 젊었을 때부터 농부였지만 지금은 펜션을 운영한다. 그는 한수면을 “충주댐으로 인해 고향이 수몰된 사람들의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수산·덕산·한수면 등은 충주댐 건설이후 고향이 물 속에 잠겼다. 특히 한수면은 마을 대부분이 사라졌다. 충주댐수몰마을사편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수몰 전 한수면엔 16개의 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1978년 댐이 건설되고 1984년 댐에 물이 채워지면서 16개 중 15개 리가 없어졌다. 그때 한수면의 인구는 5176명이었다. 수몰 이후 대부분 마을을 떠났고 한수면의 새로운 거주지엔 1000여명이 살림을 꾸렸다고 한다.

석 이장은 “과거 한수면은 유명한 광업지구였고 60년대 보통학교를 다닐 시절에는 학교에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충주댐수몰마을사편찬위의 자료에 따르면 한수면의 60,70년대 주요 경제활동은 텅스텐을 채굴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일이었다. 1959년에 4개의 광산이 한수면에 생겼고 사람들이 이주해왔다. 광산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채굴이 계속돼 굴이 깊어지면서 광구가 무너지는 사고들이 일어났다. 이후 광산은 하나둘 폐광했고 마을 인구도 줄었다”고 말했다.

석 이장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자주 면사무소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텅스텐을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할 것이 아니라 마을에 제련공장을 만들어 직접 가공하자는 방안이 나왔다”고 밝혔다.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1965년 ‘송계광업사’가 한수면에 사업자등록을 했다.

광업사는 잘 운영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한 기업가가 광업사를 만들었다. 당시 한수면의 광산들과 거래하던 일본의 제련소를 통해 첨단기계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어렵게 구입한 기계는 고장이 잦았고 그로 인해 공장이 가동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결국 78년부터 충주댐 건설이 진행되고 강 근처에 위치한 광업사는 문을 닫았다고 한다. 광공업산업의 쇠퇴와 더불어 한수면은 70년대 정부의 ‘화전민이주대책’과 80년대 ‘석탄산업합리화대책’으로 많은 인구가 도시로 떠났다. 남은 인구는 고령화 되고 아이들이 줄면서 학교도 폐교위기에 몰렸다. 당시 그는 송계초등학교의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었다.

석희주 한수면 송계3리 이장(왼쪽), 김영인 한송초·중학교 교감 /육성준 기자

전국 최초 통합학교 한수초·중학교

 

석 이장은 “어느 날 교육청에서 학교에 학생 수가 적으니 인근 초·중학교를 통폐합 한다는 공문이 왔다”며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에 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마을사람들과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후 교육당국과 논의 끝에 1998년 폐교위기였던 송계초등학교와 한수중학교는 한송초·중학교로 새롭게 변모했다. 전국 최초의 초중통합학교다. 현재 한송초·중학교 학생 수는 30여명이다.

한송초·중학교의 김영인 교감은 “통합으로 행정이 운영되기 때문에 업무가 적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관심을 갖고 지도한다. 생활지도와 아이들의 훈육면에서 한송초·중학교는 매력적인 곳이다”고 밝혔다. 그래서 한송초·중에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찾는 부모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동인구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입학생 수는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석 이장 등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산업을 활성화 해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수 환경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수면 관광자원 활성화방안’을 주장했다. 한수면은 한 해 12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20세에서 49세 사이 주민 330명 대부분은 펜션운영 등 관광업에 종사한다.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종종 외부에서 유입된다.

그래서 제천시와 월악산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서도 한수면 송계계곡 일대의 정비사업과 홍보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국비와 도비 70억원을 들여 정비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석 이장은 “유입되는 젊은이들을 잡아둘만한 정책이 부족하다”며 “한수면이 단양처럼 ‘관광특구’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광특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시장·군수등의 요청에 따라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관광특구로 지정된 곳은 공모사업을 통해 매년 30억원 규모의 국비 등 예산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충북에도 단양과 속리산등 2곳의 관광특구가 있지만 국립공원인 한수면을 관광특구로 개발하기엔 풀어야할 과제들이 많다.

석 이장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기반이 필요하다”며 “한해 120만명이 찾는 한수면을 활성화 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관계당국과 주민들 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수면은 다시 신생아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지역으로 돌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수면 송계리 송계계곡 전경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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