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대리운전 업계 출혈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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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대리운전 업계 출혈경쟁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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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양분·저가공세 등 부작용 속출

   
도내 대리운전업계 시장이 재편 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관련법을 제도화 해 적절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대리운전 업체는 6681개, 종사자만 8만3000여명에 이른다. 시장규모도 2조5200억 원에 이르러 무시할 수 없는 전문산업으로 커졌다.

한국대리운전업협회 충북본부에 따르면 충북도 지난해 말 160여개 이르는 운전업체가 7∼8000원대 이용업체와 1만 원대 이용업체로 통합·양분 되면서 저가공세와 지나친 판촉전으로 출혈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이용자인 시민과 생활고에 밤거리로 나선 ‘대리기사’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최근 3∼4년 사이 시장규모가 확대된 도내 대리운전 업계는 대전과 전라도 전주, 서울에서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보험회사를 끼고 진출한 저가 대리운전 업체들로 시장이 재편됐다. 대략 40∼50개의 지역 영세업체를 4개사가 인수 통합하면서 ‘씨티콜’과 ‘연합’ ‘청주콜’ ‘청주기사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노는 대리기사를 돌려가며 현장을 뛰도록 하는 연합 콜 형태로 저가공세를 벌이고 있다.

1만 원대 업체도 100여개 안팎의 지역 영세업체가 ‘둘둘콜’과 ‘청주시민연합’ ‘청풍명월’ 등 10개사로 통합 운영되면서 ‘연합 콜’ 형식을 띄고 있다. 지역 시장을 재편하는 계기가 된 저가 대리운전업체 씨티콜은 대전의 C씨가 대전, 청주, 천안 등 3개 지역을 겨냥해 만들었다. 한 때 SK그룹이 인수했다 현재 초이 대리운전이 8억 원에 인수,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1만 원대 업체의 대표주자인 ‘둘둘콜’은 원래 대전에서 ‘투투콜’로 명성을 날리던 업체. 전라도 전주 사람이 청주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2000만원 상당에 전화번호를 매입, ‘둘둘콜’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업계 시장 양분은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저가공세를 하고 있는 7천원 안팎의 대리운전 업체는 콜 비용이 곧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고객 확보가 급선무.

따라서 불법 옥외광고물에 해당하는 일명 ‘에어라이트’와 플래카드, 전단홍보를 일삼아 도심 미관을 해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연합 콜 형태로 확보한 고객 연락처(휴대폰 번호)를 이용, 수시로 문자 메시지 홍보를 하면서 고객들은 원치 않는 문자 세례에 얼굴을 붉히는 실정이다. 실제 직장인 L씨(43)는 “주말이면 날아드는 스팸메시지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란 것. A씨는 “정작 중요한 메시지가 스팸 메시지에 묻혀 확인을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 메시지 도착 알림벨 소리에 울컥 화부터 난다”고 토로했다.

청주시내 주요 상가 지역은 밤마다 뿌려지는 대리운전기사 홍보전단이 도심 거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또 가로수와 전신주는 내걸린 플래카드와 소형현수막이 도심 미관을 해치고 있다. 청주시 양 구청 관계자는 “올해 9월말 현재 적발돼 행정 조치된 불법옥외광고물은 총 13만2620건이다”며 “심야에 이뤄지는 불법광고 행위를 적발하는 한계도 있지만 관련법 미비로 실태파악이 어려운 점이 행정처분에 어려움이 있다. 조속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대리운전업체들이 자격미달의 운전사를 고용, 술 취한 이용자가 범죄에 노출되는 것. 또한 과속으로 뒤늦게 범칙금 고지서를 받거나, 손님 가로채기, 절도·성폭행 등을 당하기도 한다. 더구나 무려 40여%에 이르는 미 보험 대리운전업체를 이용, 사고를 당하면 고스란히 차주가 떠안아야 한다. 물론 금융감독원이 내달부터(11월1일 시행) 대리운전 사고 시 책임보험을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 차 주인의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하도록 하는 약관을 개정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차 주인에게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

이처럼 고삐 풀린 대리운전업계의 각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가칭 ‘대리운전업법’의 조속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정의화 의원(59·한나라당 부산 중동구)이 의원 13인을 대표해 발의한지 3년이 지나도록 승객감소와 영업이익의 축소를 우려한 택시업계의 반발과 소관부처를 정하는 일로 행자부(경찰청)와 건교부가 서로 이견을 보이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리 운전사의 자격이 명문화 되고 보험가입도 의무화 돼 각종 부작용이 해결될 수 있다는 중론이다.

즉 대리 운전사는 25세 이상 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 및 3년 이상의 경력자를 고용해야 하고 업체는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사업정지와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엄격히 처벌하게 된다. 이 밖에 경찰청은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조항을 추가해 대리운전업체의 등록과 요금 설정은 건교부가, 대리운전자 신고와 안전교육은 경찰이 맡을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건교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진흥위원회 관계자는 “휴대폰 스팸 메시지는 휴대폰에 내장된 필터링과 이동통신 114 상담원에게 스팸차단을 신청하는 것, 불법스팸대응 신고센터 1336에 신고하는 3가지 방법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철수 기자

“잡부 일당보다 못한 수입 이죠”
대리운전사의 볼멘소리 귀청을 울렸다

   
“신용불량자, 일거리 없는 일용직노동자, 아이들 학원비에 생계비까지 쪼들린 부모들… 다양한 사람이 찾아옵니다. 심지어 갓 면허를 따고 5일 만에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찾아오는 아줌마도 있죠” 지난 한주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몇 개 대리운전업체를 찾았을 때 운영자가 건넨 말이다. 아이 분유 값이 모자라 투 잡스(Two Jobs)로 나섰다는 대리운전 7개월 차 A씨(32). “새벽 지친 몸으로 들어가 아내에게 돈한 푼 쥐어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이다.

“어제 하루 동안 운행해 7만원을 벌었죠. 콜비로 회사에 1만4000원을 입금(충전비)하고 픽업비에 밥값 등을 제하고 나면 고작 3만8500원이 남습니다. 만일 픽업차량이 없을 경우는 비용이 더 들겠죠. 건설 일일노동자 품값 7만원보다 못한 신세입니다. 적어도 이들은 교통비에 식사는 제공되니까요.” A씨는 “돈을 벌기 위한 시간싸움에 교통법규 위반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고객의 몫이기도 하다”며 “제도권 내에서 양성화 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대리운전업협회 충북지부 장석율 회장은 “저가와 1만 원 대로 양분된 대리운전 시장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모두 시간과의 싸움이 수입과 연결되다 보니 저가공세와 출혈경쟁이 업계에 어려움을 준다. 무조건 콜비 2천원을 수입으로 넣고 대리기사를 현장으로 돌리는 저가업체는 각종 홍보전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1만원대 업체도 일부 영세업체에서 30콜에 금 1돈, 저금통과 쿠폰을 놓고 한번 불러줄 때마다 1~3천원을 업소에 주다 보니 출혈경쟁을 낳게 한다. 제도화 속에서 관리하는 것이 업계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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