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 40여점이다. 글도 쉽고, 읽기도, 느끼기도 쉬운 작품들이라고. 물론 먹과 한지가 전시의 주재료가 아니다. 때로는 돌, 타일 등이 한지를 대신하고, 먹 대신에 형형색색의 안료를 선택했다. 이처럼 다양한 재료선택과 색채표현은 현대회화를 닮아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 1년동안 젊은 현대미술작가들과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기법들을 훔쳐보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서예의 새로운 실험을 위해 ‘머리에 아이디어가 항상 가득하다’고 외치는 김종칠 씨. 인터뷰 도중 눈 앞에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한지가 펼쳐진다. 빽빽한 한자(漢字)를 대신해 시원스럽게 뻗은 뿌리와 나무 가지, 그리고 그 위에 한글 한자 한자가 잎을 이루고 있었다. 서예가의 눈엔 나뭇잎도 글자로 보였나보다. “글씨가 갖는 시대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글씨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지 아닐까요.”
많은 글자보다는 한 글자를 작품화 한 것도 어찌보면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그의 배려다. 그의 작업실에서는 유독 힘 있는 한 글자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한 글자를 선보이는 것은 조형적인 맛도 좋고,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붓을 잡아, 몇 번의 대학을 옮겨다닌 후 원광대 서예과가 생기던 그 다음해 입시원서를 냈다고 한다. 원광대 서예학과 90학번인 그는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했고 2000년 모든 학업을 마쳤다. 청주에 내려와 무각서예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2005년 프랑스에서 열린 공예문화엑스포에 참가했어요. 당시 그곳에서 서예퍼포먼스와 전시를 벌였는데, 그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 사건이 지금과 같은 서예를 주제로 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됐죠”라고 회고했다. 언젠가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이 그의 목표다. ( 문의 299-2161)