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이 돼 버린 ‘연개소문’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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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이 돼 버린 ‘연개소문’ 세트장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6.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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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회 반대 무릅쓰고 사업 강행 무리수
글싣는 순서
1.세트장의 추진 배경과 성공 가능성
2. 곳곳에 드리워진 예산 낭비의 함정들
3. 고구려 유적지에 부활한 수·당나라의 망령

단양군이 민선4기 김동성 군수 취임을 맞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SBS 드라마 「연개소문」 오픈 세트장 건립 사업에 대해 군민 의견이 분분하다. 인근의 충주, 제천은 물론, 전국적으로 자치단체들이 드라마 오픈 세트장을 건립해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문 상태에서 단양군이 6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군비를 투입해 새로 드라마 촬영 세트장을 조성키로 한 것은 지나친 모험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사실상 한강 이남의 유일한 고구려 유적인 온달산성 터에 수나라·당나라를 시대 배경으로 하는 외래건물을 짓기로 한 것은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에도 맞지 않는데다가, 그나마 정식 건물이 아닌 가설건축물로 지어져 보전에도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충청리뷰』는 단양군의 오픈 세트장 조성 사업을 심층보도함으로써 촬영지 관련 사업의 허와 실을 진단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 편집자

김동성 단양군수는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시절, 원주민이 거주하는 민속마을 조성을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됐다.

당시 한나라당 충북도당과의 정책 조율을 위해 작성한 ‘지역현안사업’ 문건에 따르면 김 군수는 당초 방송 드라마 세트장이 아니라 군과 원주민, 민간 자본, 그리고 영화사가 제4섹터 및 BTL(민간자본유치) 사업 방식으로 운영하는 원주민 거주형 민속마을을 건립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입수한 이 문건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약 1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민속마을을 건립한다는 계획 아래 민간 자본으로 구성되는 컨소시엄을 발족시켜 사업을 추진하되 ▲군이 세트장 시설비를 지원하고 ▲영화사는 촬영이 마무리되면 해당 민속마을을 군에 기부채납하며 ▲매점, 숙박시설, 휴게시설 등 부대시설의 운영권을 원주민에게 부여하는 등의 대체적인 운영 모델까지 명시돼 있다. 전체 사업비 중 70억 원을 민자 유치로 충당키로 한 이 계획은 그러나, 정작 김 군수 취임 후에 흐지부지돼 버렸고, 그 대안으로 갑자기 부상한 게 「연개소문」 세트장이다.

   
▲ SBS 고구려 사극 「연개소문」의 단양 세트장이 9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전국의 드라마 및 영화 촬영지 중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업 추진에 대한 단양군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은 지자체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서 이미 ‘검증된 실패작’으로 낙인된 사업이다. 인근 제천시의 드라마 왕건 세트장의 경우 12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드라마 종영 후에는 관람객이 급감했고, 급기야 4억 5000만 원짜리 고려 군함 3척도 관리부실로 무단 방치되다 철거됐다. 충주의 ‘홍국영’ 세트장 역시 드라마가 끝난 후 별다른 성과없이 방치되다 화재로 소실됐다.

전남 순천은 지난 여름 SBS 프로덕션과 협약을 맺고 드라마 ‘사랑과 야망’ 세트장 건립에 특별교부세 8억 원, 시비 43억 원, 도비 12억 원 등 총 63억 원을 정해진 예산 책정 원칙마저 어겨가며 투입했지만, 드라마가 아직 종영되지 않은 현재에도 하루 유료 관람객이 당초 예상인원 1500명의 절반에 불과한 약 750명 수준에 그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인사는 “민속마을 건립 사업의 경우에는 김 군수가 후보 시절 민간 기업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등 그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취임하자마자 갑자기 입장을 바꿔서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드라마 세트장 건립 사업을 들고 나왔다”며 “김 군수가 꿩 대신 닭이라도 잡겠다는 생각으로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촬영지 관련 사업에 막대한 군비를 투자했다면, 이는 엄청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단양군 관계자는 “온달 관광지와 드라마 세트장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이에 따른 지역 관광 활성화의 상승 효과가 예상된다”며 “타 지자체의 사례를 교훈 삼아 드라마 세트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자체가 10억원 이상 지원한 촬영장 현황

위치

촬영 드라마·영화

지자체 부담액(원)

전남 순천시
단양군 충남
부여군
전남 완도 군
경남 합천군
전북 부안군
경남 하동군
제천시
광주광역시
경남 산청군
제천시
전북 익산시

사랑과 야망(SBS)
연개소문(SBS)
서동요(KBS)
해신(KBS) 50억
 태극기 휘날리며(영화) 45억
불멸의 이순신(KBS) 40억
토정비결(방송사 미정) 29억
대망(SBS) 20억
구미호 외전(KBS) 16억
단적비연수(영화) 13억
왕건(KBS) 12억
서동요(SBS) 12억

63억
60억
50억
50억
45억
40억
29억
20억
16억
13억
12억
1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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