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앙어울림시장, 퇴거 명령에 "우리들 재산이다"
상태바
충주 중앙어울림시장, 퇴거 명령에 "우리들 재산이다"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3.05.03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인회, 이주대책과 소유권 인정 요구…시, 안전진단 결과로 ‘출입금지’ 조치
충주 중앙어울림시장 상인들이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충주시 직원들이 출입금지 안내게시판을 세우려는 작업을 막아서며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충북 충주의 첫 공설시장인 ‘중앙어울림시장(옛 중앙시장)’이 안전진단 결과 ‘E등급’이 나오면서 시와 대치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점포 소유권에 대한 논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중앙어울림시장 상인회는 2일 오전 충주시 직원들이 상가 건물 입구마다 ‘구조안전 시설물 알림’ 게시판을 세우려는 작업을 일시 막아서며 시위를 벌였고, 이어 오후에는 충주시청 앞에서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상인 및 조합원 생존권보장 대책 요구’ 제목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는 상가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충주시의 점포 출입금지 조치에 대한 집단 반발이다.

최근 시는 해당 시장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결과 불량 단계인 E등급 판정이 나와 이를 상인회에 통보하고 퇴거 명령이 나갈 것임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27일 시는 상인들과 만나 안전진단 결과와 함께 상점 퇴거의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이에 상인회는 대책 없는 퇴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나타냈다. 신형근 부시장을 팀장으로 대책팀을 꾸린 시는 지난 1일 상인회 사무실에서 대책 마련을 위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경모 중앙어울림시장 상인회장은 인근의 비어 있는 현대타운 상가로의 이주대책을 요청했다. 정 회장은 “그곳은 안전진단 등급이 괜찮다”며 “점포가 일괄 이주할 수 있어 대책 없는 퇴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갈라진 틈이 발견돼 임시 안전조치 된 시장내부 기둥 모습.

하지만 시 입장은 그곳 또한 안전 문제와 소유권 문제라는 선결 조건이 있어 수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인들의 즉각적인 이주대책 마련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인 상황이다. 특히 이날 만남에선 중앙어울림시장의 소유권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정 회장은 “이 시장 터 마련은 물론이고 건축비의 70%도 상인들의 돈으로 지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인회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곳 터는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경찰서 부지다. 이에 노점상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는데 경찰서 복원 문제가 대두되자 충주시와 상인 등이 지혜를 모아 환지 방식으로 해결했다 것. 당시 농지로 있던 현재의 경찰서 부지를 상인들이 돈을 모아 매입해 줘 경찰서 신축을 할 수 있게 했고, 이미 형성된 시장은 현재의 시장터를 양성화하는 방식이었다는 것.

시, 난감 “대책 마련 중”

문제는 현재의 시장건물이 1969년 11월 준공되었는데, 부지와 건물의 등기가 모두 충주시 소유로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인회는 당시 관련 법률(공설시장법)이 시 소유가 아니면 시장 등록이 될 수 없어 충주시 앞으로 부동산 등기를 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한 방증 자료가 많다는 것이 상인회의 설명이다.

이에 신형근 부시장은 “엄연히 시 앞으로 되어 있어 이를 바로 잡으려면 법적인 절차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시 관계자도 “시에는 관련 자료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부시장은 더 알아보겠다는 입장과 함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진단결과에 따른 퇴거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이해를 당부했다.

1969년 충주 중앙공설시장(현 중앙어울림시장) 설립 당시 상인들에게 발급된 '시장점포 점유신청 보증금' 영수증 사진.

그러나 상인회는 당장 영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폐쇄 명령이 내려져도 시민들을 위해 영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학생복과 의류 수선 관련 점포가 다수인데 학생들 피해로 이어지는 사태를 우려했다. 상인 A씨는 “충주에 학생복 가게가 8곳인데 그 중 5곳이 이곳에 있다”면서 “지금 하복을 맞추고 찾아가는 시기인데 아이들이 옷을 어디서 갈아입어 보고 할 것이냐”고 걱정했다.

이곳 시장에는 학생복 점포들 외에 체육복 및 운동용품, 여성의류, 의류수선, 군장, 홈패션, 미싱수리, 바느질 등 의류관련 점포가 가장 많다. 또 미용재료, 네일 아트, 구두수선, 건강식품, 사무실, 식당, 경노당, 공방, 동아리 사무실 등 서민형 점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상인회 관계자는 “이주할 곳 없이 무조건 퇴거는 하루하루 생계형 점주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성서동 306번지 상가건물 2층, 연면적 4721㎡인 중앙어울림시장의 사용허가 상인은 82명으로 알려졌다. 상인회는 운영 중인 점포가 55곳이라고 전했다.

“상인들 재산으로 형성”

그런데 상인회는 ‘사용허가’를 부적합 표현으로 간주하고 있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공설시장 건립을 위한 조치로 등기를 충주시로 하였을 뿐 엄연히 소유권은 상인 개개인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용허가 시설이 아니라 ‘점유시설’이란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제 상인회가 제시한 관련 자료를 보면 2개의 ‘시장점포 점유신청 보증금 영수증’이 존재한다. 제시된 자료가 복사본이지만 해당 영수증에선 1969년 10월 25일자의 ‘중소기업은행 충주지점’이 발행한 것이란 점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상인회는 ‘점유시설’로 보는 것이다. 이 문제는 1995년에도 제기됐다. 당시 ‘중앙공설시장조합(상인회)’은 이 해 9월에 충주시장을 상대로 ‘시장점포 점유허가증으로의 환원요구’라는 문서를 보냈다고 한다.

충주 중앙어울림시장 건물 앞에 게시된 퇴거조치에 반발하는 내용의 현수막.

이에 앞선 1990년에는 상인들(조합)의 서명부가 첨부된 진정서가 시에 접수됐다. 진정서의 내용은 시가 그동안 부과하던 건물사용료에다 토지분사용료까지 추가로 해 400%를 인상하는 부과 방침에 대한 집단 항거였다. 여기에서도 조합측은 중앙공설시장 구축 초기 토지비 및 건축비 관련 사항을 강조해 설명하고 있다. 이런 반발로 시의 인상 조치는 없던 일이 됐다.

이번 안전진단 결과로 인해 빚어진 상황에서 상인회의 호소는 △한 개 업체의 안전진달결과로 상인의 생존권이 달린 시장을 폐쇄해야 하는가 △1/3만 진단한 결과만으로 폐쇄 판단을 내린 것을 수용할 수 없다 △C등급에서 갑자기 E등급으로 나온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 △다시 안전진단할 업체는 상인회 입회로 선정해야 한다 △시장 소유권에 대해 시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