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 프리즘’으로 여권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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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형 프리즘’으로 여권 들여다보기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8.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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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 속으로 들어간다. 10일 합당선언을 했고, 2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합당을 신고할 예정이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참여정부 5년의 부채와 자산을 동시에 승계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일단 범을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범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어떤 전망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의원만 빼앗기고 ‘팽’을 당한 통합민주당의 반발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치고,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에 속해있는 일부 당사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친노 중진인 김혁규 의원이 13일 민주신당 불참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내부반발의 대표적인 사례다.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충북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도탈당 그룹에 합류했던 변재일, 서재관 의원은 슬그머니 민주신당으로 돌아왔고, 김종률 의원은 최후까지 열린우리당을 지켰다. 모양새는 일단 한지붕 아래로 모이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유력후보를 중심으로 ‘헤쳐모여’가 불가피해 일단은 한지붕 다가족(多家族)의 양상을 보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또다시 갈라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정국에서 충북의 범여권을 이끄는 리더는 홍재형 도당위원장이다. 홍 위원장은 고위관료 출신의 재선 의원이지만 7년여에 이르는 임기 내내 경륜에 비해 정치적 리더십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홍 위원장은 현재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두 지지선언은 없었지만 손 전 지사 관련 행사에서 축사를 하는 등 적극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홍 위원장은 “도당위원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경선 전까지는 딱 집어서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요동치는 대선정국 하에서 홍 위원장이 정치력이 몰라보게 신장됐다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2월 전당대회 이후 임명직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놀라울만한 내공의 향상을 가져왔다는 것.

홍 위원장도 이에 대해 “그동안 예결위원장을 비롯해 당 정책위 의장, 최고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무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며 “정치에 몸담고 일하려면 자기 목소리도 내고 대세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의 범여권 리더인 홍재형 위원장이라는 프리즘에 현재의 여권구도를 투과시켜 7가지 결론을 도출해 봤다.

리 다가온 양대 정당 대결구도
“여권 경선 끝나면 한나라당과 박빙 승부 가시화”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올 대통령선거는 도무지 싸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양자 구도로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범여권은 대통합이 부진을 보이며 유례없는 후보난립으로 대항마를 내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합의 걸림돌은 노무현 대통령의 휘하에 있는 열린우리당이었다. 지난 2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대통령에 대한 낮은 국정지지도를 염두에 둔 탈당이 잇따라 당이 사분오열됐고, 다시 대통합을 논의하는 마당에 ‘도로 열린우리당’에 반대하는 당 안팎의 여론이 비등했던 것. 그러나 상황은 급격히 반전돼 열린우리당이 통째로 민주신당에 가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홍재형 민주신당 도당위원장은 이에 대해 “계획했던 대로 1대1 대결의 국민심판 구도가 짜여졌다”며 “통합민주당이 남아있지만 국민이 바라는 대로 양대 정당의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홍 위원장은 또 “지금은 지지율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진행될 여권의 경선을 거치고 나면 한나라당과 박빙 승부를 벌이게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도권, 정상회담이 가져다줄 것
“대통령 6개월 전, 정치권에도 태풍 분다”예고

홍재형 위원장은 4개월 남은 대선의 큰 변수로 오는 28~30일까지 사흘동안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손꼽았다. 지금은 정상회담의 순수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만만치 않지만 협상 이후 후속 조치가 진행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경제정책에 있어 ‘성장을 통한 분배’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찬동하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 양극화 해소’라는 사회안정망의 중요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며 “범여권이 중산·서민층을 위한 정당인 반면 한나라당은 보수 회귀 성향이 강하고 특히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주도권을 가질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못박았다.

홍 위원장은 특히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6개월 전 선문답에 가까운 언지가 있었음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이 2월 전당대회 이후 신임 당 지도부와 만찬을 갖는 자리에서 ‘우리나라에는 9월에 태풍이 오지만 금년에는 비슷한 시기에 정치권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홍 위원장은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최근 들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대통령 향한 국민 비호감 인정
“권위주의 청산 인정하지만 말의 신중함 결여돼”

열린우리당 일색이었던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이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지난 1월 <열린우리당은 반노보수당>이라는 제하의 충청리뷰 기사에서도 의원들의 이같은 성향은 여과없이 공개됐었다. 당시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이 너무 말이 많고 독선적이다. 당의 진로와는 상관없이 모시기 어렵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대통령이 빠져주는 것이 좋다. 본인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또 나라를 위해서도 결론은 마찬가지”라고 잘라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다소 변화가 있는 상태다. 언론과의 긴장 관계, 특정 예비후보에 대한 타격성 발언 등으로 존재성을 부각시켜가며 임기말의 레임덕 현상을 미연에 방지해온데다,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후보는 없고 대통령만 있다. 대통령이 찍은 사람이 본선에 나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 홍 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권위주의 청산에 앞장선 것은 인정할만 하다. 국정원, 검찰, 국세청 같은 권력기관들도 과거와 같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정치가 깨끗해진 것도 이 정부의 역할이다. 다만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말솜씨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이 있더라도 당이 믿음과 희망을 주는 정책을 제시한다면 민심이 당을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적으로 봐도 與 충북에 혜택
“세종시, 하이닉스, 오송분기역 등 원칙지켜 가능”

