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소비자, 빅픽처는 유통공룡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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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은 소비자, 빅픽처는 유통공룡 초대?
  • 이재표
  • 승인 2023.03.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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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시‧군‧구 중에 최초로 대형마트 평일휴무 회귀 추진
전통시장‧동네슈퍼는 상생논리 ‘찬성’…성안길 상점은 ‘반대’
테크노폴리스 신세계 유통상업용지 3만9612㎡ 사용처 관심
대형마트는 24시간 영업으로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키는가 하면, 의무휴업일을 다시 평일로 바꾸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 왼쪽은 2009년 가경동 홈플러스 24시간 영업 반대시위.
대형마트는 24시간 영업으로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키는가 하면, 의무휴업일을 다시 평일로 바꾸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 왼쪽은 2009년 가경동 홈플러스 24시간 영업 반대시위.

청주시가 갑자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편익을 위해서라는 것이 이범석 청주시장의 설명이다. 10여 년 전 휴업일을 평일에서 일요일로 바꾸는 조례를 만들 때, 주축이었던 전통시장 상인회나 동네 슈퍼들도 이제는 대형마트와 상생에 동의하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부연설명도 뒤따랐다.

하지만 휴업일 변경에 반대하는 단체도 있고, 찬성 의견조차도 단체나 조합 대표급들의 의견일 뿐 실제 소규모 상공인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노동계 역시 변경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휴업일 변경에 나선 청주시의 빅픽쳐(vic pidture)’는 다른 곳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공룡급 초대형 쇼핑몰을 유치하기 위한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속내를 짐작만 하는 수준이다.


청주시장 소비자 선택

이범석 청주시장은 223, 시청 출입 기자들을 모아놓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슈퍼마켓 협동조합이 의무휴업일의 평일 변경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협의가 완료되면 올해 상반기 중에라도 휴업일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범석 시장은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점포와 전통시장은 경쟁 상대라기보다 상생 파트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중요한 것은 시민이 소비자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특히 최근 대구시가 광역시 중 처음으로 휴무일을 평일로 변경했다전국 50여 개 지자체도 현재 평일 휴업을 시행 중이어서 청주시도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은 대형마트가 평일에 쉰다는 50여 개 시구는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평일 휴무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대형마트들은 20122, 전북 전주시가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는 조례를 만들기 전까지 월 한 번 정도 평일에 쉬거나 아예 연중무휴 수준으로 영업했다.

전주시가 쏘아 올린 마트 강제휴무 신호탄은 전국으로 퍼져 전국 180여 개 시구에서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정부도 유통산업발전법으로 뒷받침했고, 청주시도 같은 해에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제한 및 조정 조례를 만들었다. 청주시에서 의무휴업일을 적용받는 매장은 대형마트 열 곳, 준대규모 점포 서른여섯 곳 등 모두 마흔여섯 곳이다.

결국 청주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되돌린다면 광역시도 중에서는 대구광역시의 사례가 유일하듯이, 구 중에서는 청주시의 사례가 유일무이하게 된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기 위해서 조례 개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청주시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청주시 경영교통국장, 소상공인 단체 대표자 세 명, 대형마트 관계자 세 명, 소비자 대표 한 명 등 모두 아홉 명으로 구성된 청주시유통상생발전협의회에서 합의하면 휴업일 변경이 가능한 상황이다. 청주시는 이에 따라 38일 협의회를 소집했다.


전통시장동네슈퍼 변심

2015년에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회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
2015년에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회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

그렇다면 협의회에 참여하는 소상공인 단체 세 곳(청주성안길상점가상인회 청주시전통시장연합회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각각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이중 휴업일 변경에 반대하는 단체는 청주성안길상가상인회(회장 홍경표) 뿐이다. 협의회원인 박종명 상인회 부회장은 대형매장이 일요일에 영업하겠다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게 더 이윤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반대로 이야기하면 지역 소상공인들은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종명 부회장은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도 대형마트가 있지만 솔직히 소비자의 처지에서는 마트가 편리하다면서도 그렇게 되면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이 가속화되는 것이고, 그 피해는 지역민 전체가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성안길상점가상인회에는 1300개 점포가 있으나 경기 침체로 빈 점포가 늘면서 현재는 800여 개 점포만 문을 여는 상황이다.

