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천·신봉동에는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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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천·신봉동에는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 있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5.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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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역사문화의 장
매년 3만 명의 관람객이 찾지만 17년째 개편 안 해

운천·신봉동은 역사의 보고다. 한 개의 동에 박물·전시시설이 두 군데나 존재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 일대에 매장문화재들이 많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운천·신봉동 139번지 일원에서는 토기나 철기 같은 유물이 나와 1982년 1차 학술조사를 통해 석실분 1기와 토광묘 14기가 조사됐다. 역사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사적 319호로 지정됐다. 1990년 이후 세 번에 걸쳐 학술조사를 했고 1998년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권유지 정비사업에 선정돼 2001년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하 전시관)을 개관했다.

백제유물전시관 전경

그 후 문화재청은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전시관을 잇는 운천·신봉동 역사사적지구 조성계획을 세웠다. 2001년 백제유물전시관 개관 당시부터 일한 강준식 학예사는 “청주고인쇄박물관 양병산에서 전시관 명심산을 잇는 4km를 둘레길로 만들 계획이 있었다. 도로에는 육교를 건설한다고 했지만 결국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양병산과 명심산을 산책로로 이용한다. 봉명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한봉규(40)씨는 “아침마다 운동하기 좋은 코스다. 명심산과 양병산을 한 바퀴 돌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생태를 보존하고 있는 공원이자 도심 속에 살아 있는 백제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역사가 숨쉬는 사랑방

전시관은 연간 3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18만 명이 방문한다는 이웃 청주고인쇄박물관에 비해 관람객 수는 적지만 관리하는 문화재 수는 더 많다. 직지와 금속활자를 특화시킨 청주고인쇄박물관과 달리 전시관은 운천·신봉동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굴된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관을 방문하면 청주읍성 벽돌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문서들을 볼 수 있다. 전시관은 청주지역에서 발굴된 토기들을 중심으로 백제시대 청주의 위상과 발전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적갈색 연질 장란형 항아리와 손잡이잔, 새발자국무늬 토기 등은 청주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나타내는 귀중한 문화재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그래서 학생들과 역사연구자들은 전시관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전시관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안명준 씨는 “주말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곳을 체험학습장소로 활용한다. 주중에는 주로 타 지역 대학들이 관람예약을 하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청주뿐 아니라 백제문화를 연구하는 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또한 전시관은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된다. 인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정민(24)씨는 “점심식사 후 주변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동료들과 전시관을 돌아본다”고 말했다. 이 씨뿐 아니라 점심시간에 짬을 내 이 곳을 구경하고 주변을 걷는 사람이 많다. 이들을 위해 전시관은 탁본체험과 역사문화체험의 교육프로그램과 기획전을 열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시관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있다. 지난해 전시관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은 “백제유물전시관의 기획전이나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전시관은 지난달 한국선사문화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문화유적의 발굴조사 결과를 상호 교류해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청주문화원이 위탁 운영중

하지만 전시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있다. 이에 대해 전시관 관계자는 “매년 괜찮은 전시사업을 유치하고, 관람실을 새 단장하고 싶어 청주시에 예산증액을 요청한다. 하지만 예산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준식 학예사는 “전시관은 민간위탁운영기관이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시관은 청주문화원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민간위탁기관들이 많지만 2001년 박물관이 개관할 당시엔 흔치 않았던 일이었다. 이 전시관은 민간위탁을 받은 최초의 문화시설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운영하다보니 어려운 점도 많다고 한다. 백제유물전시관뿐 아니라 청주시내 다른 민간운영 전시관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강 학예사는 “보통 전시관들이 7~8년에 한 번씩 내부를 개편하지만, 민간운영 전시관들은 그렇지 못하다. 백제유물전시관도 2001년 개관이래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전시관은 지역민들에게 문화공간이자 만남의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관람객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을 고민한다. 올해는 청주시 생태계복원사업과 연계해 명심공원 일대에서 생태역사문화탐방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서 전시관 관계자는 “지역민들이 더욱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백제유물전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강준식 학예사, 안명준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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