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청주의 자랑이자 고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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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청주의 자랑이자 고민거리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4.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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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시장들 모두 직지 관련 사업 하며 위상 높여
고인쇄박물관 예산 적고, 행정직 관장 임명 문제

청주시가 ‘직지의 고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기까지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지자체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전 청주시 공무원 변상훈씨는 “직지로 무엇인가를 한다고 했을 때 막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관련부서에서 체계를 잡아갔고 점차 모습을 갖춰갔다”고 기억했다. 이후 20년, 시장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직지관련 사업들은 점점 확장해갔다.

1992년 박물관이 개관하고 민선 1기 김현수 전 시장은 박물관 증축 계획을 세웠다. 민선2기 나기정 전 시장 때는 1년여 간의 공사를 마치고 박물관이 재개관했다. 나 전 시장 시절인 2001년에는 직지가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이었다.

이후 한대수 전 시장 때는 유네스코 직지상이 제정됐다. 유네스코 직지상은 세계기록문화유산 보호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수여하기 위한 상이다. 상의 이름을 직지로 하기 위해 청주시는 각고의 노력을 펼쳤고 유네스코는 2004년 4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집행위원회를 통해 직지상으로 결정했다.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09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육성준 기자

황정하 고인쇄박물관 학예실장은 “관련부처에서 유네스코에서 기록유산 보호를 권장하기 위해 직지상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렸다. 공무원과 각계 전문가들이 청주를 기록유산 분야의 중심지로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직지상은 단체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2년에 한 번씩 청주 또는 파리에서 수여한다. 지금까지 총 6번 시상했다.

 

직지알리기 전환점 ‘직지문화특구’

직지문화특구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사업구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민선4기 남상우 전 시장은 국회에서 직지문화특구 지정을 이끌어냈다. 특구는 타 지역과 비교해 우위에 있는 지역특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적으로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다.

직지문화특구는 문화자원 최초의 특구다. 이는 시민, 시의회, 관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이뤄진 업적이다. 당시 시민단체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종관 서원대 겸임교수는 “2004년 직지문화지구 조성이 공론화된 이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기획과 홍보를 벌였다. 직지문화특구는 그 결실이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한범덕 전 시장 때는 직지문화특구에 금속활자주조전시관과 근현대인쇄전시관을 건립했다. 직지문화특구는 문화공간으로 모습을 갖춰 나갔다. 개울이 흐르는 거리도 조성됐다. 그 후 이 거리는 웨딩촬영장소, 어린이집 소풍 장소로 각광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이승훈 전 시장 때인 2017년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청주 유치에 성공하면서 직지 관련 사업은 전환점을 맞았다. 황정하 학예실장은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유네스코에서 국제기록유산의 보존과 관리, 교육을 위해 새롭게 조직된 기록물 분야 최고 권위의 기구다.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의 고장 청주에 센터가 설립되는 것은 그 만큼 직지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고 국제기록유산센터 유치의 의미를 설명했다.

건립의 공은 차기 시장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2월쯤 유네스코와 외교부간의 공식 협정이 체결될 계획이었지만 부지 선정을 두고 직지문화특구가 될 것인지 옛 국정원 충북지부 터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6월 중 유네스코와 외교부간 공식 협정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직지의 대표 콘텐츠는 무엇?

지난 10년 흥덕사지 일대는 외형적으로 크게 변했다. 청주시금속활자전수교육관과 근현대인쇄전시관이 들어섰고 도로는 정비됐다. 개울이 흐르는 인도는 아이들의 소풍장소와 청년들의 데이트장소가 됐다. 청년들은 크고 작은 점포를 열었고, ‘#운리단길’은 청주의 핫플레이스로 SNS를 타고 퍼지고 있다.

그렇지만 소위 ‘운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운천동과 직지를 담을 콘텐츠가 없다. 직지문화특구가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최초로 지정됐고, 직지코리아 등 매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행사를 기획하는 것에 비해 아쉬운 결과다. 주민들도 아쉬움을 표한다. 운천동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주민 이정복 씨는 “직지 알리기를 위한 행사도 좋지만 행사를 통해 흥덕사지 인근 지역, 나아가 청주가 어떻게 발전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실장은 “10년이 될지 1년이 될지 모르겠다. 2007년 직지문화특구가 지정 됐을 때 직지관련해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콘텐츠는 아직까지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흥덕사일원이 인쇄문화를 총망라할 수 있는 거리로 조성되는 것도 직지 콘텐츠를 만드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방향은 잡히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할 싱크탱크는 박물관이다. 때문에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위해 청주고인쇄박물관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직지코리아 예산은 60억원이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직지코리아에 몇 십억원을 쓰면서 정작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데는 인색하다. 고인쇄박물관이 청주시에서 받은 올해 학술연구 지원 예산은 7800만원이다. 몇 해전부터 동일하다. 이마저도 서책을 발간하고 민간학회에 지원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박물관장의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박물관장은 행정직 공무원이 6개월 정도 짧게 거쳐 가는 곳이 됐다. 일을 파악조차 못하고 떠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고인쇄박물관이 청주를 넘어 전국의 박물관, 세계의 박물관이 되려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관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나왔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전문직을 박물관장으로 등용할 때가 지났지만 행정직의 반발을 의식해 시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박물관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주민들이 박물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주민 이정복 씨는 “청주시가 국제기록유산센터를 유치하고, 운천·신봉동이 도시재생사업 지구로 지정되면서 동네주민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주민들과 박물관, 청주시가 힘을 합쳐 특색 있는 직지문화특구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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