현재 9인 체제로 운영하는 협의회에는 빠져있지만 과거 12인 체제일 때 협의회 구성원이었던 청주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이사장 류찬걸)’도 반대 입장이다. 이 조합 김승효 사무국장은 대형마트들은 농산품보다 공산품 덤핑으로 소상공인들을 위협하기 때문에 우리 조합의 피해가 가장 크다면서 말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이윤추구가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휴일 변경을 추진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격주 일요일 의무휴업 조례 제정에 앞장섰던 전통시장과 동네슈퍼 두 단체의 변심이다. 이는 다소 의외다. 먼저 큰 흐름을 바꾼 건 청주시전통시장상인회다. 내덕동 자연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이용운 전통시장상인회장은 일요일에는 전통시장 내 점포들도 30% 정도가 문을 닫는다동네에 있는 중규모 SSM(슈퍼슈퍼마켓)과 경쟁을 한다면 몰라도 대형마트들은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용운 회장은 또 이제는 우리 고집만 부리는 게 아니라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시대적인 추세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형마트들도 자신들의 휴업일에는 전통시장 장보기를 홍보하는 등 함께 상생의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보다 구체적인 물밑협약이 있음을 내비쳤다. 류근필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뭐라고 얘기하긴 그렇지만 대형마트가 우리를 후원한다고 했다면서 예컨대 앞치마라든지 우리한테 필요한 물품 등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류근필 이사장은 구멍가게들도 유통이윤을 적당히 책정하면 대형마트와 붙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면서 소주의 경우 마트보다 50원 정도만 비싸다면 굳이 마트에 갈 사람이 없겠지만 250, 300원을 더 받으려고 하니 손님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두 단체가 휴업일 변경에 찬성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회장단의 생각일 뿐 소상공인 상당수의 생각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두 단체가 견해를 찬성으로 정리하면서 휴업일 변경이 탄력을 받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테크노폴리스에 유통상업용지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다 본질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대형마트보다 청주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결국 초대형 쇼핑몰을 유치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주장이다.

청주시가 도시 외곽을 신시가지로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청주테크노폴리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2017년 전후 신세계 계열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부지 내 유통상업용지 39612366억원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민들 사이에서도 입점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이후 특별히 진전된 것은 없다. 테크노폴리스는 3차에 걸쳐 개발이 이뤄진다. 유통공룡인 신세계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지을 수도 있고 스타필드또는 스타필드보다 규모가 작은 스타필드 시티를 지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부지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공동선으로 여기는 단체장의 속내가 궁금할 따름이다.

박종명 성안길상점가상인회 부회장은 우리가 진짜 염려하는 것은 초대형 유통공룡이 출연하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는 증거는 없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청주시 실무 국장은 또 다른 얘기를 했다. 이상률 청주시 경제교통국장은 과거 전통시장의 적은 대형마트였지만 이제는 대규모 온라인쇼핑몰로 바뀌었다면서 우리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도 자유경쟁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이상률 국장은 다만 청주의 전통상권을 온라인 플랫폼에 진입시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버나 팡은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청주페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안중에도 없는 의무휴업일 변경

7, 소상공인노동계시민사회 기자회견피켓시위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되돌리려는 것과 관련해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노동계, 시민사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7일 피켓시위.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되돌리려는 것과 관련해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노동계, 시민사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7일 피켓시위.

청주시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되돌리려는 것과 관련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도는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주지역 소상공인 단체들과 노동시민단체들은 7, 청주시 임시청사(옛 상당구청)에서 집회를 갖고, “좋은 정책으로 상생해온 청주시민들의 의견은 한마디 들어보지도 않고, 막가파식으로 강행하는 저의는 분명 시민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며, ”졸속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대형마트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물품을 진열하는 마트 노동자가 이해당사자이자 청주시민임에도 이들을 논의에서 배제한 것은 죽음의 노동만을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인식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도 2일 청주시청 임시청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무휴업 변경으로 어림잡아 2000~3000명의 노동자가 휴일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휴업은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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