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사기, 약점을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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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사기, 약점을 노려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4.10.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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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불법운영 이용한 사기행각 드러나
적발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업소마다 100만원 요구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대부분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틈을 타 저렴한(?) 비용으로 유혹하는 노래방도우미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정상적인 노래방 영업을 하는 곳을 찾기 어려운 요즘, 불법 영업의 약점을 노린 신종 사기사건으로 추정되는 범죄가 용암동에서 발생했다.

룸살롱, 단란주점과 같은 기존의 유흥업소들이 경기침체와 성매매특별법 등으로 인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반면 노래방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흥의 트랜드로 정착되고 있다. 룸살롱과 흡사한 시설에 술을 공공연히 제공하고, 노래방도우미라는 새로운 직업형태가 생겨나면서 노래방은 성업중이다.심지어 룸살롱 허가를 낸 업소들도 노래방으로 전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영업행태는 대부분이 불법이다. 룸살롱 허가를 낸 노래방들은 술을 판매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노래방에서는 주류를 취급하는 자체가 불법인데다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캔맥주를 공급하면서 자연스레 탈세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일명 노래방도우미의 등장이다. 이들은 대게 보도방이라고 불리는 연결고리를 통해 노래방에서 영업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도우미들 가운데는 상당수의 미성년자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미숙한 검거작전

지난 6일 오후10시30분 용암동 망골공원부근에서 A씨는 자신의 딸인 B양(17)이 노래방도우미로 일하는 사실을 알고 동부경찰서 담당형사에게 사건을 의뢰해 자신의 선배 C씨와 함께 보도방업주의 검거에 나섰다. 보도방업주의 차량을 급습하던 과정에서 차량의 진로를 가로막고 서있던 A씨가 도주하는 보도방업주의 차량에 부딪혀 전치4주의 부상을 당하고 선배 C씨도 손가락을 다치는 부상을 당했다.

보도방업주는 그대로 도주했고 부상당한 A씨는 급히 병원으로 후송 조치됐다. 사실 확인결과 그 보도방에는 A씨의 딸을 제외하고도 3명의 미성년자들이 도우미로 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동부경찰서는 이들 중 2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보도방업주 K씨에 대해 수배를 내릴 예정이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2명의 미성년자에 대한 조사에서 이들이 도우미로 일했던 곳은 3곳으로 드러났고 사건은 보도방업주의 검거와 미성년자를 고용한 것으로 드러난 노래방에 대한 단속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제발 저린’ 업주들 쉽게 당해

전직 보도방업주로 용암동 일대 노래방 업주들과 친분이 있던 P씨가 노래방업주들을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P씨는 검거과정에서 허리를 다친 A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것으로 알려졌다. P씨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후 불법영업이라는 약점을 가진 노래방업주들을 상대로 ‘단속에 걸린 A씨의 딸이 당신 가게에서 영업을 했다고 경찰조사에서 밝혔다. 내가 담당형사와도 잘 아는 사이니 당신 가게는 빼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업주들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P씨는 노래방 업주들에게 단속을 빼주는 조건으로 금품 1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P씨에게 100만원을 건넸다는 노래방업주는 “용암동 소재의 노래방 가운데 단속에 걸린 보도방을 거래하던 10여개의 업소에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 그 가운데 몇몇 업소는 입막음 차원에서 1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에 의거, 단속에 적발시 1000만원이하의 벌금, 또는 2년이하의 징역이라는 형사처벌과 3개월의 영업정지를 당하는 업주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은 격’이다. 노래방업주 H씨는 “평상시에도 P씨가 담당형사와의 친분관계를 이야기하던 터라 의심하지 않았다. 또한 미성년자를 고용한 적은 없지만 내 가게의 이름이 거론됐다고 하니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없었다. 불법영업을 하는 노래방으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P씨가 평소에 친분관계가 있다고 말하던 담당형사는 “P씨는 예전에 보도방운영혐의로 입건되었을 때 한 번 본 기억밖에 없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또한 보도방업주 검거당시 일어난 사고는 진술서만 받을 요량으로 서류만 준비해 나갔는데 딸 문제로 흥분해있던 A씨의 부탁으로 할 수 없이 무리한 검거를 강행하다 일어난 사고다. 제보의 사실확인이 이루어지면 즉각 접수를 해 사건처리하겠다”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또한 P씨의 말과는 달리 애초에 참고인 조사에서 거론된 노래방은 3개였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담당형사는 자신의 개입을 전면부인했다.

사기사건의 의혹이 짙은 이번 일은 불법영업의 약점을 갖고 있던 업주들이 지레 겁을 먹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편법과 불법이 만연하고, 이를 악용해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는 세태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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