탄핵 정국에서 실시된 2004년 총선과 지난해 5.31 지방선거는 충북의 권력을 양분시켰다.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싹쓸이한 반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한나라당으로 심한 쏠림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 결과 지역의 현안을 놓고 공조체제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 공과를 놓고 ‘잘된 것은 내 탓 잘못된 것은 네 탓’이라는 식의 말싸움으로 잠잠할 날이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오송역분기역과 하이닉스 공장 증설 유치를 둘러싼 여·야와 충북도의 대립이었다. 여야 정당이 서로 공치사를 벌이는 가운데 충북도까지 끼여 3파전을 벌인 것이다. 여당은 이에 대해 ‘충북도는 심부름 역할만 했다’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홍 위원장은 이 대목과 관련해 가장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나 오송분기역, 하이닉스, 오송보건의료과학단지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역대 정권을 통틀어 충북에 가장 큰 혜택을 준 것이 참여정부라는 것이다.

홍 위원장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충북 등 중부권에 혜택이 주어졌고, 이는 비단 충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또 “세종시는 개인기업의 일자리를 정부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갖고 움직이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며 “홍보가 부족했는지 지역에서 이 같은 점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란만장한 1년, 변·서의원도 맘고생
“대선 결과 상관 없이 현 의원들 함께 갈 수 있을 것”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변재일, 서재관 의원이 선도탈당 그룹에 합류하기 위해 탈당한 뒤 도내 국회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열린우리당의 잔류 의원들은 막판까지 철저한 단체행동의 원칙을 지켰다. 대통합 신당 창당과정에서 김종률 의원 등만 열린우리당에 남았으나 결국 민주신당이라는 한지붕 아래 다시 모이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먼저 탈당했던 변재일, 서재관 의원만 열린우리당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 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을 4번 옮긴 꼴이 됐고, 통합민주당 충북도당은 이들 의원을 향해 철새가 아니라 ‘달새정치인(매달 당을 옮긴다는 뜻)’이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홍 위원장은 이들 의원에 대해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겠냐. 지역 현안과 관련해 공동 대처해 왔기에 자주 머리를 맞대지만 그와 관련한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특히 민주신당의 향후 운명과 관련해 대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더 이상 분당 사태를 맞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록 온도 차이는 있지만 시민사회를 포함해 범여권이 한 데 뭉쳤기 때문에 계속해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위원장은 “깨져서 작은 당이 되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어렵고 세력화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미 느꼈기 때문에 웬만하면 갈라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단정지었다.

북화해 추구 참여정부가 옳았다
“주변국 이해 관계는 조정역할 뿐 우리 힘이 중요”

이인제의 국민신당을 거쳐 과거 신한국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홍재형 위원장은 앞서 경제정책과 관련해 스스로도 언급했듯이 이념적으로는 보수를 향해 ‘1클릭’ 옮겨간 실용주의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하는 등 8년 간의 의정활동은 홍 위원장의 정치노선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대통령의 언행 등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햇볕정책을 계승한 참여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것.

홍 위원장은 “예전처럼 열강 국가들이 우리 장기판에 끼어들어 포를 옮기고 차를 옮기는 것은 옳지 않다. 주변국은 그저 조정역할에 그쳐야 한다. 우리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또 “남북 화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범여권이 한번 더 집권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홍 위원장은 민주신당의 이념적 구성에 대해 “한미 FTA를 찬성하는 세력도 있고 반대하는 세력도 있고, 대미 관계를 중시하는 쪽도 있고 경시하는 쪽도 있지만 공통으로 지향하는 것은 ‘미래·평화·개혁’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식으로도 이해 못할 경부운하
“연안 해운도 활용하지 않는 마당에 무슨 내륙 운하?”

한나라당 경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권은 본선 상대로 어느 후보가 올라오기를 바라고 있을까? 홍재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도덕성 문제가 끝까지 발목을 잡을 것이고, 박근혜 후보는 비토세력과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민주화 탄압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며 “어느 후보가 올라오든 힘겨운 싸움이 되겠지만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 위원장은 그러나 이 전 시장이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경부대운하와 관련해 시대착오적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3면이 바다인데도 연안 해운을 활용하지 않는 마당에 어떻게 내륙 운하를 운운할 수 있냐”는 것이다. 홍 위원장은 “경부대운하는 이미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졌다”며 “특히 강수량이 여름에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관문을 여기저기에 만들 경우 엄청난 환경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이 이 전 시장에 대해 공격의 수위를 높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전 시장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구일 수도 있고, 쟁점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이 전 시장이 본선 상대로 보다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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