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행정에 신설초등학교‘개점휴업’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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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행정에 신설초등학교‘개점휴업’ 불가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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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BT단지 내 만수초교, 완공은 8월 개교는 2008년에나
청원군교육청, 문화재 발굴 고려하지 않고 계획대로 추진
청원군 강외면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만수초등학교 신축학사가 2006년 8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상·하수도, 전기공급, 폐수처리장 등 개교를 위한 기반시설이 준비되지 않아 2년 이상 빈 건물로 방치될 전망이다. 또한 개교가 늦어짐에 따라 관리비용 등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관련행정기관들은 기존 입장만 고수할 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청원군 교육청은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아파트 입주자 자녀 등 학생인구 증가를 감안해 만수리 일대 13,210㎡ 부지를 확보, 18학급 규모의 신축학사를 짓고 있다. 만수초등학교가 이전될 이 신축학사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 8월 완공을 마치고 9월에 개교를 할 예정이었지만 학교운영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들어오질 않아 개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굴조사 마칠 때까지 공사중단’
충북도 바이오산업추진단 관계자는 “폐수종말처리장과 도로포장공사, 상·하수도 시설 등 기반시설공사가 올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단지 일대에서 구석기 문화재가 발견돼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 발견지역은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발굴이 끝나는 8월 11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8월까지는 단지 전체 기반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신학기가 되서야 신입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발주처인 한국토지공사의 설명은 달랐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8월 11일이란 것은 한국문화재재단과 토지공사가 일차적으로 합의한 계약기간일 뿐 차후에 또 다른 문화재가 발견되면 다시 발굴기간을 연장하게 돼 현재로써는 언제라고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 발굴은 지표조사와 시굴조사, 발굴조사 순으로 시행되는데 발굴조사는 층별로 이뤄져 얕은 층에서는 역사시대 유물이 발견되고 구석기 유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깊게 파헤쳐야 가능하다. 이 일대에는 구석기 유물이 발견될 확률도 높아 앞으로도 더 깊이 곳까지 조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조사기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기반공사가 끝나는 시기는 아직도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발맞춰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하는 충북도와 한국토지공사 조차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재 조사를 시작한 시기는 2003년인데 반해 만수초교 신축공사는 2년 후인 2005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발굴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충북도나 한국토지공사 측은 청원군 교육청에 한마디 언질도 없었다는 것이다. 청원군 교육청 또한 현장조사 없이 공사를 밀어붙여 진행한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청원군 교육청 관계자는 “충북도가 요청해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했을 뿐, 문화재 발굴로 인해 전체적인 단지조성이 늦어진다는 설명을 듣진 못했다. 현재 관련기관에 정확한 공사연기 사유를 공문으로 요청한 상태고, 답변이 오는 대로 처리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행정기관들의 무성의한 사업추진으로 만수초교는 꼼짝없이 최소 2년간 빈 건물로 지내야 할 형편이다. 만수초교 신축공사 관계자는 “학교건물도 일반주택과 같이 오래 비워두면 건물 수명이 짧아진다. 겨울에는 주기적으로 난방을 작동해야 하고 청소 등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화장실 시설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교가 늦어짐에 따라 소요되지 않아도 될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되는 셈이다.

관계자는 또 “총 공사비용에 비해 큰 액수는 아니지만 기반시설보다 건물이 먼저 들어서게 되면 상·하수도관로를 연결하는 공사와 전기공사를 따로 시행해야 돼 추가경비가 소요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만수초교의 경우 직접적인 문화재 발굴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폐수종말처리장 정도만 완공되면 임시전력을 사용하고 상수도의 경우 최소한의 관로만이라도 우선 공급시켜 건물사용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으나 해당기관의 합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 8월 완공 예정인 강외면 만수초등학교.
청원군, 지하수 허용안해 공사 지연

이 밖에도 만수초교 공사를 시작할 무렵에는 청원군과 청원군 교육청과의 입장차로 인해 공사가 10일 이상 공사가 지연되는 등 마찰을 겪기도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공사를 하기위해서는 용수가 필요한데 상수도가 들어와 있지 않아 지하수 관정을 허가해줄 것을 청원군에 정식공문을 통해 요청했으나, 원칙을 문제 삼아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원군 담당자는 “오송단지는 광역상수도 공급지역이기 때문에 상수도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청원군의 입장이다. 또한 기존의 농가에서 사용하던 100여개의 지하수도 폐공하고 다른 업체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특정건물만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원군 교육청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도 아니고 국가시설인 교육기관에서 필요에 의해 요청한 사안인데, 일반 업체들과 같은 잣대로 판단한다는 것은 이해되질 않는다. 또한 단수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청주시의 거의 모든 학교들이 상수도와 지하수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청원군만 유독 허용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청원군은 지하수를 사용할 경우 수질의 오염을 염려하지만 그 정도의 분석도 없이 지하수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청원군은 공사기간동안만 한시적으로 지하수를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한 공사 관계자는 “오송생명과학단지의 경우 여러 지자체가 관련돼 있고, 각 지자체 별 조례가 차이를 보여 공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원군 교육청은 일단 만수초교 신축공사를 예정대로 8월말까지 완공할 계획이지만 단지조성 일정이 전체적으로 늦어져 아파트에 주민이 입주하려면 2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공사로 인한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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