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개발 이준용회장 사건, 막바지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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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개발 이준용회장 사건, 막바지 숨고르기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6.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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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 벌이던 조합장 법정구속, 선고만 남아
용역비냐 뇌물이냐 지루한 진실게임, 누군가는 거짓말
현장검증에선 “남들이 거짓말하니 나도 거짓말” 극단발언


신라개발 이준용회장 사건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이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을 갖고 마지막 심리를 진행했다. 이에 앞선 지난 19일 13차 공판에선 사건의 빌미가 된 북제주군 세화송당온천지구 사업주체인 도시개발조합 정경수조합장이 법정구속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정조합장은 신라개발 이준용회장과 다툼을 벌이는 당사자로, 그의 법정구속이 사건의 귀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조합장은 이준용회장과 함께 보석으로 풀려난 후 문제가 된 온천지구의 체비지를 ‘아로마’라는 대행회사에 맡겨 전국 일간지에 분양광고를 내는 바람에 소위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뇌물공여와 업무상 배임혐의로 구속까지 됐었고,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중하지 않고 오히려 활동을 재개하면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며 보석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체비지는 세화송당온천개발의 시공사로 나선 신라개발이 공사대금으로 받기로 한 것으로, 현재 양측간 법정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제주군 세화송당온천지구는 전체 규모가 72만평 정도로, 이중 15만평이 공사대금 충당을 위한 체비지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온천개발 시공사로 나선 신라개발 이준용회장은 지난해 11월 18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전격 구속된 후 4개월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충북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타지에서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린 것에 대해 많은 우려가 됐고, 지역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한 때 구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당시 이회장은 정조합장을 내세워 우근민 전 제주지사와 신철주 전 북제주군수(사망) 등에게 1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수표 10억원은 신라개발 서울 본사에서 정경수조합에게 전달됐다. 이를 놓고 이회장은 뇌물이 아닌 용역비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문제의 10억원은 현금이 아닌 수표로서, 뇌물을 추적이 가능한 수표로 줬다는 설정에서부터 이 사건은 많은 의문을 남겼다. 사건의 발단도 도시개발 조합원이 조합 집행부를 걸어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이회장측은 자신이 용역비로 전달한 10억원을 조합의 이해당사자들이 나눠 착복한 후 문제가 되자 이를 뇌물로 둔갑시켜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강변해 왔다. 당시 전체 사업비 900여억원중 무려 140억원이나 용역비로 책정됨으로써 이같은 과도한 용역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업 주체측에서 용역비에 올인한 것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회장측은 문제가 된 10억원을 포함 공사중단 시점까지 투입된 48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현재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체비지까지 가압류한 상태다.

세화송당온천지구 사건은 구속 4명 불구속 3명 등 모두 7명이 사법처리되는 제주 초유의 뇌물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초 이준용회장과 정경수 조합장, 김모 조합이사, 우근민 전제주지사 아들 등이 구속되고 우근민 전 지사와 강모 지역방송사 국장, 용역회사 대표 등 3명이 불구속 처리됐다. 특히 이사건의 전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방송사 강모씨는 제주의 실세 인물로 통하는데다 재판부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항상 아쉬움(?)으로 토해내는 바람에 많은 의문에 싸여 있다. 그동안의 재판은 이준용 회장과 나머지 혐의자간에 진실공방으로 지루하게 이어졌는데 자신이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이회장측은 “용역비를 착복한 사람들이 서로 입을 맞춰 나를 돌돌 말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10억원을 놓고 뇌물이다 용역비다 공방이 지속되자 재판부는 지난 3월 20일 이례적으로 현장검증까지 갖고 실체 규명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현장검증에서도 당사자들의 진술이 너무 엇갈려 이 사건이 처음부터 어느 한 쪽에 의해 꿰맞춰졌다는 의혹을 짙게 풍겼다. 심지어 돈을 받기 위해 신라개발 사무실에 찾아 온 사람들의 실체에서부터 상반된 주장이 제기됐다. 이회장과 사무실 직원들은 정경수조합장이 용역회사 대표 이모씨와 같이 왔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조합장은 본인이 혼자 왔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이회장측은 “문제의 10억원을 용역비가 아닌 쪽으로 몰고 가려고 이런 것까지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정조합장은 검찰 조사 땐 용역회사 대표 이모씨와 같이 갔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신라개발 사무실에서 있은 현장검증에선 용역회사 대표 이모씨의 발언이 단연 압권이었다. 그는 “왜 말을 자꾸 바꾸냐”는 판사의 질책에 “모두 거짓말을 하니까 나도 거짓말을 따라 할 수 밖에 없다”고 발언, 이 사건의 실체를 엿보게 했다. 또한 조합 이사, 용역회사 대표 등과 함께 당초 검찰조사에선 10억원에 대해 본적도 없다고 진술한 정조합장은 이날 현장검증에서 “계좌추적에서 들통나니까 돈받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참관인들을 실소케 했다. 어쨌든 엄청난 진실게임을 벌인 이 사건이 과연 어떤 결론을 낼지, 다음달 선고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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