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거주 교수들, 지역문제는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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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거주 교수들, 지역문제는 ‘무관심’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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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전부, 학생과 대화 통로 부재
재역할 위해서는 지역 거주가 ‘필수’

교육계의 현실은 정·재계 보다 더 심각하다. 충북대·청주대·서원대 전임교수를 기준으로 볼때 가족과 함께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교수의 비율은 30%가 채 넘지 않는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전임교수의 경우 주 15시간 내외의 강의가 편성돼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선 이틀이면 강의시수를 채울 수 있다. 대학 관계자는 “지역에 살지 않는 교수의 경우 아파트나 원룸 등을 얻어 수업이 있는 날만 청주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당일 출퇴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등록된 교수들의 주소지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면 60%대의 지역거주율을 보이지만 진정한 거주의 개념(가족과 함께 지역에 거주)으로 보면 30%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교수 근무일수는 주 2일?
대학 관계자는 “주 15시간의 강의편성은 교수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지식의 전문성을 고려하고 연구활동, 학생·학과지도 등 강의 외에 업무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쪽이 아닌 온전한 교수로서의 활동을 위해서는 지역 내 거주는 필수조건이다.

지역밀착도가 떨어져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교수와 학생간의 대화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교수연구실을 찾아가도 교수님 뵙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방과 후 학과 주요모임에 지도교수님의 참석을 요청하지만 귀가의 어려움을 들어 거절하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학과지도나 학생지도 등 교수의 또 다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한 관계자는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에 무관심하고 교수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모두를 싸잡아 평가할 수는 없다. 그 중에는 일주일에 이틀 동안만 청주에 머무르면서도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진 교수가 청주에 거주한다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분명 그 이상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역에 대한 애착심 부족
지역에 거주하지 않아 발생하는 또 하나의 병폐는 지역현안에 대한 학자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충북의 경우 타도와 비교해서도 학자들의 참여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교수들의 사회봉사·참여 등 직접적인 활동은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긍정적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가 부족한 것은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없고 청주를 ‘직장이 있는 도시’, ‘잠시 머무르다 가는 도시’ 정도로 인식하는데서 비롯된다.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명문학교 출신의 교수들을 초빙해 오지만, 종국에는 자신의 출신학교에서 활동하길 원하는 교수들에게 청주는 직장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지역현안에 대해 그들은 무관심하다 못해 무지하기까지 하다.

지역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지역출신의 한 교수는 “전공분야와 관련된 지역신문의 칼럼 제안이나 방송사 토론프로그램의 패널 제안이 들어와도 지역 사정을 몰라 기고와 출연을 고사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지역에서 무엇이 이슈가 되고 있는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역의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각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대학이 강제성을 띠더라도 교수들의 거주지 이전을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 예로 청주대의 경우, 1980년대 말까지 교수 채용조건으로 거주지 이전을 제시 했었다. 하지만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말이다. 대부분 주소지만 변경해놓고 실생활은 여전히 타 지역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유치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교수를 초빙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주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수도권에 거주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거의 모든 학회 활동이 수도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교수의 발전을 위해서도 강요할 수 없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청주대는 외지 교수들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강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옆 아파트를 임대해 교수들에게 저렴한 비용에 재 임대 해주고 있다. 청주대 관계자는 “아파트는 해외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의 역할이 주목적이지만 교수들에게 임대되는 비율도 상당수다. 총 132세대의 아파트를 임대할 계획이며, 이동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강의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그러한 방법이 도움은 되겠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대학의 우려와는 다르게 교수들도 취업난을 겪고 있어 유능한 인재들이 넘쳐난다. 거주지 이전을 요구해도 교수 채용에 문제가 없다”고 대학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했다.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
충북출신 교수들 지역참여에 앞장서야

경북 출신의 A교수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청주에서 뿌리를 내린 것은 10여년 전 일이다. 서울에서 가정을 꾸민 A교수는 청주의 C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이사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다른 교수들처럼 청주에 작은 방을 얻고 1주일에 한번 서울로 올라갔다. 그 생활을 몇 년간 하다보니 불편함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주초에는 새벽같이 서울에서 출발해야 강의시간을 맞출 수 있었고, 식사와 잠자리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청주로 이사를 결심한 A교수는 이사 후 많은 것을 얻었다. 안정된 가정과 생활의 편리함 뿐 아니라, 학생들과 관계도 좋아졌다. A교수는 “학생들에게 급한 연락이 와도 서울에 살 땐 방법이 없었지만 청주에 와서는 학생들의 문제해결이 용이해져 자연스레 학생들과 친숙해졌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갖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A교수는 도내 시민운동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학자는 개인의 명성을 위한 일보다는 실제로 비판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충북의 경우 참여도가 낮아 한 명의 교수가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역출신의 교수들이 지역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조했다. “진보적인 방향에서 운동을 하다보면 이 지역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도 있다. 지역출신의 교수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A교수는 기사에서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조차 꺼렸다.

또한 그는 교수들이 이주를 기피하는 이유로 배우자의 직장생활과 자녀의 교육기회, 학회활동 등 사회적 관계의 수도권 집중을 꼽았다. 그는 “청주로 오면서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게 돼 미안했다. 아내도 처음엔 힘들어했지만 청주에서 여러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어가면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해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관해서도 청주로 와서 손해 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예 로 들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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