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위기’ 맞은 구도심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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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위기’ 맞은 구도심 초등학교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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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주성초, 2005학년도 신입생 25명이 고작
‘교통 불편·업무 가중, 노후한 시설’ 등 교사도 기피

도심공동화현상이 심화되면서 폐교 등 산간벽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청주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용암 2지구, 가경지구 등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형성되면서 신설초등학교의 학생수가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주성초등학교, 한벌초등학교, 석교초등학교 등 전통적으로 학생수가 많았던 구도심의 학교들은 학생수 감소로 존립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초등학교는 중·고교와는 달리 거주지에 의해 배정됨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현재 사직1동과 봉명1동 일부, 사창동 일부 지역의 학생들이 배정받는 한벌초는 한때 한 학년이 16학급까지 있었고, 전교생이 4000여명에 이르는 등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넘치는 학생으로 인해 오전반, 오후반으로 편성해 운영할 정도였다. 그도 모자라 인근 서원초, 모충초, 운천초, 사직초, 흥덕초, 봉명초, 창신초 등이 개교할 때마다 한벌초 학생들은 신설학교의 학생수를 채우기 위해 전학을 가야하는 가진 자의 아픔(?)을 겪기도 했으나 2006학년도에는 110여명의 신입생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한벌초 신인자 교감은 “지난 해 24학급이던 것이 2006학년도에는 22학급으로 줄었다. 2월 졸업생들은 181명으로 5개 학급으로 편성된 마지막 졸업생이 될 것이다. 그나마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4개 학급이 운영되고 있지만 1·2학년은 3학급으로 줄었다. 우리지역 거주민이 점차 줄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성초 동문, 자구책 마련위해 고심
그나마 3개 학급이라도 유지되고 있는 한벌초는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다. 2007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주성초는 100주년을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주성초는 이미 전 학년이 2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입학생이 25명에 그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06학년도 신입생이 50여명으로 늘어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주성초교 42회 졸업생인 이준구 씨(67·주성초등학교동문회장)는 “청남초가 지난해 100주년 행사를 했지만, 공립학교로 개교한 우리학교가 100주년이 되는 최초의 학교라는 동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90여년 동안 24000여 동문을 배출한 전통의 학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00주년 행사보다도 학교의 존립이 더 큰 문제다”라고 걱정했다. 그는 또 “내가 학교를 다닐 당시엔 주성초가 청주에서 가장 큰 학교였다. 석교초, 교동초 등이 3학급이던 시절, 우리 학교는 6학급이나 됐다. 나는 주중동에 살았지만 주성초를 다니기 위해 10리길을 걸어 다녔다”고 번성했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주성초는 1982년 가장 많은 45학급을 운영하는 것을 기점으로 점차 학급수가 줄어들었으며 택지개발이 빠르게 전개되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눈에 띠게 감소폭이 커졌다.

지난해 신입생모집이 25명에 머물자 모교의 존립자체가 위협을 느낀 동문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했다. 이 회장은 “동문대표들이 고 김천호교육감을 찾아가 학교 존립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김천호교육감과의 면담자리에서 동문대표들은 학교시설의 현대화와 청주시 공립 최초학교로 특별 관리학교 지정, 학구제 폐지 등을 건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회장은 “두 자녀 이상이 학교를 다니는 경우 한 자녀에게 복지혜택을 주고 학교주변 자전거 도로 확보와 외국인 강사 초빙 등 복지 강화를 통한 학생유치와 동문회 자녀 주성초교 보내기 운동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동문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구도심 학교의 고민과는 달리 진흥초(복대1동·56학급), 금천초(금천동·54학급), 봉정초(봉명동·54학급), 남평초(분평동·50학급), 동주초(금천동·48), 경산초(가경동·43학급) 등은 학생수가 많아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긍정적인 측면도
구도심 학교의 경우 외형은 축소됐지만 결과적으로 교육환경은 좋아져 오히려 학생들에게는 이로운 점이 많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생학교들이 학생수에 비해 다소 좁은 운동장과 학교시설을 갖추고 있는 반면 구도심의 학교들은 학생수의 감소로 잉여교실이 발생해 도서실, 음악실, 자료실 등으로 활용되면서 교육여건은 신생학교보다 낫다는 평가다. 한 교사는 “학생수가 많지 않아 학생지도가 용이하다. 또한 교내 분위기가 정숙하고 소규모 집단이다 보니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한편 교사들조차 구도심의 학교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사는 “대부분의 교사들도 용암동, 가경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에 거주하다보니 교통이 불편하다. 또한 교직원 수는 적은데 반해 시설은 노후해 수업이외에도 부수적인 업무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해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학생수 감소, 교동초등학교 사례가 해답인가?
현재 학생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도심 초등학교들은 대부분 역사가 깊은 학교들이다.
1994년 14학급으로 존폐위기에 놓였던 교동초는 1995년 아파트밀집지역인 용암동으로 학교를 이전하면서 현재는 49개 학급, 1795명의 재학생을 보유한 학교로 자리 잡았다. 교동초 관계자는 “당시 도교육청 방침은 100m 인근에 중앙초교가 있어 교동초교를 폐교할 생각이었으나 동문들의 요구로 학적 등 모든 것을 유지하게 됐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기존의 도심은 쇠락한데다 학구제를 시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구도심 초등학교들은 학생수급이 별다르게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교동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학교가 학생을 찾아 떠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구도심의 경우 아파트단지가 형성되거나 학구제가 폐지되는 등의 큰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학생수가 증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학년별 2학급도 유지하기 어려운 학교들은 통폐합을 하거나 밀집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동문들의 반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99년 역사의 주성초를 비롯해 석교초, 중앙초, 우암초 등 대개의 구도심 학교들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학교 이전이나 통폐합에 대한 동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주성초의 경우 학교이전은 ‘절대불갗라는 것이 동문들의 입장이다. 이준구 동문회장은 “100주년 사업으로 내년엔 교정 한편에 100주년기념 조형물을 세울 계획이다. 주성초 강당은 6.25전쟁 이전부터 있던 건물이고, 학교 건물 하나하나가 주성초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석교초의 한 동문은 “교동초가 이전할 때 동문들의 반대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 데 무조건 반대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모교가 없어지는 것보다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더라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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