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공무원 출퇴근 때문에 월‧금은 ‘탑승 전쟁’
12년째 출퇴근 N씨 “하나라야 경쟁력 둘이면 공멸”
오송역에서 만난 세종시민들에게 “세종역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있으면 좋죠”라는 응답이 나왔다. 하지만 “오송역 이용하는 것이 불편하냐”는 질문에는 “사실 그런 것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세종시민들이 훨씬 더 많이 이용하는데 오송역이니 청주역이니 하는 게 불합리하다”고도 입을 모으기도 했다. 결론은 정치적으로 점화하고 있는 세종역 신설 논란에 대해 전말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송역서 만난 60대 부부
60대 김-홍 부부 중 부인 홍 모 씨는 1주일에 5일 이상 오송역을 이용한다고 했다. 홍 씨는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면 한 번 더 환승을 해야 한다”며 “세종역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 사람들도 청주 가서 환승하는 경우다 많다’고 하자 “문제는 월요일이나 금요일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내려오고 올라갈 때는 버스도, 기차도 매달려 가는 수준”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남편 김 씨는 “결국 공무원들이 세종에 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세종역이 있어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김 씨는 “세종시에 살겠다는 공무원만 뽑든지, 아예 지역 사람들을 뽑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청주 2년 세종 9년 주부
SG씨는 세종시 도담동에 사는 경기도에 살다가 청주 생활 2년을 거쳐 9년 전 세종시 도담동에 정착했다. 서울 갈 때는 늘 오송역에서 KTX를 탄다. SG씨는 “대부분 세종 사람들이 오송역을 이용한다”며 “불편하지는 않지만 세종사람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기차역이 오송에 있다는 점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SG씨 역시 집에서 오송역까지 가는 시간은 20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SG씨는 “우리집은 1생활권이라 더 가깝지만 3‧4 생활권이나 국책기관 사람들은 더 멀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면서도 “그래 봤자 30~40분이면 충분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대전 출생 세종 거주 전문직
최 모 씨는 대전에서 태어나 결혼 후 세종에서 살고 있다. 최 씨는 “세종역이 필요하다”면서도 “ITX 세종역을 만든다는 것 아니냐, KTX 세종역은 충북의 목소리가 커져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생할권인 집현동에 사는 최 씨는 전국구로 활동하는 전문직이지만 세종에 갈 때 버스보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편이다. 버스로 가도 시간은 역시 20분 네외다.
최 씨는 “결국 명칭싸움이 아니겠냐. 오송역이 세종 사람 덕에 산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청주 사람들은 경부선 철도가 비켜 지나가면서 예전부터 기차를 많이 타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12년째 서울 출퇴근 회사원
노 모 씨는 인터뷰에 응한 사람 중 유일하게 청주 오송에 거주했다. 서울 남대문 인근에 직장이 있는 노 씨는 오송역이 생기고부터 13년째 정기권을 끊어서 출퇴근 중이다. 50% 정도 할인이 돼서 한 달에 35~40만원 선이니 하숙비의 3분의 1순이고, 무엇보다 주말부부를 면해서 좋다.
노 씨는 “청주 사람이라 하는 얘기가 아니라 세종역이 생긴다면 호남선 위에 생기는 건데 정차하는 편수가 얼마나 나오겠느냐”며 “그나마 오송에 절반 남짓 서는데 두 역으로 분산하면 공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씨는 “솔직히 오송역 이용객 중 청주 사람은 20%도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름을 바꿔서라도 상생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